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필우 수질개선과장 |
2022년 8월 서울 강남역 주변의 기록적인 폭우로 이른바 '강남역 슈퍼맨'이라 불리는 한 남성이 빗물받이를 채운 담배꽁초 등 쓰레기를 치워 침수 피해를 줄였다는 기사가 화제가 된 일이 있다. 시민들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버리는 담배꽁초가 집중호우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는 하수관로 맨홀이나 빗물받이 등을 막히게 함으로써 엄청난 침수피해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실험에 따르면 시간당 100㎜의 집중호우 상황에서 빗물받이에 담배꽁초, 낙엽 등 쓰레기가 차 있으면 침수가 3배 가까이 빠르게 진행되고 빗물 역류 현상이 발생해 도로변 침수가 된다고 한다. 담배꽁초는 필터 부분이 종이가 아니라 '셀룰로스 아세테이트(Cellulose Acetate)'라는 플라스틱 성분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재활용으로 분류되는 종이가 아니라 유해물질이 포함된 미세플라스틱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담배꽁초는 거리 곳곳에 버려지면서 도시 미관을 크게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하며, 하수나 빗물받이 등으로 유입되어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는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되어 수중 생태계를 교란시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담배꽁초는 얼마나 버려지고 그에 따른 환경 영향은 어떠할까? 2020년 5월 환경부에서 발표한 '담배꽁초 관리체계 마련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평균 길거리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는 약 1,246만 개비(전체 생산량의 약 7.25% 해당)로 추정되며, 이중 최소 45만 개비, 최대 230만 개비가 바다로 흘러가게 되는데, 이를 무게로 환산할 경우 하루 최대 0.7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바다로 흘러 들어간 담배꽁초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되어 물고기와 어패류 등의 몸속에 쌓이게 되고 결국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되면서 물고기를 먹는 우리 몸에 쌓이게 되면 건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사실이다. 또한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에 따른 예상치 못한 집중호우와 여름철 폭우 빈도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다.
대전시에서는 매년 자치구에 우기가 되기 전 원활한 빗물 배수와 악취 저감을 위해 약 5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하수관로 준설과 노후 관로 정비를 추진하고 있고 침수피해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하수도 맨홀과 빗물받이 등에 대한 특별 점검과 청소를 통해 사전 대비하고 있다. 아울러 태풍과 집중호우 등 기상특보에 따른 비상 상황반을 운영해 하수시설물 예찰활동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침수취약지역을 대상으론 도시 침수 예방에 적극 대처해 나갈 예정이다.
흡연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미래 세대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줄 의무와 책임이 우리 모두에 있는 만큼 버리는 자유는 없다. 먼저 쓰레기통에 버리는 습관을 갖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올해는 여름철 더 많은 비와 집중호우가 예보되고 있다. 시민들께서도 도시 침수 예방을 위해서 빗물받이와 하수관로에 담배꽁초·쓰레기 버리지 않기, 빗물받이 위에 덮개 놓지 않기 등 적극적인 실천을 당부드린다.
/박필우 대전시 수질개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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