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21세기형 브나로드 운동과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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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21세기형 브나로드 운동과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 승인 2023-06-20 17:44
  • 신문게재 2023-06-21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이동진 건양사이버대 총장
이동진 건양사이버대 총장
팡(FAANGs)과 바트(BATs)의 전쟁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언뜻 보면 온라인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용어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 전쟁은 현재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다. 디지털 시대의 특징은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간은 디지털 세상을 사용하는 유저의 입장에서 언제든지 변경해 설정 가능한 변수고, 공간은 유저가 본인의 의지대로 1인칭 주인공 또는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배열할 수 있는 변수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상에서 우리가 선행적으로 갖고 있던 전쟁이라는 개념도 변할수 밖에 없다. 최소한 시공간의 범주에서 전쟁에 대한 우리의 개념적 틀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필자는 디지털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즉 디지털 제국주의와 그것의 대항마로서 사이버대학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한 학자의 흥미로운 주장을 하나 소개해보자. 캐나다의 경제·커뮤니케이션 학자인 해롤드 이니스(Harold Innis)는 내구성 있는 문자의 소통 도구를 만들어 냄으로써 사회가 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종이의 시작인 파피루스와 같은 원초적인 이동 가능한 문자 매체의 발명으로 중앙 집중적인 통제가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됐고, 글을 쓴 사람과 글을 읽는 사람이 시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수신된 메시지와 송신 메시지 사이에는 왜곡이 없게 됐다. 이것은 의사 전달자가 훨씬 더 광범위하고 이질적인 독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급기야 사회가 더 이상 대면 의사소통에 의존하지 않게 됐고, 사회는 지속적으로 방대한 공간과 다양한 사람들을 자신의 영역에 포함할 수 있게 됐다. 해롤드 이니스는 이것이 제국의 시작이라는 역사의 흐름을 이끌었다고 주장한다. 일리있는 주장이고,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제국인 고대의 로마, 근대의 영국, 현대의 미국이 모두 이러한 역사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다시 팡(FAANGs)과 바트(BATs)의 전쟁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팡은 미국의 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의 이니셜을 딴 것으로 미국의 디지털 플랫폼 국가대표들이다. 그리고 바트는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의 이니셜을 따온 것으로 중국의 국가대표 디지털 플랫폼이다. 특정한 시간적 배경을 중심으로 물리적인 영토에 기반한 전통적인 제국주의 모습은 이제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시공간을 초월해 발생하는 모습으로 대체됐다. 미국과 중국은 디지털 영토에 대한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보이지 않게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의 모든 곳에 식민지를 차지하면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군림했던 영국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디지털 제국주의도 식민지를 한번 차지하게 되면 엄청난 경제적·문화적 파급력을 행사하게 된다. 21세기 현시점에서 디지털 제국주의 전쟁에 가장 적극적으로 국가대표를 양성해 지배력을 행사하려는 나라가 바로 미국과 중국이기에 팡과 바트의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가 매일 '자유롭게' 스마트폰을 보면서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사용하고, 우리가 웹상에서 하는 모든 행동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가 고스란히 이들의 손에 상업적인 용도로 쓰이기 위해서 들어가고 있다. 사실상 이미 우리는 디지털 제국주의 식민이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여겨볼 것은 이러한 디지털 제국주의의 세상을 지배하는 전략이다. 니칼라스 카는 디지털 제국이 우리를 지배하는 방식을 마취된 뇌에 비유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나의 뇌는 배고파한다. 뇌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받는 것에 길들여져있다. 많은 정보가 주어질수록 더 배고파하고, 디지털 제국주의의 플랫폼의 지나치게 친절한 배려에 익숙해져서 그들이 만들어 놓은 알고리즘에 뇌 없이 행동하는 꼭두각시로 전락해 버렸다." 디지털 제국주의가 장악한 인터넷은 19세기의 철도와 유사하다. 당시 미국은 철도의 독점을 통해서 90%의 무연탄 시장을 지배하였다. 그리고 노동자를 장악하고 그들의 삶까지 모두를 소유하였다. 우리가 만들어 내는 데이터가 21세기판 무연탄이라면, 우리는 매일 스스로 두 손에 스마트 폰이라는 21세기형 삽을 들고 석탄광산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대학은 디지털 제국주의가 만들어 놓은 디지털 플랫폼의 교육적인 버전으로 시작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사이버대학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디지털 문맹퇴치 운동의 일환인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평생교육을 실현하는 고등교육기관이 됐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제 사이버대학은 21세기형 브나로드 운동의 선봉에 서 있다고 필자는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다. '브나로드(v narod)'는 '민중 속으로 가자!'라는 뜻으로 소련의 지식인들이 민중을 깨우쳐야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구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운동이 역사적으로 일제의 식민통치에 저항하기 위해 일으킨 제국주의에 대항한 거국적인 문화운동이었다. 이제 사이버대학은 성인 학습자뿐만아니라 디지털 세상의 문명의 그늘에서 아직도 당당한 주인으로 우뚝 서지 못하는 학습자에게 21세기형 브나로드 운동을 전개할 책무가 있다. 사이버대학의 교육은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있는 세계에서 수동적으로 노력 없이 주어지는 정보에만 의존하여 디지털 제국주의의 식민지가 되는 환경을 근절하기 위한 디지털 제국주의의 대항마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조금 더 욕심을 부려 각자가 갖고 있는 인지적 판단능력을 동원하는 능력을 아직도 '인지적 구두쇠'인 학습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21세기형 사이버대학의 브나로드 운동을 통해 우리의 두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이 21세기형 석탄광산 채굴자의 삽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플랫폼이 되길 필자는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이동진 건양사이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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