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무역 거래에서의 원산지 주의보

  • 오피니언
  • 전문인칼럼

[전문인칼럼] 무역 거래에서의 원산지 주의보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 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관세사 나지수

  • 승인 2023-06-25 21:29
  • 신문게재 2023-06-26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나지수 관세사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 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관세사 나지수
휴가철을 맞아 소비가 급증하는 고기류에 대해 현장 점검을 강화할 것이라는 뉴스를 보았다. 특히 국내산 돼지고기는 돼지열병 항체를 보유하고 있어 코로나 검사처럼 원산지 판별 키트로 국내산과 수입산 구분이 가능하다고 해 신기했다.

무역 거래에서는 어떨까? 원산지는 소비자와 판매자 권익 보호를 위해 반드시 적법하게 표시가 돼야 한다. 특히 무역 거래에서는 권익 보호 외에도 관세·통관 절차 등을 적용함에 있어 기준이 되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국내 거래보다 원산지의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무역 거래의 원산지와 관련해 '페루산 녹두의 FTA 원산지조사'라는 큰 이슈가 있었다. 녹두(건조 HS 0713.31)는 우리나라에서 고관세로 보호되는 대표적 민감품목으로, 수입 시 관세는 607.5%지만, 한-페루 FTA에서는 단계적으로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으로 발효 10년 차였던 2020년부터 0%의 협정세율이 적용됐다.

여기에 2021년 세이프 가드도 해제되면서 당해 페루산 녹두 수입량은 8561톤으로 전년 대비 약 63배나 폭증했고, 이는 2019년 페루의 녹두 총생산량의 32배나 된다는 사실을 근거로 원산지 위반이 의심돼 우리나라 관세청이 대대적인 원산지조사에 착수했다.



원산지는 말 그대로 물품의 국적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물품을 제조, 가공 등을 한 국가를 원산지라고 생각하지만, 무역 거래는 각 국가의 법률이나 협정에서 정하고 있는 '품목별 기준'에 따른 국가를 원산지로 정하고 있다.

상기 녹두에 대해 한-페루 FTA에서는 '사용된 모든 재료는 완전 획득되어야 함'을 원산지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페루의 영역에서 재배, 수확, 채집, 수집된 식물 및 식물성 제품에 대해서만 페루산이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면, 최근 미·중 무역 분쟁으로 중국산 물품에 대해 미국에서 보복 관세 등을 부과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중국산 물품을 한국으로 수입해 일부 공정을 거쳐 수출하는 경우라면 원산지가 한국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곤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협정마다 그리고 품목마다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두고 있으므로 수출하고자 하는 국가에서 해당 물품의 원산지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하나, 일반적으로 상품의 특성을 실질적으로 변경하지 않은 단순 가공을 수행한 국가는 원산지로 인정하지 않고(불인정 공정) 있다.

한-미 FTA에서는 일부 품목에 대해 희석을 '불인정 공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만약 중국에서 원료를 수입해 우리나라에서 단순 희석한 후 미국으로 수출하는 경우라면 우리나라에서 최종적으로 물품을 가공하고 수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물품의 원산지는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에 대해 국내에서는 거래내역서 등으로 원산지를 확인하듯 무역 거래에서는 '원산지증명서'로 입증한다.

원산지증명서는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FTA 협정 등에 따라 낮은 특혜 세율을 적용받기 위해 요구하는 'FTA(특혜) 원산지증명서'와 수입국이 수입 규제 등을 목적으로 요구하는 '일반(비특혜) 원산지증명서'로 분류할 수 있다.

원산지증명서의 발급 또한 국가마다 상이한 기준과 절차 등을 가지고 있고 원산지를 소명 하기 위한 추가적인 자료도 포함되어야 하므로 사전에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필자가 강의나 실무 때마다 항상 강조하는 것이 바로 "원산지 조사(검증)"이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는 FTA를 무역 거래에서 열심히 활용하고 있었으므로 이젠 양적으로 '얼마나 활용했나'가 아닌 질적으로 '얼마나 (적법하게) 활용했나'를 판단할 때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도 보호무역주의 및 자국 우선주의 등의 재확산에 따라 원산지 검증을 점차 강화하는 추세이다. 이제 우회 수출 같은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원산지로 혜택을 보는 만큼 엄격한 리스크도 따른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원산지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 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관세사 나지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