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원 뉴스디지털부 기자 |
2015년에 발표한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조사 결과를 보면 대학생들이 뽑은 취업 스펙 1위는 토익(TOEIC)이었다. 그런데 혹시 토익이 일본경제단체연합회(이하 경단련)에 의해 만들어진 영어시험이라는 것을 아는가? 토익은 1979년 일본 기업과 통산성의 요청에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미국교육평가위원회(ETS)가 개발한 시험이다.
YBM 한국 토익위원회 소식지에 따르면 한국의 토익 누적 응시자 수는 2021년 5월 기준으로 약 300만 명에 이른다. 토익 응시료는 2023년 4만8000원인데 이 중 일부 금액은 개발사인 ETS에 로열티로 지불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서울대, 고려대 등에서 만든 텝스(TEPS), 토플(TOEFL)이라는 국내 어학시험이 버젓이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토익이 취업준비생들을 판가름하는 선별 기제로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지자체에서는 청년들에게 토익시험비를 지원해주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대전 서구의 경우 올해 청년들의 취창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목하에 토익을 포함한 자격증 시험 응시료에 최대 10만 원까지 지원해준다. 다른 지자체도 조금만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비슷한 정책들이 줄지어 있는 현태를 알 수가 있다. 국가 예산이 해외 로열티로 빠져나가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이에 더해 최근엔 학생들이 토익스피킹까지 함께 응시하는 추세다.
이렇게 토익이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리게 된 원인은 대기업에 있다. 1982년 12월 삼성그룹이 대기업 중 최초로 용인연수원 연수생들의 영어 실력을 측정하는 특별시험으로 토익을 시행했다. 이후 1980년대 후반까지 럭키금성,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포항종합제철, 대한항공, 두산그룹 등이 연이어 토익을 활용했다. 2000년대에 넘어와서는 외무고시와 사법시험, 행정고시, 입법고시에도 토익 점수가 인정됐다.
토익 종주국인 일본의 경우엔 연간 200만 명 정도가 응시하지만, 문부과학성의 장려 정책으로 토종 영어시험인 '에이켄(EIKEN)'도 연간 300만 명이 응시한다.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영어시험인 NEAT를 개발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기자도 대학생 시절 취업 준비를 위해 토익학원에 다닌 경험이 있다. 당시 약 30만 원에 이르는 토익 학원비를 대전시에서 지원받았다. 하지만 토익의 역사를 알고 나니 국민의 혈세인 지자체 예산이 해외로 줄줄 새는 상황에 문제가 크다는 생각이다. 과연 대한민국 자체 영어시험이 아닌 해외 자격증이 우리나라 취업 준비생들을 선발하는 기준으로 활용되는 현실이 진정 괜찮은 것인가.
윤주원 기자 sob2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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