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 대전 서구 용문동 일원의 새봄어린이집 철거 현장 옆으로 어린이보호구역이 지정돼 있다.(사진=심효준 기자) |
지정 해제 과정을 담당하는 기관이 여러 곳인 데다, 현행법상 어린이보호구역을 해제하는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가 없어서다. 법과 현실에 대한 괴리 때문에 일반구역보다 엄격한 규정과 과중한 과태료, 범칙금 등으로 인근 주민들의 피해만 커지는 실정이다. <중도일보 7월 17일자 6면 보도>
17일까지 취재결과, 올 한 해 6월 말까지 대전에서 문을 닫은 유치원은 6곳, 어린이집은 80곳에 달한다. 출생아 수 감소의 영향을 받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원아모집과 운영의 어려움을 느끼자 결국 폐원을 선택하는 것인데, 저출생이 날이 갈수록 고착화하고 있는 만큼 어린이집과 유치원 폐원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있는 일대는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다. 안전을 위해서다. 하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사라진, 다시 말해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의 근거가 없어졌는데도 오랫동안 해제되지 않는 어린이보호구역은 일대 주민들에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럼에도 해제 속도가 더디다. 수차례 민원을 제기해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어린이보호구역 해제와 관련한 기관이 너무 많고, 해제 규정도 모호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할인 어린이집 폐원은 대전의 5개 자치구가, 교육부 관할인 유치원은 동·서부교육지원청이 맡고 있다. 여기에 어린이보호구역 관리와 개선사업 총괄은 대전시가, 현장 단속과 집행은 자치구가 담당한다.
폐원을 결정한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관할 기관에 폐쇄사유서와 조치계획 등 필수 서류를 제출한 뒤 정해진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근에 지정된 어린이보호구역 해제에 대한 특별한 신고 규정이 모호하다.
현행법상에서도 폐원이나 폐교 등으로 어린이 관련 시설이 없어진 구역에 대해 지정을 해제하는 구체적인 기준이나 절차 규정과 법률이 뚜렷하지 않다 보니 관련 행정 절차가 도중에 흐지부지되는 게 현실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폐원하면 어린이보호구역 지정도 해제하는 게 맞지만, 의무사항이 아닌 탓에 수많은 관계기관을 거치며 법과 현실의 사각지대로 밀려나는 것이다. 결국 어린이 시설을 철거한 이후에도 수년간 보호구역에 시달리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인근 주민들의 생활 불편만 커지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시 차원에서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관리와 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폐원은 다른 기관과 부서에서 별도로 관리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 현황 파악을 빠르게 진행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며 "결국 시 입장에선 항상 바로 대처하긴 역부족이다. 다만 매년 새롭게 관련 개선 계획을 수립하는 만큼 자치구와 협력해 가능한 빨리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말했다.
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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