정문현 교수 |
자원이 없어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생계와 생존을 위해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어야 할 국가적 책임이 막중한 시기에 한전과 원전 문제로 고공 상승 중인 전기요금은 국민을 하루하루 불안 속에 살아가게 하고 있다.
기온이 높거나 매우 춥거나 많은 눈비가 오면 국가와 국민은 에너지를 사용해 안전한 생활을 영위하려 한다. 전기요금 사태는 재난일까? 인재일까? 홍수나 산사태와 같은 재난 등으로 인명사고가 발생할 때 우리는 이런 사고들이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안일한 대응으로 일어난 인재라는 상황을 자주 접하게 된다. 부실 임시시설 설치, 불법 구조물 설치, 통제 불이행, 안전조치 늦장 대응, 건축물 철근 빼먹기, 각종 소홀과 태만 등으로 대한민국엔 인재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대표적인 인재사고로 32명이 사망한 성수대교 붕괴(1994년), 1,500여 명이 매몰돼 502명이 사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1995년), 192명이 사망한 대구 지하철 참사(2003년), 17명이 사망한 우면산 산사태(2011년), 304명이 사망한 세월호 참사(2014년) 등이 있다. 하지만 330명이 사망한 부산 창경호 침몰 사고(1953년), 326명이 사망한 여수 남영호 사망 사고(1970년), 292명이 사망한 부안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1993년), 199명이 사망한 서울 대연각호텔 화재사건(1971년), 159명이 사망한 YTL30호 침몰 사건(1974년), 159명이 사망한 서울 이태원 압사사건(2022년) 등 대형사고들이 더 있었다는 걸 망각하고 살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인재로 발생하는 국가재난 상황이 스포츠 현장에도 발생하고 있다. 1986년부터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2002한일월드컵,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향후 우리나라에서 개최 예정인 메가 스포츠이벤트는 없다. 2038년 하계아시안게임 유치신청서를 낸 대구-광주가 유치에 성공하더라도 2018 평창올림픽 후 20년 만이 될 것이고 유치에 실패하게 된다면 적어도 30년간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메가 스포츠이벤트는 없다고 봐야 한다. 실로 스포츠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지구촌에는 4년마다 개최되는 올림픽 중간에 대륙별 종합스포츠대회인 유러피언 게임, 아시안게임, 아프리칸게임, 퍼시픽게임, 팬아프리칸 게임이 개최되고 있다. 국가마다 대회를 유치해 자국의 발전과 경기력 향상, 경제적 부를 창출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적어도 지난 10여년간 대한민국 정부는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다. 메가 스포츠이벤트 유치 신청은 적어도 개최년도 7~10년 전에 진행된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수많은 스포츠 인프라를 구축해왔고 대형 스포츠시설들을 활용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왜? 누가? 10여 년간 이런 노력을 방기(放棄)했는지? 그 책임이 역대 정권과 문화체육관광부에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사실 2027 충청권 세계대학경기대회는 메가 스포츠이벤트에 해당하지 못하는 작은 규모의 스포츠대회다. 이제라도 정신을 좀 추스르고 정상적인 스포츠행정을 해보자.
할 일 많은 대한민국 스포츠행정 수장에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등판시켜 걱정 반 우려 반의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침체된 엘리트 스포츠 육성 체계를 잘 정비해내고 국제스포츠대회 유치 재난 상황을 잘 해결해 나가는 행정을 펼치길 무거운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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