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를 통해 산불진화용 차량이 불을 끄는 모습 (사진=산림청) |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충남 논산의 경우 주변에 설치된 임도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산불 급증으로 임도 필요성이 강조됐지만, 산사태 우려가 제기된 만큼 임도를 개설할 때 산사태 방지 시설이 제대로 설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취재결과, 산림청은 산불 급증에 따라 매년 산불진화용 임도를 500㎞씩 늘려 2027년 3207㎞까지 확충하기로 했다. 올해 봄철 대전 서구와 충남 금산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만 497건에 달해 당시 산불 진압의 필수시설로 중요성이 강조되기도 했었다. 야간에는 헬기 진압이 어려워 지상 진압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인력이 곳곳에 투입되기 위해선 임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집중호우로 임도가 또다시 거론되고 있다. 호우특보가 내려졌던 7월 14일 충남 논산 추모공원 납골당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방문객 4명이 매몰돼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논산에는 시간당 50㎜ 이상의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기도 했지만, 주변에 설치된 임도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임도가 없으면 빗물이 천천히 흘러내지만, 나무를 자르고 길을 내게 되면 빗물이 한 곳으로 집중돼 산사태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취재결과, 사고지점 일대에도 국유림과 시유림에 임도가 설치돼 있었다.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초록별생명문화연구소장은 "직접 현장에 가서 보니 총 5개의 임도가 있었는데, 그중 3개는 납골당을 향해 무너져 있었다"며 "임도에는 배수관을 묻는데, 빗물이 임도를 가로지르는 배수관을 통해 납골당 방향의 경사진 아래쪽으로 쏟아졌다. 납골당 방향으로 경사면이 패이면서 배수관이 묻힌 임도까지 무너져 많은 양의 토사가 덮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남 논산 산사태 피해 모습 (사진=최병성 소장 제공) |
그동안 산림청은 산림경영, 산불진압 용도로 임도 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매년 산불 발생 건수가 늘고 있지만, 우리나라 임도는 임업선진국의 10%도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예전과 달리 임도를 개설할 때 남은 사토를 운반해 안정적인 구간에 쌓아 처리하기 때문에 산사태 발생 빈도수도 줄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임도 등 인위적인 구조물 설치로 밀양이나 울진 등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사태를 초래했다며 산림청이 경사도가 높은 우리나라 환경과는 맞지 않게 많은 임도를 설치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산사태 방지 시설을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도 주변에 사방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산림 하단부에 사방댐을 함께 설치하는 경우도 있으나 필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임도 등 시설을 설치할 때 적정하게 산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구조와 설계, 시공이 따라주지 않으면 빗물은 조금의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며 "2020년에도 산사태로 12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올해 또 발생한 만큼 제대로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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