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산에서 태어나서 바다와 접한 환경에서 살았고, 밥상에는 늘 물고기가 올라왔다. 특히 생선회는 회식 때 즐겨 먹는 음식이었다. 어패류 식중독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늘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우려 수준을 뛰어넘는, 차원이 다른 경각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가 현실화되면 수산물 시장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란 사실은 누가 봐도 극명한 일이다. 일본산 수산물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이후로 거의 한국에서는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로 줄었지만, 이제는 태평양 연안국가와 우리 수산물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방사능에 오염된 물고기를 먹는다고 당장 식중독에 걸리거나 암이 발생해 죽는 일은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종류의 오염 물고기에 대한 명확한 처리 기준이나 개인별 사례들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다. 개개인마다 취약성 정도가 다를 것이고, 특히 미래세대 어린이에게는 피폭 정도가 더 심할 수 있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아마 어린이를 둔 부모들은 수산물 소비를 줄일지 모른다. 나 또한 즐겨먹는 음식을 행복하게 바라보기 보다는 불안하게 인식한다면 손이 자주 가지 않을 것 같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바라보는 정치적 시각 또한 국민의 힘과 민주당이 편차가 심하다는 것도 불안의 한 요소이다. 태평양 연안국가 대부분이 방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한일관계의 대승적 관계 회복을 위해 일본의 방류정책에 동조하고 있다. 과연 이 일이 우호적인 한일관계에 1이라도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선은 국민이 동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그 피해가 우리 어민에게 돌아올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나야 안 사 먹으면 그만이다’ 라는 안일한 태도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나는 한일관계가 과거문제를 청산하고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가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현 정권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을 지지하고 굴욕외교라는 식으로 폄하 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는 현 정부가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를 통해 명확한 판정을 받아보기 바란다. 지금 일본에 사찰단을 보내 견학식으로 확인해 보겠다는 안일한 태도를 일관한다면 우리 국민 정서상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국민은 지금 어떤 나라보다도 기후위기와 환경오염, 식품안전성에 대한 인식 등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이런 문제가 정치적 놀음이나 안일한 눈가림식 해결책으로 넘어가기를 원치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예전처럼 NO! Japan 같은 반일 감정으로 확산될 일도 아니다. 어느 나라나 자국의 문제에 대해 정책을 내놓을 수 있고, 만약 그 문제가 주변국에 영향을 준다면 국제법에 따라 해결책을 찾으면 된다고 본다. 특히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는 견학식 사찰단 파견으로 국민을 설득해 보겠다는 발상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 현 정권의 일본에 대한 외교 자세가 굴욕적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 시점에서 계속 성토할 구실만 만들어서 좋을 일이 뭐가 있겠는가! 반일 감정을 넘어서 현 정권에 한 표를 던진 사람들의 마음이 심상치 않다.
김재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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