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헌 ETRI 암호인증기반기술연구실 책임연구원 |
민간영역뿐만 아니라 공공영역에서도 디지털지갑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0년부터 개인의 신원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신분증을 도입 중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공무원증, 운전면허증, 국가보훈등록증에 이어 이르면 2024년 하반기부터는 현행 플라스틱 카드 형태의 주민등록증을 대신에 스마트폰에 발급된 모바일 주민등록증으로 본인을 증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행정안전부의 '선제적 맞춤서비스 제공 및 디지털지갑 구축'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알아서 찾아주고 신분증·증명서 등 데이터를 모바일로 편리하게 꺼내 쓰는 디지털지갑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분야에서도 디지털지갑 서비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디지털지갑 도입은 국외에서도 활발하다. 특히, EU에서는 2016년에 시행한 '역내 시장에서 전자거래를 위한 전자신원확인과 신뢰서비스에 관한 규정'에 대한 사후평가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성 등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2021년에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2023년 말까지 EU 디지털 신원 지갑(Digital Identity Wallet)을 EU 내 모든 시민, 거주자와 기업이 이용할 수 있고 신분증뿐만 아니라 건강 관련 데이터·문서와 같은 민감한 개인 데이터를 포함한 모든 증명에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기존 지갑의 주요 기능이 현금, 신분증 등을 보관하는 것이었다면, 디지털지갑은 보관하고 있는 구매정보, 자산정보 등과 같은 개인정보를 분석해 의사결정을 도와주고 개인화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모바일 쇼핑을 할 때 디지털지갑이 가장 혜택 많은 카드를 추천해주거나 소비 패턴을 분석해 이번 달에는 지출이 많으니 구매를 다시 고려하라고 조언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즉, 디지털지갑은 단순히 하나의 앱(App)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개인화된 플랫폼으로서 일상을 함께하는 의사결정의 조력자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진화 전망이 국내외의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디지털지갑에 투자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디지털지갑의 안정적인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디지털지갑의 활용이 늘어날수록 디지털지갑 내에 저장되어 관리되는 금융정보, 개인정보 등은 해커의 표적이 될 것이 자명하다. 그러므로 디지털지갑의 보안 위협을 식별하고 선제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디지털지갑의 확산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불편을 겪을 수 있는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와 투자가 필요하다. 2023년 초부터 시행해 확대되고 있는 '현금 없는 버스'로 인해 여러 이유로 카드나 스마트기기 사용이 어려운 취약계층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새로운 서비스 도입으로 사회적 편익이 있더라도, 그로 인해 불편을 겪는 분들이 있다면 대안 마련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이 진전되면서 지갑은 계속 진화할 것이다. 여기에는 새로운 기회와 위협이 공존한다.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위협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기이다. 진승헌 ETRI 암호인증기반기술연구실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