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에 나오는 '안티키테라'는 전형적인 맥거핀입니다. 운명의 다이얼로 불리는 이 장치는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만들었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영화가 보여주려 하는 것은 안티키테라를 차지하기 위한 인물들 간의 갈등과 분투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모험과 액션이 중요합니다. 역시나 영화가 끝나고 나면 안티키테라가 그렇게 대단한 것이었나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종결작답게 영화는 고대 유물을 지렛대 삼아 그걸 찾아 나선 사람들의 젊은 시절이었던 2차 세계 대전 무렵부터 그들이 늙어버린 1969년까지를 그려냅니다. 현재로부터 적어도 50년 전, 멀게는 70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아직 기계가 인간의 보조 수단이고, 사람이 몸으로 많은 일을 해야 했던 시절 말입니다. 역으로 영화는 우리가 사는 현재의 시점이 모험의 시대가 아님을 말해줍니다. 인공지능을 위시한 첨단 기계 문명의 발전은 편리하고 굉장하지만, 그만큼 미지의 세계를 향해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인간들의 용기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인디아나 존스 역을 맡은 배우 해리슨 포드의 액션은 말 그대로 고전적입니다. 말을 타거나, 기차 위를 뛰어다니고, 채찍을 휘두르며 적과 싸웁니다. 이 작품의 촬영과 편집 역시 전통적 액션 영화의 장르적 관습과 스타일을 충실히 보여줍니다. 아울러 그 유명한 행진곡풍의 트럼펫 멜로디가 유려하게 흐릅니다. 하지만 몇몇 비판적 지적처럼 이 영화는 존스에 맞서는 나치 출신의 교수 위르겐 폴러나 경매상 겸 대녀인 헬레나 쇼와의 대립과 갈등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실상 그들은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가적 열정과 도전에 대한 헌정과도 같은 이 작품에 동원된 조역에 지나지 않습니다.
위대한 액션 배우와 그의 멋진 활약이 빛나던 시리즈는 이제 아름다운 과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것을 기억하게 하는 장치입니다. 맥거핀처럼 말입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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