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면접교섭권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면접교섭권

송승엽 법무법인 지원 P&P 변호사

  • 승인 2023-06-25 08:38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2023042301001714000069461
송승엽 변호사
최근 2023년 2월 7일 인천 초등생 계모 친부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응급실에 도착한 초등생 5학년인 이 아이는 키 148㎝에 몸무게는 평균보다 13㎏이나 적은 29.5㎏의 저체중이었다. 영양실조에 가까운 아이의 온몸에는 다수의 멍과 허벅지에는 찔린 상처가 수십 군데나 있었다. 이 초등생의 친모는 5년 전에 이혼하며 경제력이 없어 아이를 자유롭게 보여주겠다는 친부의 말에 양육권을 남편에게 넘기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친부는 곧바로 재혼하면서 이후 아이를 보여준 것은 단 2번이 전부였다. 친모는 전 남편과 계모의 반대로 아이를 만날 수 없었다. 친모는 면접교섭권만 제대로 지켜졌어도 아이의 죽음만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면접교섭권이 단순히 아이를 볼 수 있는 권리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도 말한다.

한편, 이혼한 비양육자 부모들은 면접교섭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이유에는 '부모따돌림'이라는 큰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부모따돌림이란 이혼 후 아이를 키우는 양육 부모가 자녀에게 비양육 부모의 험담을 하거나 만남을 거부하라고 강요하는 것을 말한다. 자녀는 부모의 이혼 상황에서 매우 힘들어하게 되고 양육부모는 이런 모든 힘든 것의 원인은 비양육 부모 때문이라고 한다. 자녀는 자기도 모르게 양육 부모가 강요한 생각들을 자기 생각으로 만들고 세뇌되고 그런 생각에 동조하면서 어느 날 자녀가 이제 비양육부모와 안 만나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나와 함께 있는 부모는 완전히 좋은 사람이고 비양육 부모는 완전히 필요 없는 사람으로 부모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 좋음과 완전 나쁨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누게 된다. 이 단계까지 가면 누가 개입을 해서 아이의 마음을 돌이킨다든지 관계 회복을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진다.

이혼 초기에는 원만하게 자녀와의 면접교섭이 이루어지다가도 어느 날부터 양육자 부모의 눈치를 보던 자녀는 비양육 부모와 만나기 싫다는 말만 반복하고 만남을 거부한다. 면접 교섭일마다 자녀는 아무 이유 없이 비양육부모와의 면접교섭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또는 양육부모는 아이가 싫어하고 운다는 이유로 면접 교섭을 거부한다. 양육부모와 비양육부모 간에 면접교섭 문제로 언쟁과 고성이 오가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자녀의 정서에 악영향을 준다. 때로는 이로 인해 자녀는 트라우마로 인한 불안까지 호소하기도 한다.



면접교섭을 하라는 법원의 심판이 있었음에도 양육권을 가진 부모의 거부로 또는 고의로 면접교섭을 이행하지 않아 자녀를 만날 수 없을 때 법적 구제방법으로는 관할 가정법원에 면접교섭 이행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자녀가 비양육 부모와의 면접교섭을 거부하거나 원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 양육자인 부모(피신청인)가 정당한 이유 없이 면접교섭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신청이 기각되는 사례들이 종종 나온다.

법원은 면접 교섭에 있어 자녀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존중한다. 그래서 자녀가 면접 교섭을 거부한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양육자 부모들은 이를 이용하여 면접교섭을 방해하는 것이다. 즉, '부모따돌림'에 노출된 자녀의 경우 양육자 부모의 눈치를 보고 비양육 부모와 만나기 싫다는 말만 반복하고 만남을 거부하는 것인데 이것이 자녀의 진정한 의사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고 입증도 어렵다. 자녀가 비양육부모를 거부하는 반응을 보이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자녀의 반응만을 보고 결정이 되고 이러한 '부모따돌림'에 대해서는 고려가 되지 않는다.

한편, 이행명령 결정이 인용된 경우라 하더라도 불이행 시 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을 뿐 그 이상 강력한 제재나 집행 수단이 없다. 과거 논란이 많이 되었던 양육비와 관련하여서는 강제집행, 면허정지, 나아가 감치까지 가능하게 된 반면 면접 교섭 불이행 시에는 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될 뿐 직접적으로 강제하거나 처벌할 방법이 없다.

가정법원도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고려하고 있다. 이혼 부모와 자녀의 원활한 면접교섭을 위해 면접교섭 공간과 전문가들이 상담을 제공하는 법원 산하 기관인 면접교섭센터를 전국 12개 지역에 설치해 면접교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재판부의 명령에 의해서 쌍방동의 하에 이러한 면접교섭센터를 이용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센터의 이용도 양쪽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만 이용이 가능하며, 한쪽이 거부한다면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혼 이후에도 가족을 기댈 수 있는 존재로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는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강화해 양육비 문제를 개선했듯 아이의 건강과 안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면접교섭에 있어서도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송승엽 법무법인 지원 P&P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