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인공지능과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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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인공지능과 정치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3-06-1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꽃놀이패', 바둑 두는 사람이나 아는 말이다. 바둑은 서로 번갈아가며 돌 놓기 하는 놀이 아닌가? 패는 상호 중요한 곳이라 서로가 놓아야만 하는 곳이다. 더 중요한 곳이 있어서 거르게 되면 한쪽이 연속 놓아 문제가 정리된다. 한 사람이 두 번 연속해서 놓아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일정 피해를 감수하고 해소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전체 승부가 좌우되기도 한다. '꽃놀이패'는 패의 성패와 관계없이 피해가 없거나 미미한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상대는?패에서 이겨도 소득은 없으나, 패하면 큰 피해가 따른다.

혼자 두 번 연속 놓아, 해당 패에 버금가거나 이득 취할 곳이 많을 경우 패를 만든다. 즐기기 위해서나 단번에 제압하기 위한 꽃놀이패도 있지만, 바둑이 유리한 경우는 굳이 만들지 않는다. 대부분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만드는 난국 타개용이다. 이판사판인 것이다.

요즘 정치계 패가 그러한 것 같다. 한쪽은 자꾸 패를 만들고 팻감 찾느라 분주한데, 다른 한쪽은 꽃놀이패로 즐기는 듯하다. 패는 번갈아가며 놓아야 하는 규칙이 지켜져야 하는 대결에서나 가능한 일 아닌가? 형평성이 바탕이요, 유불리가 없이 공정해야 한다. 과연 그러한지 의문이다.

어쩌다 바둑강좌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시청하다 보니 AI가 많이 언급된다. 과거엔 정석이 이랬으나 AI에서는 이렇다 하는 식이다. 이른바 정석이라고 하는 것이 변화되고 있음을 본다. 정석이 무엇인가? 바둑에서는 공격과 수비 모두 최상의 선택이라 인정되는 방식으로 돌 놓기를 하는 것이다. 수도 없는 경험과 창의력이 점철된 것이다. 물론 계속 변화해 왔다. 모든 프로기사가 정석대로 두면 어찌 승패가 갈리며 재미가 있겠는가? 실전에선 기세, 감정 등 심리전도 작용한다. 무엇보다 정석이란, 배우되 버리지 않으면 진정한 고수가 될 수 없다. 여기서 버린다는 것은 미래지향의 창조적인 수이다.



세계 바둑 최강 기사들이 인공지능바둑에 연달아 패하면서, 오히려 사람이 인공지능바둑을 연구하게 되었다. 인공지능이 인간지식과 기억의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초창기 인공지능은 인간이 알고 있는 정보나 패턴으로 작동하였다. 7~8급 수준에 머물렀다. 프로기사와 대적할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인공지능이 스스로 계산하여 최선의 방법을 찾는 기계학습 방식으로 바뀌었다. 거기에 인공지능은 감정이 없다. 오로지 계산해낸 수치에 따라 작동할 뿐이다.

바둑뿐이랴, 하나 더 살펴보자. 쳇GPT는 채팅과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가 더해진 합성어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기계어로 만든다. GPT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으로 사용하는 자연어로 처리하는 인공지능 기반 모델이다. 즉, 쳇GPT는 대화형 인공지능 로봇인 것이다.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질문을 하면 로봇과 그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로,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각종 창작활동도 가능하다. 아직은 비현실적이거나 황당무계한 경우가 있어 유의해야하지만, 지속적으로 진화하기 때문에 그 미래가 기대된다.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작동하고 있다. 아직은 인간이 만들어준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 수준이지만, 탈피나 초월도 머지않아 보인다. 공존이냐, 풍요로운 삶의 질 향상이냐, 역으로 인간이 인공지능에 통제되느냐, 피격 당하느냐 고민해봐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인공지능이 바둑을 즐기기야 하겠는가? 인간이 즐기기 위해 인공지능바둑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인공지능바둑으로 바둑이 진화되고 고차원적인 즐거움이 함께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치는 정치하는 사람이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보는 국민이 즐거워야 한다. 정치도 인공지능 도입으로 미래지향적 품위가 만들어지고 고상해졌으면 좋겠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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