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대전 현충원 둘레길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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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 대전 현충원 둘레길을 걸으며

심은석 건양대학교 국방경찰학부 교수

  • 승인 2023-07-03 10:28
  • 신문게재 2023-07-04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심은석 교수
심은석 건양대학교 국방경찰학부 교수
호국 보훈의 달, 어느 날 집 근처 대전 현충원 둘레길을 걸었다.

녹음이 짙어진 산과 묘역에는 아름드리나무가 춤을 춘다. 계룡산 자락 10km 둘레길은 우산봉을 오르내리며 등산이나 걷기에 참 좋다. 묘역을 걸으면서 상념에 젖고 옷깃을 여미는 살아있는 교육현장이다.

우람한 나무 사이로 현충탑이 우뚝 서 있고 애국 독립열사, 천안함, 서해해전 호국영령이 영면하고 계시기에 언제나 숙연하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전사 순직한 호국영령을 추모하듯이 현충원 경내는 사계절 빛나는 모습으로 살아 숨 쉬며 살아있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이곳에 안장되신 분들은 대부분 군복을 입고 평생을 헌신하시던 분들이셨다. 제복을 입고 엄격한 규율과 사명감으로 위험하고 고단한 임무를 수행하시던 분들이었다. 제복 입은 사람, 흔히 MIU (Men in uniform)는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모습으로 국가안보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일하시던 분들이다. 제복을 입었던 분들은 희생과 헌신을 소명으로 일평생 고단한 음지에서 살았던 분들이다.



지금도 군인, 경찰, 소방등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분들은 제복을 입으며 규율과 임무를 생각하며 긴장속에서 근무한다. 고단한 임무와 사명의 상징인 제복을 입는 분들은 자부심과 소명의식을 갖고 이웃과 사회는 존경과 신뢰로 대답해 주기를 원할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제복입은 사람은 존경과 신뢰의 상징이 되고 순직, 전사한 MIU는 영웅으로 기억하는 것을 많이 본다.

하지만 24시간 밤낮으로 임무 수행하며 제복을 입는 이분들에 대한 노고와 헌신에 사회적 인식은 조금 부족한 것 같다. 군바리, 짭새등 이제는 사라 졌지만 군경에 대한 비속어로 제복을 조롱하던 어두운 시절도 있었다 .

80년대 초 청소년 시절에 제복에 대한 동경과 선망으로 경찰의 꿈을 안고 제복을 입었다. 당시 시위가 극심했던 서울 대학가를 주말에 경찰대학생 제복을 입고 활보했던 추억이 새롭다. 일선 경찰관들이 시위 대학생에 잡혀 린치를 당하던 시절에도 예비 청년경찰에 기대가 컸던 시민들은 제복에 무척 호의적이었고 미팅 상대로 인기가 있었다.

임관하여 고향을 떠나 전국 각지에서 경찰로 일했다. 이제 입던 정든 제복은 옷장에 두고 가끔 추억을 더듬는다. 인사 이동이 불규칙한 군, 경찰 자녀들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 학창시절이 평탄치 않고 잦은 이사는 자녀교육이나 가족 정서, 사회생활이나 경제여건에도 영향을 주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든 남들이 두려워하고 위험 하거나 어려운 일들을 감당해야 하는 MIU는 가장 소중한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전쟁과 위험 앞에서 당당히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미국 911 테러 당시에 세계 무역센터 주변이나 멀리 있던 경찰, 소방관들이 그곳으로 달려가 무너지는 불길 속에 뛰어들어 대피하는 시민들을 구조하다가 411명이 순직하였는데 제복입은 사람의 용기와 헌신을 생각하게 한다. 위험 하거나 두려운 곳은 가지 않고 멀리 피하는 것이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지만 제복입은 사람들은 두려운 본능보다 사명감과 의무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일상 생활의 작은 불편과 사소한 위험이라도 경찰과 소방은 달려간다. 높은 산 부주의한 등산객에 헬기가 동원되기도 하고 애완견 구조나 벌집제거, 열쇠분실, 병원후송 등 작은 불편에도 최선을 다한다.

시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위해 매년 수많은 제복 입은 젊은이들이 희생되기도 한다. 세계 6위 국방력, 최고수준의 치안과 화재진압 등 각계에서 헌신하는 MIU분들을 존중했으면 좋겠다.

70년 전 6.25 전쟁에서만 국군 14만 명, 경찰 1만 3000여 분이 전사하셨다. 자신의 목숨과 모든 것을 던져 조국을 지켜낸 분들이다.

당시 목숨을 걸고 적진에 투입되어 임무 수행했던 켈로(KLO) 부대 출신 노병이 올해 처음으로 정부로부터 존재를 인정 받았다며 감사 편지를 어느 장관에게 작은 쪽지로 주었다고 한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21명의 켈로 부대 전우들을 그리는 94세 그분의 애절함에 고개 숙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는 미래가 없다는데, 나의 오늘 행복과 안전은 지금도 언제 어디서든 준비가 되어 있는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이 아닐까?

고귀한 호국 영령이 고요히 잠든 대전 현충원 둘레길을 오늘도 걷는다.
심은석 건양대 국방경찰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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