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행복한 자녀를 위한 부모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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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행복한 자녀를 위한 부모의 역할

  • 승인 2023-07-11 11:22
  • 신문게재 2023-07-12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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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수 공주대 전 총장
지난번에 필자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 의식과 대학 서열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촉구하는 글을 게재했다. 그리고 오늘은 중도일보와 약속된 마지막 기고로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자녀와 학부모들이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정해진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요즘 우리 사회는 모의고사 킬러 문항과 관련된 이슈로 뜨겁다. 교육에 있어서만은 전 국민이 전문가 수준이고 또 소수의 자녀를 양육하는 상황에서 관련 이슈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사회는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가 책임져야하기 때문에 출세를 위한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것 같다. 그러니 초등학교 때부터 의대반이니 서울대반이니 하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고 외국에서는 이 같은 학원문화를 이상한 눈으로 조명하고 있다니 이를 어찌해야 할까.

물론 부모들은 자녀들이 경쟁사회에서 뒤처지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길 바랄 것이다. 그래서 자녀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교육비로 허덕이면서도 공부시켜 소위 명문대에 입학시키는 것이 목표고 희망일 것이다. 그러니 부모가 짜 준 학원 스케줄에 따라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바삐 움직이는 아이들에게 자기 주도성과 학습의욕이 충만할까? 자신이 소질 있고 또 좋아하는 일을 찾아 다양한 경험과 사회성을 쌓아나가야 할 아이들이 그런 기회를 놓친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자녀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부모들은 또 심정이 어떨까 생각하면 마음이 그저 먹먹하고 답답해진다.

필자에게는 대학생 두 딸이 있다. 그 중 막내는 아이돌 댄스를 좋아해 중학교를 마칠 즈음 예술고에 진학하고 싶어 했다. 물론 부모로서 댄스는 그저 취미로 하길 바랐지만 결국 딸의 의견을 존중했다. 그러나 예고 진학 후 첫 학기 만에 기초가 부족한 현대무용과 발레 등도 기본으로 배우다보니 잦은 부상으로 흥미를 잃고 결국 중퇴 후 검정고시를 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필자는 그 또한 자신이 누구보다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라 믿어 존중해 주었다. 그리고는 집과 독서실을 다니며 스스로 세운 학습계획 아래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묵묵히 성원해 주었다. 그 결과 지금은 자신이 좋아하는 전공을 찾아 행복하게 대학생활 하는 것을 보며 마음이 흐뭇하기 그지없다. 적어도 이 아이는 소위 SKY 대학생은 아니지만 못지않게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으며 다양한 아르바이트와 교내외 활동 및 여행 등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풍부하게 꾸며나가고 있어 지금도 자식을 믿고 기다려주고 또 지지해 주었던 것이 참으로 잘했다 싶다.



물론 명문대 입학이 목표였다면 아마도 별 것 아닌 아이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필자의 눈에는 자퇴 이후의 과정을 통해 자주성과 난관을 스스로 극복해가며 소중한 것들을 많이 배웠을 터이기에 행복한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그 아이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며 그 아이가 그리는 독창적인 미래가 기대된다.

물론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은 제각기 다를 것이다. 그리고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도 학벌이나 연봉 순으로 판단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환갑이란 나이까지 살아오다보니 무엇보다 행복이란 가치가 개인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큰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과 더불어 결과 못지않게 과정의 행복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점점 더 힘이 실린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 미래 세대가 서열화 된 대학의 졸업장에 매달리기보다는 각자의 소질을 개발하고 또 좋아하는 분야에서 다양하게 살아가는 가운데 사회에 이바지하며 순간순간 행복하게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럼으로써 자녀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재능을 관찰하고 지지하고 또 응원하는 부모들의 마음도 자녀들의 행복한 성장과정 속에서 함께 행복해지길 기원한다. /원성수 공주대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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