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
직원을 채용할 때 구인공고를 올린다. 그러면 이력서가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이력서에 크게 문제가 없으면 다들 한 번씩 면접에 오라고 했다. 적지만 교통비도 지급하고 조심조심 질문하고 상대방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애써 뽑은 직원이 5개월 만에 엄마가 아파서 운영하는 가게를 봐야 한다고 그만두겠다고 한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직원에게 의뢰인에게 격식을 차려 인사를 하라고 한 것이 힘들었나? 그렇게 나의 직원 유랑은 시작됐다. 면접 단계에서 우리 회사가 어떤 것을 중요시하는지 알려주고 본인과 회사가 맞는지 물어본다. 열심히 하겠다고 하니 믿고 뽑는다. 그런데 몇 달 지나지 않아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그만두겠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근무 기간이 나이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어린 직원일수록 빨리 그만뒀다. 제일 경악스러웠던 일은 경력직 지원자가 없어 신입을 뽑았는데, 일을 이틀 배우고는 안 맞는다고 그만두었다. 합격 통지는 면전에서 했는데, 사직 통보는 카톡으로 하고 이틀 나온 월급은 달라고 한다. 아무것도 몰라 가르치기만 했는데! 내가 수업료를 받아야 할 판이다. 자기 인생이 소중한 만큼 책임감 있게 판단하고 선택해 남의 사업장에 피해를 안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게 MZ라면 MZ는 부끄러운 단어가 될 터이다.
다시 이력서를 받는다. 이력서만 봐도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이 보이기 시작한다. 1~2년 단위로 메뚜기처럼 뛰어다닌 이력서는 바로 휴지통행이다. 50살에 이르기까지 두 번이나 우리 사무소에 지원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이런 분은 아무리 채용하고 싶어도 뽑을 수 없다. 조금만 맞지 않으면 자신이 맞춰보려는 생각은 전혀 없고 바로 사직서다. 그러니 뽑을 수가 없다. 지난번 직원은 이직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정말 조심조심 대우했다. 그런데도 집안 사정을 들어 4개월 만에 그만둔다. 이 정도 되면 심한 좌절에 빠지게 된다. 주변 변호사들에게 '직원 오래 다니게 하는 법' 따위를 묻고 다니게 된다.
그러다 내게도 기회가 왔다. 다른 사무소에서 인정받지 못해 이직하는 경력 오래된 직원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면접 한번 만에 모든 걸 간파한다. 이 사람은 보물이구나. 이력서와 사직서의 도돌이표 끝에 나는 사람 보는 눈을 얻고 사람도 얻었다.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터득했다. 이제 사람을 쓸 만한 사장님의 자격이 생겼다.
자, 이제는 소속변호사 채용의 난관이 남아 있다. 몇 번 채용과 사직을 경험해보고 깨닫는다. 변호사는 이력서를 받아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구나. 내가 의뢰인과 사건을 대하는 마인드, 자세, 우리 회사의 정체성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난이도가 매우 올라간다. 불특정 다수에게 공고하는 것은 포기한다. 평소 인격을 깊숙이 알고 있는 후배 변호사에게 비전을 공유하고자 노력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느낀 것은 이제 고용시장이 급속도로 축소되고 변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사람들이 고용 관계 자체를 견딜 수 없어 한다. 전통적으로 고용 관계에서 요구되던 미덕을 가진 사람이 희소하다. 고용하고 싶어도 고용할 수가 없다. 4~5개월마다 새로 채용하려고 사람을 뽑을 수는 없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AI는 사람들이 고용 관계를 견딜 수 없어 하는 분야에서 빠른 발전을 보일 것 같다.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해주는 AI, 고마워.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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