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1시 30분께 대전교육청 정문에 서울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임효인 기자 |
"우리 애가 누구한테 맞았다거나 때려서 학폭위에 연루되면 바로 교육청에 전화해 민원이 들어와요. 변호사를 데려오든가 기자를 부른다고 하는데 선생님들이 거기 대처를 못 해요. 아동학대처벌법 때문에 때리면 때리는 대로 맞아야 돼요." (25년 차 대전 중학교 교사)
"어떤 아이가 난동을 부리는 상황에서 '○○아'라고 불렀을 때 아이가 무서움을 느꼈다고 주장하면 사건이 성립돼요. 학교라는 공간이 사회화의 공간이고 불편함을 견디는 힘을 길러야 하는데, 학부모와 교사와의 관계에서 학부모가 심기가 불편해 아동학대로 걸면 교사는 방법이 없는 거예요. (중략) 아이들끼리는 이미 해결이 됐는데 부모의 감정싸움으로 인해 교사가 중간에서 시달리는 경우도 많아요. 제도를 많이 알고 명확하게 이용하는 사람이 유리한 제도인 것 같아요." (10년 차 대전 초등학교 교사)
서울의 한 초등학교 새내기 교사가 학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발생해 대전을 비롯한 전국 교사들이 슬픔에 잠겼다. 지역 교사들은 사망 원인으로 추정되는 일이 대전에서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토로하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서이초 사망 교사 추모 공간에 붙은 애도 메시지. |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소재 서울서이초에 근무하던 교사가 7월 18일 학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현재 사망 원인에 대해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해당 교사가 학교폭력과 관련해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평소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 교사들은 이 같은 일이 학교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현행법상 학부모가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면 지자체와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교사들이 받는 정신적 고통이 크다는 것이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10년 차 교사는 "갈수록 눈을 감게 되는 부분이 많이 생긴다. 괜히 말했다가 항의 전화를 받거나 교사에게 불리하게 되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예전에는 아이가 달라지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끼고 아이와 관계도 형성이 됐는데 이제는 그럴 수 있는 기회마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하는 일이 아이들을 지도하는 일인데 지도했다가 생업을 잃고 범죄자로 찍힐 수 있다는 스트레스가 크다"고 덧붙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전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안타까운 마지막을 깊이 애도한다"며 "교육당국 엄중히 촉구한다. 철저한 진상 조사, 교육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책임지고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교총이 20일 오후 서울교육청 앞에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교총 제공 |
그러면서 서울교육청과 수사기관의 진상조사·수사를 통한 명확한 원인 규명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나 악성 민원인 등 중대 교권침해에 대한 교원 보호,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즉시 통과 등을 촉구했다.
교총 홈페이지에 마련된 온라인 추모공간. 20일 오후 5시 20분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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