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석 변호사 |
그런데 과실 추정의 법리가(과실 추정의 법리는 의학지식과 증거의 편중으로 인해 입증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문제된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의료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과실을 추정해 주는 법리이다.) 적용되는 민사소송에서보다 형사 절차에 업무상 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고, 법원은 형사사건에서는 민사소송에서 인정되는 과실 인정보다 더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1심과 2심에서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 유죄를 선고한 사건을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이 있어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환자는 한 병원에서 어깨 부위에 통증 주사를 맞게 되었는데, 주사를 맞은 후 환자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에 감염되어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우측 견관절, 극하근의 세균성 감염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대해서 환자는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소하였고,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의사에게 유죄를 인정하였다.
1심과 2심이 유죄를 인정한 근거는 '피고인의 맨손 주사 또는 알코올 솜 미사용·재사용 등의 사실이 인정되지는 않으나, 피고인이 시행한 주사치료와 피해자의 상해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고, 피고인의 시술과 피해자의 상해 발생 및 그 관련성, 시기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1심과 2심은 구체적인 과실 행위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시술부위, 시기 등의 연관성을 볼 때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인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위 판결을 파기하면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하였는데,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의사에게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료행위 과정에서 공소사실에 기재된 업무상 과실의 존재는 물론 그러한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환자에게 상해·사망 등 결과가 발생한 점에 대하여도 엄격한 증거에 따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설령 의료행위와 환자에게 발생한 상해·사망 등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검사가 공소사실에 기재한 바와 같은 업무상과실로 평가할 수 있는 행위의 존재 또는 그 업무상 과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하였다면, 의료행위로 인하여 환자에게 상해·사망 등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의사의 업무상 과실을 추정하거나 단순한 가능성·개연성 등 막연한 사정을 근거로 함부로 이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만약 이 사건이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이었다고 한다면 과실 추정의 법리에 의해 과실을 인정할 여지가 높아 보인다. 그런데 업무상과실치상죄의 형사사건에서는 감염 예방에 있어 어떠한 잘못을 한 것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입증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인 것이다. 이처럼 의료사건에서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사건과 형사사건에서의 의료과실 입증이 다른 점을 잘 알고 대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송은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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