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 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관세사 나지수 |
무역 거래에서는 어떨까? 원산지는 소비자와 판매자 권익 보호를 위해 반드시 적법하게 표시가 돼야 한다. 특히 무역 거래에서는 권익 보호 외에도 관세·통관 절차 등을 적용함에 있어 기준이 되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국내 거래보다 원산지의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무역 거래의 원산지와 관련해 '페루산 녹두의 FTA 원산지조사'라는 큰 이슈가 있었다. 녹두(건조 HS 0713.31)는 우리나라에서 고관세로 보호되는 대표적 민감품목으로, 수입 시 관세는 607.5%지만, 한-페루 FTA에서는 단계적으로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으로 발효 10년 차였던 2020년부터 0%의 협정세율이 적용됐다.
여기에 2021년 세이프 가드도 해제되면서 당해 페루산 녹두 수입량은 8561톤으로 전년 대비 약 63배나 폭증했고, 이는 2019년 페루의 녹두 총생산량의 32배나 된다는 사실을 근거로 원산지 위반이 의심돼 우리나라 관세청이 대대적인 원산지조사에 착수했다.
원산지는 말 그대로 물품의 국적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물품을 제조, 가공 등을 한 국가를 원산지라고 생각하지만, 무역 거래는 각 국가의 법률이나 협정에서 정하고 있는 '품목별 기준'에 따른 국가를 원산지로 정하고 있다.
상기 녹두에 대해 한-페루 FTA에서는 '사용된 모든 재료는 완전 획득되어야 함'을 원산지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페루의 영역에서 재배, 수확, 채집, 수집된 식물 및 식물성 제품에 대해서만 페루산이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면, 최근 미·중 무역 분쟁으로 중국산 물품에 대해 미국에서 보복 관세 등을 부과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중국산 물품을 한국으로 수입해 일부 공정을 거쳐 수출하는 경우라면 원산지가 한국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곤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협정마다 그리고 품목마다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두고 있으므로 수출하고자 하는 국가에서 해당 물품의 원산지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하나, 일반적으로 상품의 특성을 실질적으로 변경하지 않은 단순 가공을 수행한 국가는 원산지로 인정하지 않고(불인정 공정) 있다.
한-미 FTA에서는 일부 품목에 대해 희석을 '불인정 공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만약 중국에서 원료를 수입해 우리나라에서 단순 희석한 후 미국으로 수출하는 경우라면 우리나라에서 최종적으로 물품을 가공하고 수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물품의 원산지는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에 대해 국내에서는 거래내역서 등으로 원산지를 확인하듯 무역 거래에서는 '원산지증명서'로 입증한다.
원산지증명서는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FTA 협정 등에 따라 낮은 특혜 세율을 적용받기 위해 요구하는 'FTA(특혜) 원산지증명서'와 수입국이 수입 규제 등을 목적으로 요구하는 '일반(비특혜) 원산지증명서'로 분류할 수 있다.
원산지증명서의 발급 또한 국가마다 상이한 기준과 절차 등을 가지고 있고 원산지를 소명 하기 위한 추가적인 자료도 포함되어야 하므로 사전에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필자가 강의나 실무 때마다 항상 강조하는 것이 바로 "원산지 조사(검증)"이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는 FTA를 무역 거래에서 열심히 활용하고 있었으므로 이젠 양적으로 '얼마나 활용했나'가 아닌 질적으로 '얼마나 (적법하게) 활용했나'를 판단할 때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도 보호무역주의 및 자국 우선주의 등의 재확산에 따라 원산지 검증을 점차 강화하는 추세이다. 이제 우회 수출 같은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원산지로 혜택을 보는 만큼 엄격한 리스크도 따른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원산지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 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관세사 나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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