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원자력안전교부세를 위한 작은 실천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원자력안전교부세를 위한 작은 실천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 승인 2023-06-21 09:39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2023042601002004500080021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 증거는 수없이 많다. 2016년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이사한 에리크 알스트룀은 거리와 공원에 쓰레기가 마구 버려져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누구도 그것을 줍거나 치우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이후 그는 조깅할 때마다 봉투를 들고나와 거리를 달리며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에리크의 이런 행동은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했다. 걷거나 달리며 쓰레기를 줍는다는 뜻의 플로깅(plogging) 운동은 이렇게 시작됐다.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에서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원유 시추 작업을 하던 중 사고가 나면서 10만 배럴의 원유가 쏟아져 나왔다. 인근 바다는 검은 기름띠로 뒤덮였다. 이듬해 4월 상원의원 게이로드 넬슨은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제안했다. 당시 하버드대생이었던 데니스 헤이즈가 발 벗고 나서 행사를 주도했고, 그해 미국 전역에서 2,000만 명 이상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4월 22일 '지구의 날(Earth Day)'은 그렇게 탄생했다.

최근 우리 지역의 뜨거운 이슈 가운데 하나는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이다. 내국세 총액 중 지방교부세 비율을 높여 증액된 금액을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는 내용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정부는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확대했다. 대전 유성구도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 원자로를 중심으로 1.5km의 지역이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으로 설정됐다. 혹시 모를 방사능 누출 사고로부터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교육과 홍보, 대피시설 확충, 보호물품 확보 등의 책임이 유성구에 부여됐다.

이처럼 국가 사무인 원자력 시설 관련 주민보호 의무와 책임은 증가했지만, 해당 지자체에 대한 예산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특히 유성구는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연구원 등에 약 3만 드럼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보관된 지역이다. 고리발전소 다음으로 많고 경주방폐장과 비슷하다. 경주의 경우 방폐물 1드럼당 60만 원의 수수료가 지자체에 납입되지만 유성구는 전무하다. 방사성폐기물에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는 지방세법 개정도 필요한데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은 최소한의 균형추이자 주민보호를 위한 안전장치이다.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과 불합리한 원전 정책 개선을 위해 유성구를 비롯한 원전 인근의 23개 지자체는 원전동맹을 맺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국회 국민청원을 진행했으나 아쉽게도 불발에 그쳤다. 여기에 실망하지 않고 23개 지자체는 지난달부터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촉구 범국민 100만 주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6월 19일 기준으로 서명 인원이 51만 명을 넘어섰다. 제도 개선의 가속 페달을 밟게 하는 힘은 시민들에게서 나온다. 유성구뿐만 아니라 대전시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지역민들이 힘을 합치면 도시가 바뀐다. 그 증거도 적지 않다. 일본 고스게촌은 인구 700명의 산골 마을이다. 재생사업을 하던 시마타 슌페이는 고스케촌 촌장의 전화를 받았다. 쇠락하는 마을을 살려달라는 요청이었다. 인구는 계속 줄고 먹거리도 변변치 않아 그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그와 지역민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700명 마을이 하나의 호텔로'라는 구호 아래 힘을 합쳤다. 쓰러져 가던 집이 호텔로 탈바꿈했고, 주민들은 호텔 지배인과 가이드를 자처했으며, 지역 특산물은 호텔의 최고급 요리로 변신했다. 고스케촌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서명란에 이름을 적는 것은 어쩌면 작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은 참여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 지역민들의 작은 힘이 모여 제도와 도시를 바꾼다. 이제 대전시와 유성구가 그것을 증명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대전시민과 유성구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할 때이다.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