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박대진 대전시민교향악단 음악감독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이성희 기자) |
무대에 오를 기회가 없어 많은 청년 예술인이 수년간 품어왔던 꿈을 포기한다. 이런 현실에서 민선 8기 대전시의 '대전시민교향악단' 창단은 큰 의미가 있다. 39세 이하 청년 음악인들로 구성된 '젊은 시향'으로, 청년음악인들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대전시에서 역점사업으로 내세워 6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50여 명의 청년단원을 위해 지휘대에 오른 박대진 음악 감독은 음악인 선배, 그리고 교육자로서 젊은 음악가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왔다. 박대진 음악감독을 만나 대전시민교향악단의 향후 계획과 청년예술인들이 문화예술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갖고 꿈을 펼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편집자 주>
-대전시민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오게 된 이유는?
▲ 해외에 있다가 목원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지 5년이 됐다. 제자들이 제대로 취업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고 너무 안타까웠다. 음대 전체 취업률이 10% 정도 밖에 안될 정도다.
지금 전국 시립교향악단이 30개도 안 될 거다. 음악 인구는 줄고 클래식 소비 인구도 적어지다 보니 음악전공자들이 대학을 졸업한 후 교향악단에 들어가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지역에서 민간 오케스트라에 들어가 연주를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공연으로 받는 연주료보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해서 받는 돈이 더 많을 거다.
그럼에도 어떻게 해서든 무대에 서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정말 많다. 그래서 취업할 수 있는 기회,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다행히 대전시도 청년음악인들의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단원 모집 오디션을 직접 본 거로 아는데, 경쟁률은 얼마나 됐나? 단원들과의 첫 호흡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 이번 오디션에서 50여 명의 단원을 뽑는 거였는데, 155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3대 1 정도 됐다. 특히 바이올린이나 플루트 같은 경우 경쟁률이 10대 1 이상 되기도 했다.
이름이 시민교향악단이라 아마추어 같은 느낌이 들지만, 단원 모두 100% 훌륭한 전공자들이다. 오디션을 다 봐서 단원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처음 연습할 때 굉장히 놀랐다. 일반 시향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프로들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기존 시향만큼 키우려고 한다.
오디션은 1년 마다 다시 볼 거다. 저희 시향이 지향한 것은 단원들을 위한 좋은 트레이닝과 경험이다. 단원들을 양성하는 산실이라고 보면 된다. 단원들이 느끼는 소속감도 중요한 만큼 단원 개인 명함도 만들어주고 예술단 홈페이지에도 단원 개개인 소개란을 올리려 한다. 직업으로 느끼고 안정적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대우를 해줄 거다.
-기존에 있는 대전시향과 차별점은 무엇인가. 앞으로 어떤 공연을 선보일지도 궁금하다.
▲ 실력도 좋지만, 우리의 무기는 젊음이다. 6월 초 창단식이 열려 첫 합주를 했는데, 엄청난 에너지가 나왔다. 간절했던 만큼 열심히 해서 성장하려는 의지가 강한 단원들이 많다.
그리고 이름이 대전시민교향악단인 만큼 시민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오케스트라가 되려 한다. 일단 8월 19일에 보문산 야외음악당에서 합주를 하는데, 이때 우리 시민교향악단을 임팩트 있게 알리려 한다. 시민들이 좋아하는 영화음악을 선보이고 나름의 이벤트도 할 예정이다.
자치구마다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 학생들에게 공연과 해설도 선보이고 있다. 9일에 한밭초에 다녀왔고 28일 날에는 흥도초도 갈 계획이다. 11월에는 청소년 음악회도 할 거다. 청소년들이 클래식을 듣고 음악 인구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교향악단이 클래식 저변확대도 할 거다.
창단 연주회는 10월 21일에 연다. 이때는 단원들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전통클래식을 준비 중이다. 이날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드보르작 교향곡 9번과 함께 임동혁 피아니스트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도 협연할 예정이다. 한번 본 사람들이 우리 공연을 계속 찾아올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박대진 음악감독 모습 (사진=이성희 기자) |
▲ 냉정하게 보자면 지금 이장우 시장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지만, 영원할 순 없다. 그래서 첫해인 지금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연주력이 좋아야 한다. 실력 그리고 젊은 패기로 인정받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시민들이 기존 시향만큼이나 우리 연주도 좋게 느껴야 한다. 제 욕심은 그렇다. 지난 창단식 때도 "많은 분들의 성원을 연주력으로 보답하겠다"고 얘기했었다.
시향이 점차 축소되는 상황에서 시민교향악단이 생긴 것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청년들을 모아 교향악단을 만든 곳은 전국에서 대전이 유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모델을 잘 만들어야 한다.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
-시민교향악단, '청년음악인 등용문'이란 취지는 좋지만, 비상임이란 한계가 있다. 시민교향악단 활동을 발판 삼아 청년 음악인들이 연속적으로 지역에서 활동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대전시향 단원을 모집할 때 저희 출신 단원에게 가산점을 줬으면 한다. 그리고 대전문화재단에도 청년 예술인들을 위한 지원사업이 있다. 하지만 음악인들만을 위한 재단이 아니다 보니 장르별로 공평하게 배분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다만 예술인 중에 음악 인구가 제일 많은데, 장르별 인구를 비교해 지원사업과 예산 역시 배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전에 음악학과는 충남대와 목원대밖에 없다. 왜 음악 계열 학과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보는가.
▲ 교육부가 취업률만 가지고 대학교를 평가하려고 하니 그렇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초·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음대 가면 졸업해서 할 거 없다'라는 인식이 더 강해진 거 같다. 미술 쪽은 그나마 디자인 쪽으로 취업이 잘되기 때문에 괜찮지만, 취업률이 기준이 되다 보니 학교 안에서 음대 입지가 줄고 예산도 안 나온다. 클래식 음악을 시민들이 많이 향유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을 더 활성화해야 하는데, 죽여놓으니 더 힘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음악계열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라고 하면 지역에서는 대전시립예술단이 유일하다. 그동안 예능 단원 적체와 신규단원 채용 어려움, 명예퇴직제의 실효성 등이 문제로 거론됐었다. 연륜이 있는 단원들을 존중해주면서 신규인력도 들어올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 어려운 문제다. 교향악단에는 수석과 부수석이 있다. 해외 시향에서 활동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나이 든 수석 단원이 본인 스스로 단원으로 내려가는 경우가 있었다. 다만 지자체가 페이는 수석 정도의 페이를 보장해주는 거다. 그리고 젊은 사람으로 수석을 다시 뽑았다. 시에서 물러나는 사람한테 어느 정도 임금을 보장하면 되는데, 수석 단원하고 평 단원하고 급여 차이가 나는데, 누가 내려가려고 하겠느냐.
결국에는 예산문제다. 교향악단에 예산이 많아 젊은 단원도 계속 뽑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상황이 안되는 거다. 그래도 대전시향은 운영이 상당히 잘되고 있는 편이다. 현재 다른 지역 시향의 경우 누군가 정년퇴직을 해도 시에서 신규인력을 뽑지 않는다. 단원을 채용하면 급여부터 시작해 예산이 많이 들어가니까 객원만 쓰는 경우도 많다.
이런 만큼 우리가 잘해서 다른 도시에도 청년 교향악단이 생겨야 한다고 본다. 시민교향악단이 생겼을 때 주변 음대 교수님들이 정말 좋아하셨다. 졸업생들이 오케스트라에 들어가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던 만큼 우리가 좋은 롤모델이 돼야 한다. 대전시민교향악단이 청년 음악인 양성을 위한 산실이 되고 싶다.
-내년이면 시민교향악단 단원이 80명까지 늘어나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 일단 음대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많이 취업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여기서 트레이닝을 잘 시켜서 중국이나 유럽으로 아이들을 진출시키고 싶다. 요즘 중국에 시향이 많이 생기고 있다. 여기를 기반으로 해서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대담=윤희진 정치행정부장(부국장)·정리=정바름 기자·사진=이성희 기자
● 박대진 대전시민교향악단 음악감독은?
-바수니스트·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프랑스 제네빌리에 음악원, 프랑스 쌩모 음악원, 스위스 취리히/빈터투어 음악원 수료, 이태리 일세미나리오 음악원 졸업, 폴란드 그단스크 음악원 박사 과정.
-폴란드 고주프시립교향악단 단원, 폴란드 포스난시립교향악단 수석단원, 유나이티드 쳄버오케스트라 부지휘자 역임,
-현 목원대학교 음악대학 조교수, 클래시모 필하모닉 음악감독, 대전음악협회 이사, 대전예술발전협회 이사, 대전문화재단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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