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뿐이라고 한다. 반면 사망자 수는 역대 최대로 늘어 인구는 3년째 자연 감소를 이어갔다.
한마디로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저출산이 심화되고 있는 까닭은 일과 육아를 함께 하기 어려운 환경과 함께 만혼(晩婚), 혼인 건수 감소 등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사상 최저인 19만 1697건으로 2년째 20만 건을 밑돌았다. 이런 와중에 갓 태어난 아기를 거듭하여 둘이나 죽이고, 냉장고에 수년간 보관해 온 '수원 영아 살해' 사건이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더군다나 이 영아 살해 사건은 경찰의 수사 덕분이 아닌 감사원의 보건당국 감사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충격의 강도는 더욱 셌다. 감사원은 올해 3월 복지부 정기감사를 통해 태어난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안 된 2236명을 찾아냈다.
병원에서 출산 기록은 있지만 부모가 주민센터에 출생 신고를 하지 않은 아이들이었다. 2,236명 중 감사원이 경찰에 수사 의뢰된 아이는 불과 15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서 자녀를 살해하고 냉장고에 넣은 30대 여성이 구속되면서 합계출산율 0.78명의 어두운 비밀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모양새다. 반대로 병원 밖에서 낳아 태어난 죄(?)로 출생 기록조차 없는 아이들은 그야말로 '유령 아이'로 전락하면서 이승인지 아니면 저승인지조차 모르게 떠돌고 있는 셈이다.
출산한 아이가 출생 신고에서 누락되는 이유는 부모가 직접 출생 신고를 해야 하는 '불편한' 현행 제도 때문이다. 미국, 영국, 독일처럼 출산과 동시에 병원에서 출생 신고를 의무적으로 하는 제도만 정착되었더라도 '수원 영아 살해' 사건과 같은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2006년부터 해마다 수십조 원을 투자해 왔다. 그러나 출산율 하락은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럼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직장에서의 남녀 불평등과 직업 환경에서의 차별이다. 갈수록 간극이 벌어지고 있는 빈부격차 또한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각된 지 오래다.
또한 일부 사회지도층의 '내로남불' 행각이 사회적 모순이자 혐오 대상으로 각인되었다. 소위 '강남좌파'들은 특목고에 대하여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자기 자녀가 일종의 현대판 귀족학교라 할 수 있는 특목고에 보냈으며 대학도 외국 유학으로 마무리하는 이중인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어쨌든 우리나라는 1950년에 6.25 전쟁이 시작되었음에도 1950~51년 연간 출생아 수는 60만 명을 넘었다. 당시 합계출산율은 5.05명이나 되었던 것이다.
지금처럼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병원에서 발급한 아기의 출생증명서를 들고 부모가 주민센터에 가서 신고해야 하는 제도부터 시급히 뜯어고쳐야 한다.
병원이 아기의 출생증명서를 발급 후 즉시 행정관청에 신고하는 당연한 관행이 단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입법조차 돼 있지 않다는 것은 합계출산율 0.78명의 또 다른 어두운 비밀이자 행정 미비의 소산이다.
'만고효녀' 심청의 어머니는 심청을 출산한 뒤 얼마 안 되어 사망한다. 그러나 홀아비가 된 심학규는 동네 아낙들의 측은지심에서 비롯된 젖동냥으로 살아났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새삼 부러운 즈음이 아닐 수 없다. 온 마을보다 정부가 훨씬 막강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거늘.
홍경석/ 작가,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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