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약물 오남용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약물 오남용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 승인 2023-06-18 09:31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신동철
신동철 변호사
얼마 전 한 종편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진 미국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의 일명 ‘좀비 거리’ 영상은 보는 이들에게 큰 충격과 공포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된 시민들이 좀비처럼 거리를 돌아다니거나 누워 있는 모습이었는데, 공권력으로도 통제가 어려운 상황으로 보였다. 그 배후의 이야기를 보니 모르핀의 100배에 달하는 강력한 진통 효과를 가진 오피오이드(아편) 계열의 의약품인 옥시코돈과 펜타닐 등이 1990년대 후반부터 제약업체의 로비와 기만적인 마케팅을 통해 FDA의 제재 완화를 이끌었고, 의사들의 무분별하고 잘못된 처방으로 수많은 오·남용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게 됐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먼 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창작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뮤지션들을 사이에서 펜타닐 패치가 유행했고 교통사고 후유증 등 통증 호소를 하기만 하면 예상보다 쉽게 마약류 진통제인 펜타닐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몇 년 전 펜타닐 중독을 경험한 한 래퍼가 그 실태를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며 약물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며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공개됐으나, 최근 다시 마약류 소지 및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뉴스가 있어 더 안타깝다.

불과 두 달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강남 학원가의 마약 음료 사건도 충격적이다. 범행을 벌인 일당들은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를 한다며 학생들에게 필로폰 성분이 첨가된 음료를 건네 마시게 했고, 구매 의사를 확인하는 데 필요하다며 부모 전화번호를 받아 간 뒤 피해 학부모들에게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학교에 알리겠다"는 내용의 협박 전화를 거는 등 보이스피싱 수법을 이용하여 돈을 갈취하려고 하였다. 다행히 이번 건은 제조된 마약 음료 총 100병 중 18병이 배부되었고 8병 정도가 음용되는 것에 그친 상태에서 조기에 용의자들이 검거돼 마무리됐다.

그러나 경찰청이 올해 3월부터 석 달간 마약류 범죄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총 3670명을 검거하고 그중 909명을 구속했는데, 이번 검거된 마약사범 중에는 20대가 30.9%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21.8%)로서 20·30대 젊은 층이 전체 마약사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10대 청소년도 212명이나 되어 1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를 보여 젊은이들 사이에 급속도로 마약이 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통해 마약류 및 그 원료물질의 취급과 관리를 규율하고 있다. 마약류란 ① 마약, ② 향정신성의약품, ③ 대마를 합쳐 부르는 통칭이며, 위 법률과 같은 법 시행령에서 정의와 해당하는 성분을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그중 마약은 흔히 알고 있는 양귀비, 아편, 코카 잎 및 그 추출물과 그와 동일한 화학적 합성품(코카인, 헤로인, 모르핀, 코데인, 옥시코돈 등)을 말하고 그 이외에도 동일하게 남용되거나 해독 작용을 일으킬 우려 있는 화학적 합성품(펜타닐, 메타조신. 페티딘 등)이 포함된다.

향정신성의약품은 마약이나 대마 이외에 '인간의 중추신경에 작용하여 오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는 약품'을 말하며 오남용 가능성, 의료용으로 사용 여부,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 정도 등에 따라 여러 분류가 있다. 그런데 향정신성의약품 중 의료용으로 사용되며 오남용의 우려가 적은 약물로 분류되고 있는 '졸피뎀과 프로포폴'은 요즘 매스컴을 통해 너무나 많은 사건 사고, 범죄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이미 우리 생활 주변에 마약류가 깊숙하게 손을 뻗치고 있다. 마약을 처음 접하는 계기도 너무나 다양하다. 누군가는 단순히 호기심에서, 또 누군가는 피로를 쉽게 풀기 위해, 창작에 도움을 받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살을 빼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 약물을 접하고 더욱 의존하고 결국 더 강한 자극을 찾으며 헤어나오지 못하게 된다.

마약은 본래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암 환자나 큰 수술을 받은 환자용 진통제로 사용됐다. 우리 사회가 너무나 빠른 성장과 성과만을 바라보며 그에 따른 부작용과 아픔을 외면해 왔던 것이 결국 약물로 의존하는 풍조를 만든 것이 아닐까. 마약류에 대한 처벌과 치료도 중요하나, 그 유입을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경각심을 가지고 주변을 살펴볼 때다.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