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이초 교사 사망 애도 물결… 대전교사 "비슷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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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이초 교사 사망 애도 물결… 대전교사 "비슷한 상황"

대전교육청 앞 추모공간 조성, 애도 메시지 붙어
10년차 초등교사 "갈수록 눈 감는 부분 많아져"
아동학대 신고에 교사들 위축·정신적 고통 호소

  • 승인 2023-07-20 17:34
  • 신문게재 2023-07-21 6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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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1시 30분께 대전교육청 정문에 서울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임효인 기자
"거의 대부분의 학교 선생님들이 비슷한 상황이에요. 교육청이 통계를 내고 있지 않지만 도저히 못 견디겠다고 병가를 내고 못 오시는 선생님도 한 학교에 한두 분씩은 있어요." (23년 차 대전 초등학교 교사)

"우리 애가 누구한테 맞았다거나 때려서 학폭위에 연루되면 바로 교육청에 전화해 민원이 들어와요. 변호사를 데려오든가 기자를 부른다고 하는데 선생님들이 거기 대처를 못 해요. 아동학대처벌법 때문에 때리면 때리는 대로 맞아야 돼요." (25년 차 대전 중학교 교사)

"어떤 아이가 난동을 부리는 상황에서 '○○아'라고 불렀을 때 아이가 무서움을 느꼈다고 주장하면 사건이 성립돼요. 학교라는 공간이 사회화의 공간이고 불편함을 견디는 힘을 길러야 하는데, 학부모와 교사와의 관계에서 학부모가 심기가 불편해 아동학대로 걸면 교사는 방법이 없는 거예요. (중략) 아이들끼리는 이미 해결이 됐는데 부모의 감정싸움으로 인해 교사가 중간에서 시달리는 경우도 많아요. 제도를 많이 알고 명확하게 이용하는 사람이 유리한 제도인 것 같아요." (10년 차 대전 초등학교 교사)

서울의 한 초등학교 새내기 교사가 학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발생해 대전을 비롯한 전국 교사들이 슬픔에 잠겼다. 지역 교사들은 사망 원인으로 추정되는 일이 대전에서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토로하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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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이초 사망 교사 추모 공간에 붙은 애도 메시지.
20일 오후 1시 30분께 대전시교육청 정문 한쪽에는 서울 서이초에서 근무하던 A 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이 곳에는 사망한 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국화꽃과 여러 애도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대전교사노조는 "꽃다운 나의 한 선생님을 잃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학교를 지켜주세요. 선생님을 지켜주세요"라는 추모 글귀를 붙였다. 선후배 동료 교사들도 "악성 민원을 고스란히 교사가 받아야 하는 현실을 규탄합니다. 선생님, 선생님 탓이 아닙니다. 편히 쉬세요", "학부모님, 교사와 공동육아 하려고 하지 마세요",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등 손수 적은 글귀를 붙여 놨다.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소재 서울서이초에 근무하던 교사가 7월 18일 학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현재 사망 원인에 대해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해당 교사가 학교폭력과 관련해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평소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 교사들은 이 같은 일이 학교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현행법상 학부모가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면 지자체와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교사들이 받는 정신적 고통이 크다는 것이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10년 차 교사는 "갈수록 눈을 감게 되는 부분이 많이 생긴다. 괜히 말했다가 항의 전화를 받거나 교사에게 불리하게 되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예전에는 아이가 달라지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끼고 아이와 관계도 형성이 됐는데 이제는 그럴 수 있는 기회마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하는 일이 아이들을 지도하는 일인데 지도했다가 생업을 잃고 범죄자로 찍힐 수 있다는 스트레스가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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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을 비롯한 전국 교원단체들은 일제히 입장문을 통해 애도를 표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전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안타까운 마지막을 깊이 애도한다"며 "교육당국 엄중히 촉구한다. 철저한 진상 조사, 교육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책임지고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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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이 20일 오후 서울교육청 앞에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교총 제공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서울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58만 교육자는 현 상황을 한 교사의 안타까운 비극을 넘어 교권 추락과 전체 공교육의 붕괴로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이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 대응할 것"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서울교육청과 수사기관의 진상조사·수사를 통한 명확한 원인 규명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나 악성 민원인 등 중대 교권침해에 대한 교원 보호,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즉시 통과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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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 홈페이지에 마련된 온라인 추모공간. 20일 오후 5시 20분 기준.
한편 이날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경기교육청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 간담회서 "교사가 학교 내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에 대해 심각한 교권침해가 원인이 되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교육계가 힘을 모아 문제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개선, 나아가 학교와 사회의 교권존중 문화 확립 방안을 찾아야겠다"고 밝혔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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