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철 변호사 |
이러한 일이 먼 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창작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뮤지션들을 사이에서 펜타닐 패치가 유행했고 교통사고 후유증 등 통증 호소를 하기만 하면 예상보다 쉽게 마약류 진통제인 펜타닐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몇 년 전 펜타닐 중독을 경험한 한 래퍼가 그 실태를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며 약물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며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공개됐으나, 최근 다시 마약류 소지 및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뉴스가 있어 더 안타깝다.
불과 두 달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강남 학원가의 마약 음료 사건도 충격적이다. 범행을 벌인 일당들은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를 한다며 학생들에게 필로폰 성분이 첨가된 음료를 건네 마시게 했고, 구매 의사를 확인하는 데 필요하다며 부모 전화번호를 받아 간 뒤 피해 학부모들에게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학교에 알리겠다"는 내용의 협박 전화를 거는 등 보이스피싱 수법을 이용하여 돈을 갈취하려고 하였다. 다행히 이번 건은 제조된 마약 음료 총 100병 중 18병이 배부되었고 8병 정도가 음용되는 것에 그친 상태에서 조기에 용의자들이 검거돼 마무리됐다.
그러나 경찰청이 올해 3월부터 석 달간 마약류 범죄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총 3670명을 검거하고 그중 909명을 구속했는데, 이번 검거된 마약사범 중에는 20대가 30.9%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21.8%)로서 20·30대 젊은 층이 전체 마약사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10대 청소년도 212명이나 되어 1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를 보여 젊은이들 사이에 급속도로 마약이 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통해 마약류 및 그 원료물질의 취급과 관리를 규율하고 있다. 마약류란 ① 마약, ② 향정신성의약품, ③ 대마를 합쳐 부르는 통칭이며, 위 법률과 같은 법 시행령에서 정의와 해당하는 성분을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그중 마약은 흔히 알고 있는 양귀비, 아편, 코카 잎 및 그 추출물과 그와 동일한 화학적 합성품(코카인, 헤로인, 모르핀, 코데인, 옥시코돈 등)을 말하고 그 이외에도 동일하게 남용되거나 해독 작용을 일으킬 우려 있는 화학적 합성품(펜타닐, 메타조신. 페티딘 등)이 포함된다.
향정신성의약품은 마약이나 대마 이외에 '인간의 중추신경에 작용하여 오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는 약품'을 말하며 오남용 가능성, 의료용으로 사용 여부,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 정도 등에 따라 여러 분류가 있다. 그런데 향정신성의약품 중 의료용으로 사용되며 오남용의 우려가 적은 약물로 분류되고 있는 '졸피뎀과 프로포폴'은 요즘 매스컴을 통해 너무나 많은 사건 사고, 범죄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이미 우리 생활 주변에 마약류가 깊숙하게 손을 뻗치고 있다. 마약을 처음 접하는 계기도 너무나 다양하다. 누군가는 단순히 호기심에서, 또 누군가는 피로를 쉽게 풀기 위해, 창작에 도움을 받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살을 빼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 약물을 접하고 더욱 의존하고 결국 더 강한 자극을 찾으며 헤어나오지 못하게 된다.
마약은 본래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암 환자나 큰 수술을 받은 환자용 진통제로 사용됐다. 우리 사회가 너무나 빠른 성장과 성과만을 바라보며 그에 따른 부작용과 아픔을 외면해 왔던 것이 결국 약물로 의존하는 풍조를 만든 것이 아닐까. 마약류에 대한 처벌과 치료도 중요하나, 그 유입을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경각심을 가지고 주변을 살펴볼 때다.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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