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말 현재 국내 가계대출 차주(대출자) 수는 모두 1977만명으로 전체 대출 잔액은 1845조3000억원이다.
이 자료는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전체 가계대출자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40.3%로 추산됐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대출받는 사람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다. 이를 보면 1분기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대출자들은 평균 연 소득의 40% 정도를 빚 갚는데 써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DSR이 100% 이상인 차주도 전체의 8.9%로 175만명에 이른다. 가계대출자의 연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과 같거나 소득보다 많다는 의미로 빚을 갚는데 번 돈을 모두 써야 한다는 의미다. 이 비중은 2020년 3분기(7.6%) 이후 2년 6개월 동안 계속 증가하고 있다.
DSR 70% 이상 대출자 수는 299만명(15.2%)이다. 보통 금융당국과 금융기관 등은 DSR이 70% 정도면 최저 생계비만을 빼고 거의 모든 소득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한다고 본다. 이 결과대로면 현재 300여 만명의 대출자는 원리금 부담이 커 생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다중 채무자의 DSR은 더 심각하다.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는 1분기 말 226만명이다. 다중채무자의 평균 DSR은 62.0%다.
다중채무자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취약차주'의 경우 1분기 말 현재 DSR이 평균 67.0%였다.
대출 부담이 늘면서 연체율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해 3월 말 현재 은행과 비(非)은행 금융기관에서 각 0.30%, 1.71%에 이르렀다. 은행 연체율은 3년 6개월, 비은행권 연체율은 2년 6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자영업자 대출도 심각하다. 최근 한국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현황'을 보면, 자영업자들의 대출(1033조7000억원)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체율도 2%대 육박했다.
지역 경제계 한 관계자는 "빚을 갚을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결국 이는 경제 불안이 가중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가계 대출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이 고심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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