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뜻 : 人(사람 인) 面(얼굴 면) 桃(복숭아 도) 花(꽃 화)
출전 : 孟棨(맹계) 本事詩(본사시) 情感(정감)
비유 : 사랑하는 아름다운 여인,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된 경우.
지금 우리는 가정과 사회가 매우 메말라 있다. 그래서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당(唐)나라 때 박릉(博陵)사람 최호(崔護)는 생김새가 멋있고 고결하였으며 세상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 청명절(淸明節)을 맞이하여 홀로 장안(長安)의 남쪽 교외를 유람하다가 어떤 사람의 정원(庭園)을 발견했다. 넓은 집에 꽃과 나무가 무성했는데, 적막하기 짝이 없어 마치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문을 두드리자 어떤 여자가 문틈으로 내다보면서 누구냐고 물었다. 최호는 성명을 알려 주고는 말했다.
"봄을 찾아 홀로 거닐고 있는데, 술을 마신 후라 갈증이 나서 물을 좀 얻어 마실까 하오."
여자는 들어가더니 이내 물을 가지고 나와 문을 열고 의자를 내놓고 최호(崔護)를 앉게 하고, 자신은 복숭아나무에 비스듬히 기대어 우두커니 서 있는데, 최호를 바라보는 모습이 그윽했으며, 그 자태가 심히 아름다웠고 가냘프면서도 고왔다.
최호가 말을 걸어 보았으나 여자는 대꾸도 하지 않고 오랫동안 쳐다보기만 했다. 최호가 작별을 고하자 여자는 문 앞에까지 배웅을 하고는 마치 미련이 남은 듯한 표정을 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최호도 아쉬운 마음으로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는 그 후 발길을 끊고 다시 찾아가지 않았다.
이듬해 청명절에 최호는 홀연히 그 여자가 생각나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어 그 집을 찾아갔다. 문과 담은 여전했지만 대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최호는 왼쪽 대문에 시를 한 수 적었다.
去年今日此門中(지난해 오늘 이 문 안에서)
人面桃花相映紅(그대 얼굴 복사꽃처럼 붉었네)
人面不知何處去(그대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桃花依舊笑春風(복사꽃은 그때처럼 봄바람에 웃고 있구나)
며칠 후 우연히 남쪽 교외에 간 최호는 다시 그 집을 찾아갔는데, 그 집에서 우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두드리고 묻자 그녀의 아버지가 나와서 말했다.
"그대는 최호가 아닌가?" 최호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아버지는 계속 울면서 말했다. "그대가 내 딸을 죽였소" 하면서 아버지가 말했다.
"내 딸은 시집갈 나이가 되어 글을 익혔는데 아직 시집을 가지 않았소. 그런데 작년부터 마치 무엇을 잃어버린 것처럼 정신을 놓아 버렸소. 어느 날 같이 나갔다가 돌아와 왼쪽 대문에 있는 글을 보고 읽은 후, 집에 들어와 식음을 폐하고 수일 만에 죽고 말았소. 나는 늙었소. 내 딸이 시집을 가지 않았던 것은 좋은 남자를 찾아 애비인 나의 몸을 의탁하려고 함이었는데, 오늘 죽었으니 그대가 내 딸을 죽인 게 아니겠소?" 말을 마치고 또 대성통곡을 했다. 최호도 슬퍼하며 들어가 곡(哭)하기를 청했다.
그녀는 침상에 반듯이 누워 있었다. 최호는 시신의 머리를 들어 자신의 팔을 베게 한 후 곡을 하면서 말했다.
"최호가 여기에 있소. 최호가 여기에 있어." 그러자 갑자기 그녀가 눈을 뜨며 반나절 만에 살아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크게 기뻐하여 딸을 최호의 배필로 허락했다
젊을 때 찍은 부부 사진을 보면 대개 아내가 남편 곁에 다가서서 기대어 있다. 그런데 늙어서 찍은 부부사진을 보면 남편이 아내 쪽으로 몸을 기울여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젊을 때는 아내가 남편에 기대어 살고, 나이가 들면 남편이 아내의 도움을 받으며 생을 살아가게 됨을 의미한다.
그래서 서로를 향하여 '여보', '당신' 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여보'(如/같을 여, 寶/보배 보)라는 말은 "보배와 같다"라는 말이고, '당신'(當/마땅 당, 身/몸 신)은 "내 몸과 같다"라는 말입니다. 마누라는 "마주보고 누워라"의 준말이고, 여편네는 "옆에 있네"에서 왔다고 한다.(여보, 당신의 진정한 의미/인터넷)
부부는 서로에게 가장 귀한 보배요 끝까지 함께 하는 사람인 것이다.
세월이 가면 어릴 적 친구도, 이웃들도, 친척들도 다 곁을 떠나게 된다. 마지막까지 내 곁을 지켜줄 사람은 아내요, 남편이요, 자녀들이다.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며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부부는 서로에게 가장 귀한 보배요 끝까지 함께하는 사람이다. 살다보니 돈이 많은 사람보다, 잘난 사람보다, 많이 배운 사람보다, 마음이 편한 사람이 훨씬 좋다고 한다.
내가 살려니 돈이 다가 아니고, 잘난 것이 다가 아니고, 많이 배운 것이 다가 아닌, 소박함 그대로가 제일 좋더라.
사람과 사람에 있어 돈보다는 마음을, 잘남보다는 겸손을, 배움보다는 깨달음을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은 금상첨화(錦上添花)이다.
그리고 나를 대함에 있어 이유가 없고, 계산이 없고, 조건이 없고,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은 물 흐름의 한결같음으로 흔들림이 없는 사람은 평생을 두고 함께 하고픈 사람이다.
가슴에 눈빛이 아닌 뜨거운 시선을 보여주는 그런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고, 살아오는 동안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알고, 그 마음을 소중히 할 줄 알며, 너 때문이 아닌 내 탓으로 마음에 빚을 지지 않으려 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고 한다.
내가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맑은 정신과, 밝은 눈과, 깊은 마음으로, 가슴에 눈빛이 아닌 뜨거운 시선을 보여주는 그런 사람이 절실히 필요함을 빨리 깨닫는 자는 부부사랑에 성공하는 사람이다.
세월이 흐르고 얼굴에 주름살이 늘어도 ' 人面桃花(인면도화)'로 보이는 사람이 내 곁을 지켜주는 아내인 것이다.
장상현/인문학 교수
장상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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