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순천향대 교학부총장 |
인구감소지역은 시·군·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14세 이하 유소년인구 또는 생산가능인구, 출생률, 인구감소율, 인구감소의 지속성, 인구의 이동 추이 및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지정되지만, 인구감소의 의미와 파장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인구소멸은 지역소멸과 지방소멸로 이어지고, 실체적으로는 농어촌의 소멸과 연결된다.
지역소멸에 대한 많은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농어촌을 포함한 지방의 미래에 대한 종합적 모습을 그리기 어렵다. 따지고 보면, 지방소멸은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70~80년대 고도성장기에 이미 지방에서 도시로 인구가 이동하면서 농어촌 인구는 감소했다. 현재의 농어촌 인구의 감소는 농가의 고령화와 함께 청장년의 감소에 따른 출생아 수의 급감이 생기면서 저성장과 동반돼 나타난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가 있다.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행정단위로서의 군지역이나 읍·면의 소멸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인구에서 노인인구 비율은 늘어나지만, 총인구는 감소하고, 농어업 등 경제환경과 기후가 점차 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전제로 온 국민이 여유롭게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농어촌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고도성장기에 적절했던 국토와 농어촌 관련 정책을 저성장기에 지속 가능한 구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외지에 사는 사람, 최근에는 외국인까지 농어촌 지역으로 끌어오려는 단편적인 정책 틀에서 벗어나 지금 농어촌에 사는 주민이 현재도, 미래도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미래지향적 비전을 만들고 실행해야 궁극적으로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사람이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면 인구는 자연적으로 늘어나기 마련이다.
지방의 인구소멸은 지방의 인구 흡인력이 하락해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저출산 대응 정책으로 접근해서는 한계가 있다. 수도권 인구집중은 결과이지 지방소멸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 이전에 시급한 문제는 농어가 고령화, 그리고 방치된 농어촌의 빈집과 농지이다. 70세를 넘긴 농어촌 노인들을 어떻게 봉양해야 할 것인가와 늘어나는 빈집, 방치되는 농지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 필요하다.
노약해지는 농어촌 노인들이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생활환경을 조성하려면 보건복지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농어촌 노인의 소득보장을 강화하기 위해서 현행 월 32만6000원인 기초연금을 윤석열 정부 임기 내 40만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노인의 건강보험 보장성도 강화해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낮추고, 치매 중풍 노인에 대한 돌봄서비스도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현재의 노인이 나이를 더 먹어 세상을 떠난 농촌에 대한 대책도 수립돼야 한다. 늘어나는 빈집과 유휴농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들이 나와야 한다. 또 지방소멸이 심각한 지역부터 지역단위로 전면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도로·항만·공항 등의 건설이나 산과 강을 관리하는 거시적인 국토종합관리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소멸위기 지역을 사람이 살기 좋은 지역으로 바꾸고 가꾸는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시점이 됐다. 방치된 농어촌 지역이 이번 폭우에 얼마나 무력하게 파괴되는지를 우리는 확인하고 있다.
한편, 농어촌 지역의 발전을 제약하는 농지규제 완화도 검토돼야 한다. 농지규제는 식량자급률 제고와 상충될 수 있고,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적 우려도 있다. 다만, 한번 풀린 규제는 되돌리기 어렵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농업에 대한 중장기적인 국가 비전과 전략 위에서 체계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현재의 농지규제로는 식량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 근본적인 국토관리 계획을 세우고 농어민의 선택권을 필요 이상으로 제약하는 농지규제는 과감히 재검토돼야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학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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