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람도 산의 수목과 꽃나무만큼이나 개성과 품격이 제각기 다르다.
다양한 산의 나무나 꽃나무 그것들로부터 풍겨 나오는 독특한 내음과 향취가 다르듯 우리 사람도 개인마다 그에게서 풍겨 나오는 품격의 빛깔이 다르다.
세상에 사람이 많다 보니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고 개인마다 풍기는 인품의 향기도 제각기 다르다.
내 교직생활을 할 때 주변에는 술만 마시면 < 내가 누군데! >, <내가 누구야! >,하는 선생님 한 분이 계셨다.
보통 술을 들지 않았을 맨정신일 때는 별 험잡을 데 없는 분이었는데 술만 드시면 주벽(酒癖)이 좋지 않아서인지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었다. 이 이야기가 퍼져나가 입소문을 타서, < 내가 누군데! >,하면 ○○○교사를 떠올릴 정도 말이 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그 말은 우스갯소리를 할 때나 비아냥거리는 말을 할 때 양념처럼 즐겨 쓰는 사람들의 놀림거리 동네 말이 되고 말았다.
< 내가 누군데! >, 이 말은 갑질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흔히 즐겨 쓰는 전유물인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선생님은 술을 들지 않았을 때는 갑질행세와는 거리가 멀게 사시는 분이어서 별 말썽 없이 퇴임을 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 내가 누군데 >,하는 식으로 갑질 행세를 하며 사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직업에 관계없이 이런 말을 해서 비난을 받고 곤욕을 치르고 손해 보는 분들이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최근 모 정당 국회의원이란 거물급 인사가 음식점에 가서 음식과 술을 들고 그냥 나가려다 주인이 음식 값을 내라니까 명함 하나를 내 주며 < 나 이런 사람이야! >, < 내가 누군데! >, 하는 식으로 갑질행세를 하다가 망신을 당하고 지탄의 대상이 된 사례가 있다.
생각에 잠기다보니 타산지석의 교훈을 담고 있는 일화가 하나 있어 소개해 본다.
어느 교회에서 출입문이 너무 오래 된 낡은 것이라 문짝이 떨어져 나갔다.
예배시간이 다가왔기에 목사님은 서둘러 목수에게 연락을 했다. 목수는 급히 와서 그 문짝을 완벽하게 고쳐놓았다.
목사님은 너무 감사해서 목수에게 가죽 지갑 하나를 선물로 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우리 교회 창립 기념예배 때 만든 것인데. 약소 하지만 감사의 뜻으로 드리니 받아주십시오"
그러자 목수는 화를 버럭 냈다.
"아니, 사람을 뭘로 보고 이러시는 겁니까? 이까짓 지갑이나 받으려고 바쁜 데도 달려와서 문짝을 고친 줄 아십니까? 이래 뵈도 저는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자 알아주는 고급 인력입니다."
목사님은 당황하며 "그럼 어떻게 해 드리면 좋을까요?"
목수는 "아무리 못해도 10만원은 주셔야죠. 그래도 교회 일이라 싸게 해드린 겁니다."
목사님은 당황하며 "네, 그러세요. 그것 참? 감사한 일이네요."
목사님은 선물로 주려던 그 지갑 안에 들어 있던 30만원 중 요구한 10만원만 달랑 꺼내 건네주었다.
주는 대로 받았더라면 지갑과 30만 원까지 받았을 텐데….
'내가 누군데. 시간당 얼마인데'
이런 식으로 말하는 갑질행세의 교만과 욕심과 자존심을 내세우다 돈은 돈대로 손해를 보고 체면은 체면대로 깎이고 만 셈이다.
< 내가 누군데! >, < 내가 누군지 알아? >, < 나 이런 사람이야! >
이런 정도 말을 하는 사람은 대개가 인품 중량이 10g도 못되는 사람들이다. 또 신분은 급작스레 상승되었는데 교양은 그에 걸맞게 따라가지 못한 데서 나온 말이다.
보통 이런 식으로 말하면 상대방이 기가 죽어, 말하는 사람의 행동이나 요구에 굴종되어 요구하는 것에 응해 주는 것을 믿고 하는 얄팍한 화술에 불과한 것이다.
<내가 누군데! >, <내가 누군지 알아? >, < 나 이런 사람이야! >
이런 말은 가급적이 아니라 절대로 상용하는 말이 되어서는 아니 되겠다.
이런 저급한 말을 해서 상대방을 기죽이고 굴종하게 만들려다 곤욕을 치르고 망신당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재산이나 권력, 사회적 지위나 인품 면에서 자신을 내세울 만한 입장이라 하더라도 상대방 앞에서는 더욱 낮추고 겸손해야 자신이 올라간다.
낮출수록 높아진다는 말의 의미를 새기며 사는 사람들이 됐으면 좋겠다.
저급한 권위주의의 작태를 분별하지 못해 품격을 깎아내리는 일은 없어야겠다.
분별없는 말을 해서 정서적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일이 있어서도 아니 되겠다.
<내가 누군데! >, <내가 누군지 알아?>, <나 이런 사람이야!>
혹시 내가 자주 쓰는 말은 아닌지 가슴에 손을 대어 볼 일이다.
나도 그런 말을 하고 사는 저급한 맹추는 아닌지 자성에 빠져볼 일이다.
<내가 누군데! >
이런 말로 품격의 중량이 10g도 안 되는 주인공이 되어서야 쓰겠는가!
남상선/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남상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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