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선 8기 1년, 거꾸로 가는 유성구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 민선 8기 1년, 거꾸로 가는 유성구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 승인 2023-07-02 09:20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953382_786979_2830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민선 8기 임기도 벌써 1년이 지났다. 1년 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다졌던 각오를 돌아보며 초심을 강조했던 선각자들의 말을 생각한다. "끝맺기를 처음처럼 하면 실패하는 일이 없다." 노자의 말이다. 고대 로마의 시인 푸블릴리우스 시루스도 일찍이 시종일관(始終一貫 )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이렇게 일갈했다. "최고에 도달하려면 최저에서 시작하라." 최종에 이르기 위해서는 최초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리라. 민선 8기 첫날의 취임식 풍경을 떠올린다. "35만 구민과 함께, 더 좋은 미래로!" 그날 구민들과 함께 들었던 손팻말의 구호다.

지난 1년은 그 다짐을 실행하고 초심을 잃지 않되 유성의 미래를 그려가는 시간이었다. 이를 위해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는 현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는 메가트렌드의 변화를 실감했다.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세계 혁신기업들이 펼치고 있는 무한경쟁의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

그곳에서 정리한 키워드는 두 가지다. 생각의 확장과 과감한 도전. 그것은 실증테스트베드 가속화, 디지털전환지원센터(DX) 운영, 친환경 목재친화도시 조성, 스마트농업 실증화단지 구축 등 미래를 향한 유성구의 혁신 사업과 더 좋은 유성을 만들기 위한 필수항목이다.

지난 4월에는 이탈리아 볼로냐와 영국 프레스턴을 찾았다. 볼로냐는 사회적경제 도시다. 여러 협동조합이 작은 기업들과 강력한 산업클러스터를 구축해 지역경제의 기초를 이룬다. 서점협동조합과 공방형 소기업, 농식품 시장을 둘러보고 중소기업인협회(CNA) 등을 만나 기업과 협동조합의 상생, 정부 지원정책 등을 살폈다.



프레스턴은 한때 영국 내 자살률 1위 도시라는 오명을 받은 가난한 도시였다. 2010년대 중반부터 지역 내에서 자원이 선순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프레스턴 모델'이라는 명성을 얻으며 부활했다. 역사적·문화적 환경이 다른 만큼 단순 적용은 당연히 무리다. 하지만 두 도시의 성공 배경에 흐르는 상생과 협력의 DNA는 당장 수혈해도 부작용이 없을 것 같다.

유성구는 '유성구 모델'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민선 7기 성과와 함께 민선 8기 4년의 노력을 더 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 가능성의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먼저 유성구는 대전에서 유일하게 인구와 출생아 수가 동시에 증가했다. 2018년 34만 9,790명에서 2022년에는 35만 6,093명으로 늘었고, 올해도 5월 말 기준으로 36만 1,748명을 기록했다. 감소하던 출생아 역시 2022년에는 2,500명으로 전년 2,332명보다 7.2% 늘었다.

또 하나 유의미한 지표는 한국표준협회의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평가다. 유성구는 올해까지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행정의 적극성, 신뢰성, 적절성 등 9개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행정의 본질에 충실한 결과다.

국내 인구 감소는 도시소멸까지 걱정할 정도로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유성구의 지속적인 인구 증가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사회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주민 수요가 다변화하면서 행정의 본질과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방향보다 속도가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곤 한다.

이런 가운데 유성구가 서비스품질 평가에서 3년 연속 최고 성적표를 받은 것은 그 자체로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인이 이런 덕담을 건넸다. "유성구는 거꾸로 가네요." 이런 일이라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거꾸로 갈 생각이다. 그것이 '다 함께 더 좋은 유성'이라는 미래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변해야 산다. 제대로 변하기 위해서는 거꾸로 지켜야 할 것도 있다. 상생과 협력으로 도시재생에 성공한 볼로냐와 프레스턴이 그것을 방증한다.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교수는 말했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그렇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도시도 없다. 민선 8기 1주년을 맞아 초심을 생각하며 떠올린 명제다.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