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 돌풍을 이끌었던 하나시티즌은 최근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목표 순위 6위 안팎에 안착하고 있으며, 연패 속 침체기를 맞았던 한화이글스는 외인들의 활약과 함께 현재 1371일 만의 6연승을 질주하며 팀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키고 있다.
양 팀 모두 여름 시즌을 앞두고 박 터지는 순위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하나시티즌은 영예의 파이널A에 포함될 수 있을지, 한화이글스는 '만년 꼴찌'란 그간의 오명을 벗어내고 중위권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편집자주>
대전하나시티즌 선수들이 6월 24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를 앞두고 단합을 다지고 있다.(사진=대전하나시티즌 유튜브 채널 갈무리) |
프로축구 K리그1은 어느덧 19라운드까지 끝내면서 시즌 반환점을 돌고 있다. 이 중 가장 치열한 구도는 리그 1등인 울산 현대의 수성(守城)과 상위권 도약을 통해 파이널A 진입을 노리는 중위권 팀들의 경쟁이다.
하나시티즌을 포함한 K리그1의 대다수 구단의 최우선적 순위 목표는 33라운드의 경기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리그 6위 안에 안착하는 것이다. 1위부터 6위에 이르는 팀들은 파이널A로 분류돼 경기를 마지막까지 하위팀들과 별도로 5경기를 더 치르며 승점의 변동이 생기더라도 7위는 6위의 순위를 뒤집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파이널A에 포함되면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와 FA컵 진출까지 꿈꿔볼 수 있는 반면 파이널B는 오로지 생존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강등과 승강 플레이오프 순위를 경쟁하며 살 떨리는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하는 것이다.
대전하나시티즌 선수들이 6월 7일 인천유나이티드와의 경기 후 팬들과 인사하고 있다.(사진=대전하나시티즌 제공) |
전반기 동안 역대급 독주를 벌이고 있는 울산은 사실상 기록 갱신의 영역에 진입했다고 봐도 무방하고 2위부터는 대혼란이 펼쳐지고 있다. 당장 2위와 8위의 승점 차이는 불과 7점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6위(하나시티즌)부터 7위(대구FC), 8위(전북 현대 모터스)는 승점이 27로 동률을 이루고 있다. 한 경기 승패 결과에 따라 순위가 2~3단계까지 오르내리는 것은 물론, 다득점으로 순위가 결정돼 희비가 교차할 가능성도 커지면서 중위권에 이르는 팀들은 매 순간 사활을 걸며 경기에 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민성 감독은 "매 순간 모든 경기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지면 떨어진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올 시즌 승격에 성공한 하나시티즌 입장에선 강등 경쟁을 벌이지 않아도 되는 파이널A 진입이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지만 변수는 다소 들쭉날쭉한 경기력이다.
공격 축구가 특징인 하나시티즌은 함께 맞수를 벌이는 팀들을 상대로는 강한 모습을 보이지만 뒷문을 튼튼하게 걸어 잠그는 팀들을 마주했을 땐 여전히 별다른 수를 써보지 못한 채 패배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시티즌의 최근 4경기 성적은 1승 2무 1패로 상위권 도약을 꿈꾸는 팀으로선 상당히 아쉬운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함께 타 강팀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얕은 선수풀도 약점으로 지목되는 상황인데, 최근 하나시티즌은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강윤성을 영입하면서 분위기 쇄신을 노리고 있다. 2016년 하나시티즌에서 데뷔한 뒤 2019년 FA(자유계약)로 제주 유나이티드에 이적한 강윤성은 2021시즌까지 3시즌 연속 2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특히 2020년에는 21경기에 출장해 7개 공격포인트(3골 4도움)로 제주의 K리그1 승격에 기여했으며 이후 김천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
강윤성은 "대전은 프로 데뷔를 함께했던 팀으로 개인적으로 많은 추억과 애정을 가진 팀이며 올 시즌 활약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응원하고 있었다"며 "같은 팀의 일원으로 다시 함께할 수 있어 정말 영광이다. 대전이 더 높은 목표로 도약하는데 일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이글스 노시환 선수(앞줄 왼쪽)가 6월 28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은 팬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한화이글스 제공) |
한화이글스는 6월 28일 기준 3년 9개월 만에 파죽의 6연승을 달리며 움츠러들었던 독수리의 날개를 당당히 펼쳐 보이고 있다. 이는 2019년 9월 이후 1371일 만의 대기록이다.
'만년 꼴찌' 한화 부활의 서막이 열리고 있는 것으로, 한화는 최근 10경기에서 6승 1무 3패를 기록했다. 리그에서의 순위는 전체 10개 팀 중 9위로 여전히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중위권 팀들과의 격차는 최근 크게 좁혀들었다. 7위 KT wiz(30승 2무 37패)와의 격차는 0.5게임, 5위 키움 히어로즈(35승 2무 37패)와의 격차는 3.5게임 정도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요즘과 같은 파죽지세를 이어간다면, 멀게만 느껴졌던 중위권 순위 경쟁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한화의 분위기 반전엔 외인들의 기량 상승이 톡톡히 한몫했다. 어느덧 한화의 승리 요정으로 자리잡은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는 여전히 우수한 경기력을 펼치고 있으며 시즌 초 부진했던 펠릭스 페냐의 기량도 올라왔다. 페냐의 기량이 본격적으로 올라온 시기는 5월부터로, 4월 1승 3패 평균자책점 5.48로 머무르던 당시와 달리 5월 5경기에서 3승 1패, 6월에도 2승 무패 호실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6월 27일 KT wiz전에서 호투를 보여주며 한화의 연승 행진에 일조했다.
6연승의 종지부엔 2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KT wiz와의 홈경기 승리가 장식했다.
한화이글스 선수들이 6월 28일 KT wiz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이후 6연승 달성 기념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사진=한화이글스 제공) |
이날 선발 투수로 나선 한승혁이 3이닝 8피안타 2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경기 초반부터 다량의 실점을 기록하면서 흔들린 한화이지만, 타선에서의 강력한 화력과 구원에서의 릴레이 무실점 호투가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한승혁이 1-4로 밀리던 4회 초 마운드를 내려갔고 이후 정우람, 주현상, 이태양, 김범수, 강재민, 박상원 등 구원 투수 6명이 KT의 타선을 틀어막았다.
특히 이진영(시즌 4호)과 노시환(시즌 14호)이 날려버린 홈런포는 분위기를 역전하는데 성공하며 한화의 6대4 승리를 견인했다.
최원호 감독은 "경기 초반 다량의 실점 이후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막아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해준 불펜들을 칭찬하고 싶다"며 "팀이 필요했던 순간 동점 홈런과 역전 홈런을 기록한 이진영과 노시환의 집중력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이제 본격적인 순위 경쟁이 시작되는 여름 시즌, 대전을 대표하는 프로스포츠 구단들이 불안했던 경기력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중위권과 상위권으로의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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