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지금은 융복합시대이다. 이 시대는 분야나 장르의 경계가 사라진다. 고저장단의 경계도 없다. 전통이 되다보면 절로 고품격이 된다. 일본 '삿포르 눈 축제'는 고등학생들의 눈 조각으로부터 출발하였다. 더구나 문화예술은 모든 분야의 한 축이다. 경제도 예외일 수 없다.
0시 축제, 시작도 전에 시큰둥한 사람들을 만난다. 매사에 긍적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 그저 그런 사람이 있다. 긍정은 긍정을 낳는다. 모든 사람에게 신바람이 될 뿐만 아니라, 좋은 결실로 이어진다. 함께할수록 긍정의 힘은 배가된다. 기왕 하는 것 멋지게 하자.
필자는 0시 축제를 쌍수 들어 환영한다. 대부분 공유하고 있어 보이는 내용은 제외하고, 보다 내실 있는 축제, 보다 바람직한 축제를 그려 본다.`
1)미래지향의 스토리 만들어야. 문화예술 행사는 지속될 때 의미가 있다. 어쩌다 갖는 이벤트가 아니다. 축제는 문화예술 마당이다. 시작은 미미하고 왜곡될 수 있다. 진정한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중장기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탈리아 '베네치아카니발'의 화려하고 정밀한 가면처럼 특징이 있어야 한다. 그 속에 포함되고 고려되어야 할 내용은 아래와 같다.
2)지역민과 지역예술인이 주도하는 축제. 시민이 주인이 되어야 하며, 지역 문화예술의 인프라 구축과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여야 한다. 유명인 일색으로 모셔다 하는 행사는 이벤트지 축제가 아니다. 예로 브라질 '리우카니발'을 들여다보자. 주 내용이 퍼레이드다. 퍼레이드는 정교한 수레, 화려한 의상, 활기찬 삼바 춤으로 이루어지며, 어린이 삼바퍼레이드, 상하 메인퍼레이드, 챔피언스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일 년 동안 수십 개의 삼바학교에서 준비한다.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누구나 진정으로 삼바를 즐기게 한다. 삼바의 깊은 이해를 통해 예술로 승화된다. 그 결과 지속적인 문화예술 발전이 이루어지고, 수백만 외국관광객이 찾는다.
3)구도심 특화거리 상인의 참여는 물론, 소외되는 시민이 없어야 한다. 축제는 정체성, 역사성과 주민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주민 참여가 없으면 실패는 필연이다. 중국 하얼빈의 '빙등제'는 얼음과 눈의 채집을 위해 수만 명의 시민이 동원되며 국내외의 수많은 조각가가 조각에 참여한다. 일본 '도쿄 간다 마츠리'에는 가마행렬에 수만 명이 함께한다. 수만의 전통복장 시민도 동행한다. 아직은 0시 축제에 시민의 관심이 빈약해 보인다. 이 글을 쓰는 이유기기도하다.
마침, 구도심에는 많은 특화거리가 지정되어있다. 적극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오토바이거리에서는 오토바이쇼를, 한복거리에서는 한복패션쇼, 혼수거리에서는 혼수박람회, 인쇄거리에서는 인쇄기나 판화 전시 등을 하는 것이다. 하루가 아니라 축제기간 내내 외부사람이 대전에 머무르게 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대전이 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는 도시로 거듭나게 된다.
4)관람객도 참여하여 더불어 즐기는 축제. 협의의 문화나 예술은 노는 것이다. 격식 있게 노는 것이요, 격식이 많아지면 고품격이 된다. 다시 말해 문화예술은 고품격놀이이다. 대부분 축제의 주프로그램은 보여주고 보는 축제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누구나 참여하여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되어있다. 방문객도 축제의 구성원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태국 '송끄란물축제'의 물뿌리기는 서로가 서로에게 축복을 주는 행위이다.
5)정체성과 전통을 살려야. 모든 것을 한 번에 보여주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오래된 과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재 또는 만들어가는 미래여도 관계없다. 신문화도 지속되면 역사가 되고 전통이 된다. 과학도시를 내세울 수도 있다. 로봇무용을 비롯한 인공지능창작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하며 선보일 수도 있다.
전통은 우리의 뿌리요 자각이며, 자기확산의 주체이다. 세계무대에 서고, 경쟁에 앞서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다름과 정체성의 출발점이다. 신문화 창달의 바탕이 된다. 대전에는 12개의 민속놀이보존회가 있다. 모든 분야의 참여가 필수적이지만 민속 역시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
일일이 다 언급하지 못했으나, 모든 대전시민의 동참으로 축제가 이루어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나아가 전 세계인의 참여와 사랑 속에 한류의 한축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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