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오륜 하면 바로 '사람'이다. 비록 개인의 주관이 많이 개입된 사상이지만 유교사상의 기본 강령 중 하나인 '오륜'은 충분히 현실에서 받아들이고 적용시킬 가치가 있는 사상이다. 그러나, 문제점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가? 그 사상을 받아들이고 적용시킬 '사람'이 이해 부족 혹은 자의적 편의를 위한 해석에서부터 문제점은 생기게 된다. 흔히 우리 말은 '아'다르고 '어'다르다고들 한다. 특히나 문헌으로 전해져오는 사상은 그야말로 해석하기 나름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사회에 큰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 잘못된 해석으로 사회에 퍼뜨렸을 때, 그것은 정설이 되어버린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엔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일들이 많다. 때때로 그것을 개탄하는 사람들은 '유학사상 때문이야'라고 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여인이 제사를 지내는데 소외되고, 어른과 함께 식사할 때는 수저도 함부로 못 들고, 상사가 명령하면 무조건 받들어야 하고, 이런 부조리한 관습이 '유학사상'때문일까? 그런 논리는 잘못된 논리이다. 이웃집에 살며 불륜을 저지른 남녀가 있다고 하여 그것이 기독교의 십계 중 하나인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율 때문은 아니지 않은가? 분명히 십계 중엔 '남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계율 역시 있다. 그렇듯 유학사상의 사상에도 대부분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존중, 예우를 말하고 있다. 우리는 그네들처럼 개탄하기보다는 그것을 잘못 해석하여 문제가 제기되는 부분을 본질적으로 직시하고,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고 올바르게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유교 사상의 주요 주제 중 하나인 '충(忠)' 과 '효(孝)'의 항목에 의해 흔히들 흡연과 음주 등, 음기에 가까운 (주, 색, 가, 무, 상 등) 문화들은 어른 앞에 삼가야 한다(?)라는 인식으로 인해, 맞담배는 오만 불손, 예의에 어긋난다고들 하는데, 그 실상은 어떠한가?
조선시대 때에는 골초들의 천국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조선은 '골초 국가'였다고 한다. 19세기 순조 임금이 조선 백성의 흡연 행태를 보며 '아이들이 젖만 떼고 나면 곧바로 담뱃대를 문다'고개를 저으며 개탄할 정도였으니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담배는 임진왜란 때 왜군에 의해 담박괴(淡泊塊)란 이름으로 건너왔다. 담배 한 대 피우면 정신이 아찔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며, 기침, 해소, 천식 등 기관지 관련 병에도 그만이라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전후 피폐한 살림살이에 지친 백성에겐 최고의 안정제였던 셈이다. 특히 스트레스 해소할 길이 없는 여성에게 인기가 높아서 조선시대에는 남성 흡연자보다 여성 흡연자 숫자가 더 많았다 한다. 이런 상황은 궁전에도 여전해서, 상궁들까지 담배를 피울 정도였다. 처음에는 대신들도 왕 앞에서 맞담배를 피웠다 하는데,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조선에서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담배를 태웠고, 어른이라고 눈치 보며 숨어서 태우는 일 같은 건 없었다.
그러나, 광해군이 왕위에 오르고, 허약한 몸으로 담배를 피우지 않던 광해군이 어전 회의 중 담배를 피우는 신하들로 인해 수차례 기침을 하며 괴로워하다, 호통을 한번 친 뒤로는 몰래 숨어서 피우기 시작했다 한다. 광해군의 일갈로 정전에 앉아있던 대신들 황급히 담배를 끄기 시작하는데, 이후로 대신들은 궁궐 후미진 구석에서 몰래 담배를 태우고는 황급히 조참에 참여하는 걸로 공무원의 흡연 자세를 관습화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관원 사회의 관습이 사회로 퍼져나가면서 어른들 앞에서는 담배를 태우지 않는'흡연예절'이 정착하게 된 것이다.
유교사상과는 상관없이 한 임금의 일갈로 인해 바뀐 문화이긴 하나, 비흡연자인 타인을 대하는 남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유교 사상의 의식과 맞물려져 유교문화로 알려졌다. 비록 진실은 유교문화와는 관련이 없지만, 인간관계의 예우와 인격체로서 대하는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동방 예의지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어찌 보면 기본적이고 당연한 '옳은' 문화로 바뀐 문화이므로 잘 가꾸어 나가 우리나라만의 흡연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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