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곤 지도위원. |
민속악적 용어의 '판'은 특수한 목적으로 행위가 되는 공간으로 공연예술이 발달하기 이전 민속예술의 무대는 마당이나 마을의 큰 광장 또는 학교 운동장에서 행위가 이뤄졌다.
'판소리' 또한 판에서 소리를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과 작품의 완성도를 나타내는 의미의 판을 짠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판소리는 17세기부터 등장한 한국의 전통음악으로 한 사람의 창자가 소리와 아니리(대사), 너름새(몸동작)를 하면서 긴 이야기를 연극적 요소와 스토리를 풀어가는 형식으로 고수(북치는 사람)가 장단을 맞추어 추임새를 하며 소리 길을 함께하는 공연이다.
소리판을 만들어가는 요소로는 소리꾼, 고수, 그리고 청중이 함께 있다. 판소리는 관객과 함께하는 공연으로 공연 중간에 흥이 나면 얼~쑤, 좋~다, 잘한다~ 등을 외치는데 이를 추임새라고 부른다. 이는 소리꾼이 청중에게 이야기를 전달만 하는 일방적인 음악 예술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판소리는 서양의 오페라와 유사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오페라는 연기조차도 노래를 통해서 하고, 받쳐주는 음악이 서양 클래식 음악이며 관객이 조용히 감상한다는 점에서 판소리와 대조적이다. 판소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부분과 창을 하는 부분이 나뉘어져 있으며, 고수의 북소리와 추임새를 제외하고는 별도의 음악이 없으며, 관객이 같이 추임새를 넣어주는 등 관중이 같이 참여하는 형태였다는 차이점이 있다.
판소리는 호남지방에서 그 예술적 형식이 정착되었으며, 양반이 아닌 일반 하층민을 대상으로 시작된 예술 문화다. 18세기에 들어 판소리는 양반에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고 조선 전국에서 사랑받는 문화가 되어 현재까지 전해내려져 오고 있다.[
판소리는 국가무형문화재와 시·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전승 발전되고 있으며, 우리 민족의 '희노애락'을 함께해온 무형유산 걸작으로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아 2003년 11월 7일 유네스코 제2차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됐고,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되어있다.
판소리는 12마당 즉 춘향가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 배비장타령, 변강쇠타령, 장끼타령, 옹고집타령, 무숙이타령, 강릉매화타령, 가짜신선타령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충, 효, 의리, 정절 등의 가치관이 담긴 5마당(수궁가, 심청가, 적벽가, 춘향가, 흥부가)으로 정착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판소리의 기본선율은 계면조·우조·평조·경드름·설렁제 등 여러 조(調)가 있다. 슬픈 애환을 담아낸 계면조, 밝고 화평한 느낌을 주는 평조, 웅장한 느낌을 주는 우조, 경쾌한 느낌을 주는 경드름, 씩씩한 느낌을 주는 설렁제, 그 밖에 추천목·강산제·석화제·메나리조 등 슬프고 즐거운 여러 조가 있다.
판소리의 유파가 생긴 지역으로는 전라도와 충청도 서부, 경기도 남부에 이르는 넓은 지역으로, 지역적 특성과 전승 계보에 따라 여러 유파가 생겼다. 충청도와 경기 일부의 중고제(中高制), 전라도 동북지역의 동편제(東便制), 전라도 서남지역의 서편제(西便制)로 크게 구분하고, 유파에 따라 발전한 여러 유파들이 전승되고 있다.
판소리에 쓰이는 장단은 느린 장단인 진양, 보통 빠른 중모리, 조금 빠른 중중모리, 빠른 자진모리, 매우 빠른 휘모리등 여러 장단들이 소리길을 함께해 극 중에 나타나는 여러 사설의 긴장과 이완을 표현하고 있다.
판소리는 역사성 만큼이나 음악적 구성과 사설이 잘 짜여진 작품이다. 처음 접하면 한자어가 많이 나와서 사설(가사)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음악은 만국공통어이기에 춘향가의 사랑가 한 대목이라도 접하면서 우리 소리와 친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김병곤 대전시립연정국악단 지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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