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엽 변호사 |
하지만 친부는 곧바로 재혼하면서 이후 아이를 보여준 것은 단 2번이 전부였다. 친모는 전 남편과 계모의 반대로 아이를 만날 수 없었다. 친모는 면접교섭권만 제대로 지켜졌어도 아이의 죽음만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면접교섭권이 단순히 아이를 볼 수 있는 권리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도 말한다.
한편, 이혼한 비양육자 부모들은 면접교섭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이유에는 '부모따돌림'이라는 큰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부모따돌림이란 이혼 후 아이를 키우는 양육 부모가 자녀에게 비양육 부모의 험담을 하거나 만남을 거부하라고 강요하는 것을 말한다. 자녀는 부모의 이혼 상황에서 매우 힘들어하게 되고 양육부모는 이런 모든 힘든 것의 원인은 비양육 부모 때문이라고 한다. 자녀는 자기도 모르게 양육 부모가 강요한 생각들을 자기 생각으로 만들고 세뇌되고 그런 생각에 동조하면서 어느 날 자녀가 이제 비양육부모와 안 만나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나와 함께 있는 부모는 완전히 좋은 사람이고 비양육 부모는 완전히 필요 없는 사람으로 부모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 좋음과 완전 나쁨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누게 된다. 이 단계까지 가면 누가 개입을 해서 아이의 마음을 돌이킨다든지 관계 회복을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진다.
이혼 초기에는 원만하게 자녀와의 면접교섭이 이루어지다가도 어느 날부터 양육자 부모의 눈치를 보던 자녀는 비양육 부모와 만나기 싫다는 말만 반복하고 만남을 거부한다. 면접 교섭일마다 자녀는 아무 이유 없이 비양육부모와의 면접교섭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또는 양육부모는 아이가 싫어하고 운다는 이유로 면접 교섭을 거부한다. 양육부모와 비양육부모 간에 면접교섭 문제로 언쟁과 고성이 오가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자녀의 정서에 악영향을 준다. 때로는 이로 인해 자녀는 트라우마로 인한 불안까지 호소하기도 한다.
면접교섭을 하라는 법원의 심판이 있었음에도 양육권을 가진 부모의 거부로 또는 고의로 면접교섭을 이행하지 않아 자녀를 만날 수 없을 때 법적 구제방법으로는 관할 가정법원에 면접교섭 이행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자녀가 비양육 부모와의 면접교섭을 거부하거나 원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 양육자인 부모(피신청인)가 정당한 이유 없이 면접교섭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신청이 기각되는 사례들이 종종 나온다.
법원은 면접 교섭에 있어 자녀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존중한다. 그래서 자녀가 면접 교섭을 거부한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양육자 부모들은 이를 이용하여 면접교섭을 방해하는 것이다. 즉, '부모따돌림'에 노출된 자녀의 경우 양육자 부모의 눈치를 보고 비양육 부모와 만나기 싫다는 말만 반복하고 만남을 거부하는 것인데 이것이 자녀의 진정한 의사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고 입증도 어렵다. 자녀가 비양육부모를 거부하는 반응을 보이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자녀의 반응만을 보고 결정이 되고 이러한 '부모따돌림'에 대해서는 고려가 되지 않는다.
한편, 이행명령 결정이 인용된 경우라 하더라도 불이행 시 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을 뿐 그 이상 강력한 제재나 집행 수단이 없다. 과거 논란이 많이 되었던 양육비와 관련하여서는 강제집행, 면허정지, 나아가 감치까지 가능하게 된 반면 면접 교섭 불이행 시에는 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될 뿐 직접적으로 강제하거나 처벌할 방법이 없다.
가정법원도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고려하고 있다. 이혼 부모와 자녀의 원활한 면접교섭을 위해 면접교섭 공간과 전문가들이 상담을 제공하는 법원 산하 기관인 면접교섭센터를 전국 12개 지역에 설치해 면접교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재판부의 명령에 의해서 쌍방동의 하에 이러한 면접교섭센터를 이용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센터의 이용도 양쪽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만 이용이 가능하며, 한쪽이 거부한다면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혼 이후에도 가족을 기댈 수 있는 존재로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는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강화해 양육비 문제를 개선했듯 아이의 건강과 안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면접교섭에 있어서도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송승엽 법무법인 지원 P&P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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