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 신탄진에 위치한 대전보훈병원이 최근 재활센터와 국가지정음압병상을 새롭게 개원했다. |
대전보훈병원에 입원 중인 국가유공자 이혜구(73) 옹은 1971년 국가의 부름을 받고 1년간 맹호부대 기갑연대 보병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그는 부대원들과 함께 안케패스 작전의 638고지(일명 안케고지) 탈환작전을 수행했다. 638고지는 베트남 중부와 서부를 연결하는 보급로이자 전략요충지로 이곳에서 벌인 전투는 한국군 75명이 전사하고 104명이 부상 당하는 등 베트남 전쟁 중 가장 치열한 고지전으로 기록된다. 그는 치열한 전투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국가와 전우를 지키는 마음으로 민둥산이 되어버린 적진을 향해 진격한 끝에 1972년 4월 23일 새벽 낯선 땅 638고지를 탈환했으나 당일 저녁 적의 B40로켓포 공격에 피탄 되어 왼쪽 다리를 절단하는 중상을 입었다. 고향 충남으로 귀국해 가정을 이뤄 목발을 집고 또다시 산업전선에 뛰어든 그는 아이들을 키워낸 지금에서야 휠체어에 몸을 맡기고 대전보훈병원에서 자기 건강을 살피는 시간을 갖고 있다. 최근 개원한 대전보훈병원 재활센터에서 만난 이혜구 옹은 근골격계 질환에 많이 사용되는 체외충격파 물리치료와 근골격계 재활운동을 매일 무료로 받고 있다.
이혜구 옹은 "나라가 어려울 때 책임을 다해 임무를 수행했던 이들 중에서 6·25참전 선배 용사들은 몇 분 남지 않았고 베트남전 동지들도 서울현충원에 여럿 영면했다"라며 "대전보훈병원이 있는 덕에 치료와 재활을 꾸준히 받을 수 있어 고맙게 생각하고 최근에 병원 진료환경이 크게 개선돼 제가 젊었을 때보다 나라가 부강해졌구나 보람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윤종진 국가보훈부 차관이 6월 28일 재활센터 개원식에 참석해 입원실을 살펴보고 있다. |
대전보훈병원은 1997년 지상 6층 지하 1층 규모로 개원 후 국가유공자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진료하는 대전·충청권역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수행했다. 387개 병상에는 이혜구 옹처럼 국가에 헌신한 영웅뿐 아니라 경찰과 소방의 제복의 봉사자 그리고 일반 주민들까지 치료가 필요한 이들이 진료를 받고 있다. 기존의 노후화 된 시설 한 두 곳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진료환경 전반에 대한 개선해 병원의 중장기적 발전을 도모하는 핵심사업을 현재 수행 중이다. 과거 5~6인실로 운영되던 입원 병동을 전면 개편해 4이실 이하로 개선해 쾌적한 진료환경으로 올해 변경했고, 접수를 거쳐 진료 검사, 수납까지 고령의 내원 환자들이 덜 불편하도록 동선을 개선했다. 본관동 주출입구와 로비를 확장하고 접수, 수납, 대기공간을 추가 확보해 환자의 이동 동선을 최소화하도록 재배치했다. 이로써 진료 집중도를 강화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기획실과 운영실 등 병원 운영을 뒷받침하는 직원들이 근무하는 지원동을 신축했고, 장례식장도 새롭게 개장했다. 여기에 의료기기를 보강해 초음파장비, 내시경 장비 및 근골격계 초음파진단기와 복강경 의료기기를 도입하고 CT와 MRI 장비를 개선했다.
보훈공단 이상진 사업이사 |
▲첨단장비&최적화 공간
대전보훈병원 재활센터는 부산과 광주보훈병원에 이어 3번째 추진된 정부 국정과제 일환으로 2023년 6월 개원했다.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연면적4638㎡)으로 지상 1층에서 3층까지는 외래진료 및 치료시설이 배치되 4층에는 40병상 규모의 재활입원병상과 5층에는 국가지정 음압치료병상 8개실이 설치됐다. 총 사업금액 171억1400만원 중 의료장비 확보 비용만 2억2600만원을 투자했다. 걷지 못하거나 상반신 거동에 불편을 겪는 환자가 안전하게 재활훈련 하는 하지·상지 로봇치료시스템과 디스크 환자 치료를 돕는 무중력감압치료 시스템 등 각종 첨단기술을 도입해 몸이 불편한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에 대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재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또 도수치료를 추가 개설하고 장차 필요성이 대두되는 소아재활을 위한 전용 공간도 확보했다.
특히, 병원 내 재활센터 신축 개원을 통해 국가유공자와 가족이 부족함 없는 재활치료를 받고 더불어 지역주민을 향한 재활치료를 제공하고자 했다. 또 연로하고 장기간 입원하는 특성을 감안해 환자와 유대감을 높이면서 가족 같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재활의학과 강기창 치료사는 "보훈가족이 다른 병원을 찾아가지 않고 대전보훈병원에서 우수한 재활과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첨단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치료실을 어떻게 만들고 치료받는 환자들의 동선을 설계 초기부터 고민해 환자와 치료사 모두 재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라고 특징을 설명했다.
대전보훈병원 재활센터에서 한 환자가 재활훈련을 받고 있다. |
대전보훈병원은 대학병원에서도 갖추지 못한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를 중부권 최대규모로 운영 중이다. 2022년 1월부터 16병상 규모로 환자가 마지막까지 존엄한 삶을 지킬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85병상 규모로 확대해 회복에 필요한 전문간호는 물론 보호자의 간병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대전보훈병원은 코로나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7일부터 2022년 5월 23일까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국유공자 등 보훈대상자와 지역주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 대전보훈병원의 의지다. 감염병이 또다시 대유행할 때 전담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이고 선도적으로 수행했다. 현재 재활센터 내에 국가지정 음압병상이 구축됐고, 지난 코로나19 유행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성공적으로 감염병 전담병원을 운영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감염병 대응 공공의료 기관으로 부상할 계획이다.
대전보훈병원 채수정 운영실장은 "코로나19 이후 병원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으로 국가유공자에 대한 진료와 함께 지역 주민들도 믿고 찾을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육성하고자 한다"라며 "재활센터와 국가음압병상 개원을 계기로 교통과 주변환경에 대해서도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대전보훈병원 재활센터 개원식에서 참석자들이 개원을 알리는 커팅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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