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치수(治水)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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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 치수(治水)의 지혜

이성만 배재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7-17 10:20
  • 신문게재 2023-07-18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이성만 교수
올해는 6월 초부터 폭염과 폭우의 조짐을 예고하더니 지금은 본때를 보이는 중이다. 더우면 물을 찾고 물이 넘치면 9년 홍수에 별 기다리듯 햇볕나기를 학수고대한다. 양날의 검이 물이다. 우리의 생존에 필수 요소인 동시에 치명적인 파괴도 수반하기 때문이다. 가뭄으로 생명이 살 수 없는 불모지로 바뀌는가 하면, 홍수로 여름마다 물이 쓸고 간 곳은 쑥대밭이 된다. 그런데 물은 유무와 분량에 따라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극단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일까?

대기가 따뜻해질수록 폭염도 더 강해진다는 게 일반 논리다. 그러니 극심한 더위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가 지구 온난화라고들 한다. WWA(World Weather Attribution)의 전문가들도 폭염의 범위는 거의 언제나 기후 변화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거들고 있다.

장기간에 걸쳐 토양이 건조해지는 원인은 다양하다. 기후 변화는 더 강하지만 더 적은 강수량과 더 강한 증발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 WWA에 따르면, 많은 곳에서 비정상적으로 물이 부족하게 되는 주된 원인은 인간의 물 사용이다. 무분별한 지하수 남용이 지구 자전축에 영향을 주었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니 가뭄이 포괄적으로 기후 변화 때문이라고 할 수도 없다.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산불과 기후 변화와의 연관성에 대한 믿음직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여전히 데이터가 부족하다. 그러나 이런 연관성 중 하나는 남부 유럽, 유라시아 북부 전체, 미국 및 호주 전역에서 드러났다. 이따금 산과 들에서 발생하는 불은 자연이 아니라 사람에 의해서다. 숲과 물의 관리를 개선한다면 위험을 꽤나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물이 부족해서 우리에게 주는 피해도 크지만, 물이 넘쳐나도 안심할 수 없다. 먼저 물 1㎥의 무게가 1톤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물이 예상외로 위험하다는 뜻이다. 물이 장애물에 직접 부딪히면 엄청난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물이 이동하면 예컨대 자동차나 컨테이너에 영향을 미치는 엄청난 힘으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지 않으면 쉽게 밀려날 수 있다. 뒤이어 침식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로 인해 겉보기에는 안정적인 지표면도 쉽게 파괴되어 엄청난 재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폭우는 가장 과소평가된 위험 요소 중 하나라고 한다. 예측하기도 어렵고 한 곳에서만 발생한다는 법도 드물기 때문이다. 기상학자들은 지역을 예측할 수는 있지만 특정 위치에 비가 언제 또는 얼마나 많이 올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고 한다.

큰 강이나 좁은 계곡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 당연히 안전하리라 여겨지는 지역에서도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지형학자의 말을 빌리면, 많은 양의 강수량은 이전 강수량에 의해 이미 포화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이상 토양으로 스며들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물의 양뿐 아니라 토양의 물 흐름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즉, 토양이 물을 얼마나 잘 흡수, 저장 또는 배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더 따뜻한 공기는 더 많은 습기를 흡수할 수 있으니 강수량도 더 많을 수밖에 없다. WWA에 따르면, 홍수는 전 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더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개별 홍수의 범위는 그 요인들이 너무나 다양해서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많은 희생자와 피해를 줄이는 길은 미연에 홍수를 방지하는 대책밖에 없다.

인간은 물을 중심으로 문명을 발전시키고 진화해 왔다. 넘쳐도 모자라도 안 되는 것이 물이다. 그러니 물을 다스리는 치수는 늘 신중하고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물이 넘치거나 모자라면 재앙이 된 때문이다. 삼대 하천을 중심으로 발전한 도시가 대전이다. 도시를 품은 높은 산들이 하천의 수원지 역할을 한다. 기후위기로 가뭄과 장마, 폭염과 폭우에 시달릴수록 선제적으로 우리 주변의 산과 물을 다스리는 지혜가 요구된다.

"깊은 우물은 가뭄을 타지 않는다."
이성만 배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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