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
지난 1년은 그 다짐을 실행하고 초심을 잃지 않되 유성의 미래를 그려가는 시간이었다. 이를 위해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는 현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는 메가트렌드의 변화를 실감했다.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세계 혁신기업들이 펼치고 있는 무한경쟁의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
그곳에서 정리한 키워드는 두 가지다. 생각의 확장과 과감한 도전. 그것은 실증테스트베드 가속화, 디지털전환지원센터(DX) 운영, 친환경 목재친화도시 조성, 스마트농업 실증화단지 구축 등 미래를 향한 유성구의 혁신 사업과 더 좋은 유성을 만들기 위한 필수항목이다.
지난 4월에는 이탈리아 볼로냐와 영국 프레스턴을 찾았다. 볼로냐는 사회적경제 도시다. 여러 협동조합이 작은 기업들과 강력한 산업클러스터를 구축해 지역경제의 기초를 이룬다. 서점협동조합과 공방형 소기업, 농식품 시장을 둘러보고 중소기업인협회(CNA) 등을 만나 기업과 협동조합의 상생, 정부 지원정책 등을 살폈다.
프레스턴은 한때 영국 내 자살률 1위 도시라는 오명을 받은 가난한 도시였다. 2010년대 중반부터 지역 내에서 자원이 선순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프레스턴 모델'이라는 명성을 얻으며 부활했다. 역사적·문화적 환경이 다른 만큼 단순 적용은 당연히 무리다. 하지만 두 도시의 성공 배경에 흐르는 상생과 협력의 DNA는 당장 수혈해도 부작용이 없을 것 같다.
유성구는 '유성구 모델'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민선 7기 성과와 함께 민선 8기 4년의 노력을 더 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 가능성의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먼저 유성구는 대전에서 유일하게 인구와 출생아 수가 동시에 증가했다. 2018년 34만 9,790명에서 2022년에는 35만 6,093명으로 늘었고, 올해도 5월 말 기준으로 36만 1,748명을 기록했다. 감소하던 출생아 역시 2022년에는 2,500명으로 전년 2,332명보다 7.2% 늘었다.
또 하나 유의미한 지표는 한국표준협회의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평가다. 유성구는 올해까지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행정의 적극성, 신뢰성, 적절성 등 9개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행정의 본질에 충실한 결과다.
국내 인구 감소는 도시소멸까지 걱정할 정도로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유성구의 지속적인 인구 증가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사회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주민 수요가 다변화하면서 행정의 본질과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방향보다 속도가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곤 한다.
이런 가운데 유성구가 서비스품질 평가에서 3년 연속 최고 성적표를 받은 것은 그 자체로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인이 이런 덕담을 건넸다. "유성구는 거꾸로 가네요." 이런 일이라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거꾸로 갈 생각이다. 그것이 '다 함께 더 좋은 유성'이라는 미래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변해야 산다. 제대로 변하기 위해서는 거꾸로 지켜야 할 것도 있다. 상생과 협력으로 도시재생에 성공한 볼로냐와 프레스턴이 그것을 방증한다.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교수는 말했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그렇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도시도 없다. 민선 8기 1주년을 맞아 초심을 생각하며 떠올린 명제다.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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