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는 우리 속담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더위 먹은 소 달만 보아도 헐떡인다'는 어떤 사물에 몹시 놀란 사람은 비슷한 사물만 보아도 겁을 냄을 이르는 말이다.
'오뉴월 더위에는 염소 뿔이 물러 빠진다' 역시 오뉴월 더위가 어찌나 심한지 단단한 염소의 뿔이 물렁물렁하여져 빠질 지경이라는 뜻으로, 오뉴월이 가장 더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뜻이다.
젊은 사람도 삼복을 견디기가 어려운데 어르신들께서는 오죽할까!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비래동 새마을부녀회(회장 주명옥)에서는 5일 오전부터 비래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초복 맞이 어르신들을 위한 사랑의 나눔' 행사를 가졌다.
전날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장맛비를 맞아가며 미리 준비한 찹쌀과 인삼, 닭고기 등으로 비래동 새마을부녀회원들이 정성껏 만든 삼계죽(蔘鷄粥)을 오전 11시부터 비래동에 사시는 어르신들께 대접을 시작했다.
비래동 행정복지센터 2층 대회의실에 마련한 임시 식탁에는 약 200여 명의 비래동 거주 어르신들께서 오셔서 비래동 새마을부녀회에서 십시일반과 이웃사랑에 기초한 섬김 마인드에서 마련한 삼계죽과 장떡, 수박, 떡, 샐러드 등의 푸짐한 점심을 아주 맛나게 즐기실 수 있었다.
그리곤 "덕분에 모처럼 잘 먹었습니다!"와 "더운 날씨에 이처럼 맛난 음식을 대접받으니 참으로 고맙습니다!"를 이구동성으로 칭찬하셨다. 사람은 누구나 중산층(中産層) 혹은 그 이상의 삶을 원한다.
그런데 나라마다 중산층을 판단하는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프랑스에서는 사회적 기부를 하는가, 하나 이상의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가, 자기만의 요리 메뉴를 가졌는가, 이 세 가지가 중산층을 판단하는 기준이라고 한다.
영국은 시민의식, 스포츠 즐기기, 약자 배려가 중산층의 조건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넓은 아파트, 고급 자동차, 넉넉한 은행 잔액, 이 세 가지를 꼽는다. 조금은 부끄러운 우리의 어떤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나 영국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그렇게 돈과 재물을 중요하게 여긴다. 현역에서 은퇴한 어르신들의 오늘날 삶은 사실 대부분 중산층은커녕 한참 그 이하인 것이 현실이다.
이는 어르신들보다 꽤 연하인 베이비부머 세대인 나의 경우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베이비부머의 노후 빈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후 빈곤은 각종의 부작용을 불러온다. 먼저 경제적 어려움이다. 노후에는 안정된 직장에서 은퇴하므로 소득이 줄어들거나 일자리가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럼 생활비와 의료비, 주거 비용 등을 충당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는 경제적 스트레스와 함께 사회적 동반의 어려움까지 야기한다. 다음은 건강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적절한 음식과 건강 관리 서비스에 대한 부족은 영양 결핍, 건강보조 식품과 약물 복용 곤란, 의료 서비스의 제한 등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고립과 극심한 스트레스는 다음 수순이다.
참고로 베이비부머 세대는 전쟁이나 극심한 경기침체 이후 출산율이 급격히 증가한 시기에 태어난 이들로, 보통 한국 전쟁 직후 1955년에서 1963년까지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이런 관점에서 지역 어르신들께 지극정성으로 만든 음식으로 초복 맞이 사랑의 나눔 행사를 펼친 비래동 새마을부녀회는 정말 아름다운 이 시대의 귀감으로 보여 취재를 하는 내내 덩달아 흐뭇했다. 올해의 초복은 오는 11일이다.
홍경석/ 작가,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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