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효인 사회과학부 기자 |
국가가 요구하는 연구개발에 매진했고 굵직한 성과를 냈다. 그 성과는 곧 온 국민이 환호하며 새로운 꿈을 꾸게 한 원동력이 됐다. 이로 하여금 국민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고 기꺼이 자신이 낸 세금을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게 아깝지 않다는 인식을 만들게 했다. 기업과 대학이 하지 않는 것을, 먼 미래를 내다보며 앞장섰다. 국가 과학기술 꿈나무를 육성하는 데 주력하며 지역과 상생하기 위해 노력했다. 출연연이 지향하며 걸어온 길이다.
그 길 끝에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씁쓸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말뿐이었다. 공공기관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며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출연연을 모든 공공기관과 같은 바구니에 넣어버렸다. 여기에 더해 이들을 끼리끼리 국민 혈세를 나눠 먹는 청산의 대상으로 여겼다. 이미 배분한 2023년 경상비까지 사용하지 말라는 주문까지 이어졌다. 도대체 어쩌란 것이냐는 현장의 불만이 충분히 나올 만하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연구노조)은 7월 5일 "당장 연구비 삭감에 급급한 정부가 어떻게 미래·원천 기술분야 투자에 집중하고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과기연전)은 7월 17일 "어떤 의중이든 이런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과학기술 R&D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연구 현장을 더욱 황폐화시킬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정부는 12대 국가전략기술이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고 경제안보에 기여할 것이라며 전략적 투자를 약속했다. 그렇다면 연구자를 이권이나 챙기는 파렴치한으로 볼 게 아니라 그 특성을 이해하고 믿고 지지하며 성원해 줘야 한다. 필요한 것을 지원하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다 짜인 예산을 갑자기 난도질하는 게 아닌 방향을 제시하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이 걸어가는 길을 많은 이들이 바라보고 있다. 정부의 뜻을 반영한 국가 R&D 예산이 앞으로 어떻게 확정되는지 계속 주시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임효인 사회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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