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덕구와 동구에서 발생한 피해자 32명 35억 원대 전세사기는 공인중개사 A씨가 연루된 사건의 일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세를 구하는 임차인 32명에게 전세금 35억 8700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건으로 A씨는 피해자에게 선순위 임차보증금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A씨가 경찰 조사단계부터 진술을 거부해 임대인 B(41)씨만 우선 기소했고 대전지법 형사1단독은 7월 7일 B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A씨는 분리 기소해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이 사건에서 A씨는 임대인에게 은행 대출로 다세대주택을 매입해 피해자들에게 전세금을 모으면 큰돈을 만질 수 있다고 방법을 알려주고, 전세를 구하는 피해자를 모집해 B씨와 임대차계약을 중계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이번 사건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세임대주택 6채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연루된 또 다른 전세사기 사건이 속속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선순위보증금을 실제보다 적다고 속여 사회초년생 등 52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합계 41억원을 편취해 대전지검이 2023년 6월 기소한 사건에서도 A씨는 문서를 위조해 LH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가담한 전문브로커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또 앞서 선고된 사건과 별개의 건으로 대전지법 형사4단독에서도 사기혐의의 피고 4명과 함께 사문서위조 혐의로 A씨가 재판을 받는 중이다. 이밖에 A씨가 연루된 또 다른 전세사기 사건이 경찰 수사단계에 있어 피해자들이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다.
수사기관도 A씨가 건물주나 임대인의 의뢰를 받아 단순히 서류조작 수준으로 가담한 것을 넘어 허수아비 임대인을 내세워 전세사기를 설계하고 피해자를 모집하는 등 주도적 역할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 C씨는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주택의 임대인은 다르나 상당수 사건 뒤에는 공인중개사 A씨가 있고, 허위 선순위임차보증금 확인서를 발급하고 LH전세대출을 노리는 방식까지 유사하다"라며 "개별사건으로 분산해 조사·기소되다보니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으며, 묶어서 조직적인 범죄와 그에 따른 피해라고 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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