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 노무사 |
공교육의 부실화와 사교육 시장의 팽창이라는 왜곡된 교육현장을 바로잡을 교육개혁의 출발점이 쉬운 수능과 사교육 카르텔의 척결이라니 이건 시작부터 무언가 잘못된 듯 하다. 학벌 중심의 사회구조와 대학 서열화 개선, 입시 공정성 마련 등의 교육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에 대한 해법은 없이 사교육 시장을 범죄 집단으로 몰아 척결하고 쉬운 수능을 출제하면 왜곡된 교육제도가 정상화될 수 있을까? 다시 30년 전 일제고사의 부활과 과외 금지로 돌아가는 것일까?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에 대한 접근법에서 지난 1년간 실패한 노동개혁의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 근로시간 제도 개선, 공정한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는 주69시간 논란에 막혀 중단되었다. 그리고 남은 것은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건설노조 폭력행위 근절, 노동조합 회계공시 의무 부여 등 노동조합에 대한 범죄 척결 및 규제 강화 뿐이다. 노동현장에 고용노동부는 보이지 않고 경찰과 검찰만 나타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노동현장의 현실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건폭'으로 몰아 대대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타워크레인 기사의 '월례비'에 대하여 대법원 마저도 지난달 29일 "수십년간 지속해온 관행"으로 사실상 임금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미 많은 하급심 판례에서도 '월례비'에 대하여 연장근로수당 및 위험작업수당 성격의 임금이라는 판정이 나온 바 있어 이번 대법원 판정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결과였다. 지난달 말까지 277명의 건설노동자가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조합원 분신이라는 극단의 사태를 가져온 '월례비'가 임금이라는 법원의 최종 판단에 정부로서는 참으로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압수수색, 구속, 소환조사만이 난무하는 노동현장에서 더 이상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마지막 보루마저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노총 간부의 망루농성 폭력진압을 이유로 지난달 7일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하고 대정부 투쟁을 선언한 바 있다. 민주노총도 7월 총파업을 시작하며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집권 1년 만에 이른 바 '양대 노총' 모두가 정부에 등을 돌리게 된 것이다.
이 가운데 국회에서는 파업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어 국회에서는 또한번의 격돌이 예고되고 있다. 야당에서는 7월 임시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의 통과를 벼르고 있으며, 여당에서는 필리버스터 이야기가 나오고,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5일 대법원은 개정안과 같은 취지인 회사의 손해배상액 산정범위와 개별 조합원에 대한 책임을 제한하는 판정을 내리기도 하여, 정부와 여당의 입지가 그리 넓어 보이지 않는다.
지루한 장마비와 불볕더위가 예정되어 있는 올해 7월 우리나라 노동현장에서는 지루한 거리 시위와 총파업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에서는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극단적인 여야대치와 대통령의 3번째 거부권 행사로 인한 국회파행마저도 예고된다.
코로나 위기로 침체되었던 지난 3년간의 경제 불황의 탈출만을 기대하였던 국민들은 지금 물가인상, 무역수지 악화 등으로 코로나보다 더 심한 경제 침체를 겪고 있다.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시킬 기본 동력인 노동시장 개혁의 미래는 보이지 않고, 지루한 노정갈등과 정치 공방만을 지켜보아야 할 장마철 7월을 생각하면 벌써 깊은 한숨만 나오게 된다.
이훈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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