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효준 기자. |
이는 대한민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산업화를 거치며 고도성장을 거듭하던 시기엔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범국가적 구호까지 내걸릴 정도로 미래를 향한 투자를 위해 다산을 선택하는 가정이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현대화를 거치며 출산과 양육은 어느새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소비재'가 됐고, 오늘날엔 마침내 '사치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사치재란 인간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닌 재화이며 일반적으로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면 수요가 쉽게 변동하는 성격을 가진다. 소득이 더 높고 제품에 기꺼이 프리미엄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인간관계에서 자신의 권세를 상대방에게 알리는 일종의 시그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취업난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현세대의 청년들이 자신의 생존도 책임지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가족을 만든다는 것은 감히 어려운 선택이 돼가면서 마치 사치와도 같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대전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유일하게 합계출산율과 조출생률(인구 1000명당 새로 태어난 아이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대전시가 3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지역의 출생아 수는 7700명이며 조출생률은 전년보다 0.2명 증가한 5.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전의 합계 출산율은 전년 대비 0.03명 증가한 0.84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0.06명, 특·광역시 평균 대비 0.15명가량 높은 결과다.
날이 갈수록 하락만 거듭하던 출산율이 처음으로 증가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일 수 있겠지만, 대전은 여전히 합계출산율이 1명이 채 되지 않는 데다, 전국 17개 시·도와 비교해도 여전히 절반 정도의 순위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 성과로 치적하고 홍보하기엔 터무니없이 모자란 수치란 뜻이다.
충청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아직 지역민 10명 중 5명은 '결혼은 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났을지라도 적어도 내 주변 친구 중 절반 이상은 아직 결혼에 대한 의지가 강하게 남아있다는 의미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초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추진 방향과 과제를 제시하며 대대적인 정책 개선을 강조했고, 이장우 대전시장도 출산율 제고를 위한 각종 지원 정책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나는 대전시가 지금의 상황을 만족이 아닌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길 바란다. 출산율 일부 상승이 하락장 진입에 접어들기 전 기술적 반등이 아닌 상승장 진입의 전초가 될 수 있도록 결혼을 앞둔 청년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적절한 전략을 세워주길 바란다. 그렇게 내 친구들이 포기하는 것들을 조금이라도 줄여줬으면 좋겠다.
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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