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몽·골·견·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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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몽·골·견·문·록

김현중/건양교육재단 역사관장

  • 승인 2023-07-11 16:5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지난달 말 몽골에 다녀왔다. 코로나19 '엔데믹' 후 다섯 번째 '보복 여행'이었다. 몽골은 우리와 문화적, 역사적으로 가장 가깝고 체질 인류학적으로 공통점이 많다. 외모상으로 한국인과 중국인, 일본인은 식별할 수 있다. 그러나 몽골인과는 쉽지 않다.

몽골 반점을 가지고 태어나며 성황당, 색동옷, 씨름, 고시레, 제기차기, 공기놀이 등 우리와 비슷한 문화가 한둘이 아니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 속담도 같다. 야호, 올가미, 바른쪽, 수라(밥), 오랑캐, 송골매, 인두(다리미), 오름 등은 몽골에서 온 말이다.

비행기 좌석은 주로 한국인 여행자들로 꽉 찼다. 저가 항공이 운행되면서 성수기 항공권 좌석난이 많이 해소되었다고 한다. 지금이 최고 성수기다. 10여 년 전 비자까지 받아 놓았다가 항공권을 못 구해 취소한 적이 있었다.

인구 334만의 몽골은 남한 면적 15배 크기의 나라다. 수도 울란바토르('붉은 영웅')는 150만 명으로 대전과 비슷하다. 해발 평균은 강원도 오대산 높이와 비슷한 1,580m이다. 목축지 80%, 산림 10%, 경작지는 1% 정도다. 광물, 관광자원이 풍부해 잠재력이 크다. 전 세계 희토류의 16%가 매장된 세계 10대 자원 부국이다. 인구가 적은 것은 라마교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한때 몽골 남자의 40%가 독신이었다고 한다.



'위대한 왕'을 뜻하는 징기스칸은 1206년 몽골족, 거란족, 여진족, 위구르족, 서하 등을 통합하여 몽골제국을 만든다. 몽골은 1911년 청나라로부터 독립 후 러시아의 영향을 받는다. 중소국경 분쟁 시 러시아를 지원하였다, 세계에서 두 번째 공산국가이다. 러시아, 유럽식 사고방식의 몽골인들은 왈츠 댄스를 즐긴다.

울란바토르의 상징인 '수흐바타르' 광장에는 징기스칸, 오고타이칸(몽골 2대 황제, 태종), 쿠빌라이칸 (원 초대 황제, 징기스칸 손자) 그리고 17년간 몽골제국에 체류하며 '동방견문록'을 썼던 '마르코 폴로'의 동상도 있다.

몽골족은 유목 생활이라는 환경적 요인으로 성격이 단순하고 순수하다. 대초원에서는 맹수, 자연환경과 싸워 이겨야 한다. 처음 만나도 서로를 지켜 줘야 하므로 술 마시고 금방 친해진다. 비행기 옆좌석 인연의 몽골 여성 그리고 현지 가이드와는 이미 카톡으로 연결되었다. 필자가 28년 전 북경 근무 시 내몽고자치구에 갈 때 옆 좌석에 앉은 몽골족과 이야기를 나누다 집으로 초대돼 현지 전통의 융숭한 대접을 받은 추억이 생생하다.

초원의 곳곳에 몽골 전통 가옥 게르(Ger)가 있다. 게르 안의 오른쪽에 주방이 있다. 안주인의 자리다. 손님은 왼쪽이고 애들은 문간이다. 울란바토르 시내에 들어오니 초원 국가의 이미지가 싹 사라졌다. 큰 규모의 아파트 단지와 빌딩들이 줄지어 서 있다. 승용차는 일본, 버스와 화물차는 한국산이었다. 한국편의점 체인 CU와 GS25가 자주 보였고 라면, 과자 등 한국 상품들이 넘쳐났다.

여행 중에 매끼 마다 양고기, 소고기, 말고기 등 육류가 제공되었다. 몽골인들이 야채를 먹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육식 위주의 식습관이라 그런지 체격이 크고 힘이 세다. 한국에 와 있는 몽골인들은 주로 물류회사 등 힘을 쓰는 곳에서 많이 일한다고 들었다. 일본에서 활약하는 몽골 출신 유명 스모 선수들이 여럿 있다.

길을 가다가 젊은이에게 길을 물었더니 반가워하며 유창한 한국어로 자세히 말해 주었다. 고등학생인데 유튜브를 이용해 배우고 있다고 한다. 현지에서 만난 지인은 "한국인은 몽골인들 있는 곳에서 안 좋은 얘기는 절대 하지 말라"고 귀뜸한다. 알타이어족으로 어순이 같아 우리가 일본어를 쉽게 배우듯 빠른 것 같다. 울란바토르 '후레톨가' 초중고등학교(사립) 김광호 교장은 말한다. "초등학교부터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어를 구사하면 취업 등 기회가 많아 인기가 많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1500개가 넘는다."

현재 2500여 명의 한인들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다. 몽골한인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한류 붐으로 특히 한식당이 많이 늘어 100여 곳 이상 된다. 요즘은 한국에서 생활했던 몽골인들이 직접 개업하고 있다. 자영업을 해 보려는 젊은 층들의 진출도 늘고 있다. 최소한 6개월 이상 체류하며 현지어와 문화, 관습을 익힌 후 천천히 시작해보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말한다.

대전시와 울란바토르시는 우호협력도시 협정을 맺고 의료관광 등 분야에 교류를 이어 나오고 있다. 논산시, 당진시 등도 몽골 지자체와 손잡고 계절노동자 유치와 지역 농산품을 수출하며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이번 여행에 퇴직 공직자분들과 동행했다. 몽골 연구 모임을 하며 '글로벌 노마드'의 원조 몽골에 다가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우선 주변에서 몽골인을 찾아 친구 만들기부터 시작해 볼 참이다.

김현중/건양교육재단 역사관장

김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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