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극은 현존하는 부조리 작가 페르난도 아라발의 작품 '기도'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프랑스 극작가 페르난도 아라발은 세계 2차 대전을 겪으면서 부조리한 현실의 삶을 꼬집고 있다. '기도'는 페르난도 아라발 작품 중 가장 어둡고 짧은 희곡으로 유머와 샤디즘, 그리고 몽상을 배합해 만들었다. 부조리극의 특성상 우리의 현실과 흡사하다. 이 모순된 사회와 인간상이 희곡 안에 녹아 있어 극단 헤르메스는 이를 공연화 했다.
어두운 지하 천국도 아니고 지옥도 아닌 곳에서 휘디오와 릴베, 두 주인공은 천국에 가기를 희망한다. 방금 살인한 듯한 이들은 이제부터 바르고 순수하게 살겠다고 말한다. 휘디오는 성경책이 행복을 가져다줄 거라 말한다. 릴베는 책처럼 행동하면 행복해진다는 말에 기뻐하며 자신들은 천국에 갈 수 있을 거란 기대에 부푼다. 하지만 책에서 원하는 행동, 지침들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들이다. 죄인지 모르고 죄를 저지르는 릴베와 죄인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죄를 저지르는 휘디오. 릴베는 천국을 가기 위해 선한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게 되고, 휘디오는 자신의 악행이 선함을 통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극은 인간의 고독과 소통의 부재를 드러내 불합리한 사회와 개인 간에 대한 물음을 관객에게 던진다. 또 실험적 구성과 형식을 통해 인간 실존의 환상과 몽상적 세계를 어렵지 않고 즐겁게 볼 수 있게 했다.
극단 헤르메스 관계자는 "욕망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견디고, 행복에 대한 가치를 고민하는 인간의 모습을 부조리극 '기도'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강렬한 조명, 음산한 음악이 들어가 여름에 보기도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