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진 순경 |
이렇듯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는 적극적으로 보장되어야 하지만 법률로 정한 기준치 이상의 소음으로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소음의 기준은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에서 주거지·학교·종합병원 인근에서 열리는 집회·시위의 최고 소음도를 85dB(데시벨) 이하, 10분간 평균 소음은 65dB 이하로 규정하고 있고 10분간 발생한 소음의 평균값인 '등가 소음도'와 측정시간 내 발생한 가장 높은 소음인 '최고 소음도'를 측정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등가 소음도의 경우 평균을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음의 크기나 시간을 조절해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2020년 이후 최고 소음도가 도입되었지만, 이 역시 집회 소음을 규제하기에는 불충분하다.
최고 소음도는 10분간 발생한 소음 중 가장 높은 소음을 측정해 동일 집회에서 최고 소음도가 1시간 내 3회 이상 기준을 초과한 경우 제재하는 방식이다.
만약 집회 주최 측이 1시간 내 2번만 기준을 초과하는 식으로 집회를 진행한다면 경찰이 해당 집회를 제재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74%가 집회 소음으로 인한 많은 고통을 받고 있으며, 최근 언론 보도에서도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전문가들 또한 집시법상 명확하지 않은 집회 소음 규제 조항을 개선해 국민의 평온권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집시법 개정에 대한 국민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에 따라 정부는 집회 소음 기준을 대폭 강화한 내용의 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지만 이러한 집회 소음 문제가 바로 해결되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우선 집회 주최 측의 적극적인 협조가 전제되어야 하고 개정된 법이 정착되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집회 시위를 관리하는 경찰의 효율적이고 유연한 접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경찰청에서는 올해 3월 집회 소음으로 인한 시민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음 측정 전광판 차량'을 서울지역에 처음으로 도입하였다.
소음 측정 차량 전광판에 송출된 실시간 소음 수치를 직접 확인함으로써 집회 주최 측에는 소음 기준치를 위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한편, 시민들에게는 경찰의 집회 관리에 신뢰성을 제고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코로나 이전의 일상이 회복되면서 각종 대규모 집회가 서울지역뿐만 아니라 지방 도심지역에서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소음 등으로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
집회 주최 측에서는 자발적으로 과도한 확성기 사용을 자제하고, '소음측정 전광판 차량' 전국 확대를 통해 소음 기준 수치의 투명한 관리로 성숙한 집회·시위 문화가 정착되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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