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진주'로 일컫는 홍콩에는 동서양 그리고 전통과 현대가 빚어낸 고유한 '홍콩문화'와 155년간 영국 통치가 남긴 유산이 있다. 또 첨단 기술과 국제금융 서비스, 중국 남부 광동지방의 멋이 녹아있다.
지난달 하순 첵랍콕 공항에 내리니 시야에 들어온 주변은 온통 공사판이었다. 중국은 광동성의 광저우, 선전 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지역을 연계하는 '웨강아오'(광동, 홍콩, 마카오)대만구(大灣區)사업 (Greater Bay Area Project)을 추진하고 있다. 주강(珠江) 동편은 전자정보산업, 서편은 선진장비제조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중국판 실리콘밸리다.
홍콩은 1997년 7월 1일 영국으로부터 반환되었다. 필자는 당시 역사적인 장면을 볼 수 있었다. 행운이었다. 그 후 2003년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2012년 '메뚜기 갈등'(중국인을 곡식을 쓸어가는 메뚜기에 비유한 일간지 광고), 2014년 우산혁명(민주화 시위), 그리고 2019년 범죄인 인도법 개정 반대 시위 등으로 국제 뉴스의 초점이 되어 왔다.
위와 같은 혼란과 펜데믹으로 아시아지역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의 10%가 줄었다. 대신 홍콩으로 이전한 중국기업은 28% 늘었다. 홍콩인 18만 명이 해외로 떠났고. 영국에 장기체류할 수 있는 BNO(British National Overseas) 신청자가 14만 명에 달했다.
권혁준 중국 CATL사 글로벌 법률·전략 자문역은 "지난해 홍콩을 떠난 외국기업들이 있지만 홍콩의 다이나믹한 비즈니스 환경은 유지되고 있다"고 말한다. 외국기업이 떠난 자리에는 중국 대기업과 부유한 중국인들로 채워져 급격한 변화와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홍콩은 비행기 4시간 이내 아시아의 모든 시장에 그리고 5시간 이내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 사는 지역에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지정학적으로 대중국 무역, 금융서비스와 투자의 관문 및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다. 홍콩과 맞대고 있는 광동성은 중국 대외 교역의 3분의 1이 이뤄지고 있는 요충지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겐 계속 중요한 포스트다.
홍콩은 세계 여섯 번째의 무역 규모와 뉴욕, 런던에 이은 3대 금융중심지이다. 또 세계 최고의 MICE 산업도시이다. 우리의 5대 수출시장, 3대 흑자시장이다. 한국 기업 등에서 80여 개의 사무소가 나와 있다. 지난 3~4년간 홍콩 교민의 수가 줄어들었다가 다시 늘어 1만 6천 정도로 보고 있다. 25년간 전자부품사업을 해온 박종찬 대표는 "2010년부터 홍콩의 무역 기능은 퇴색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고령화 그리고 의료문제로 귀국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최근 논산시 등 지자체들이 농산물 시장 개척을 위해 방문하며 교류가 재개되고있다" 고 말한다.
홍콩섬으로 가는 스타 페리 승선을 위해 걷는데 길거리 판촉 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Hello Hong Kong' 프로모션. 한국인 여성이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소비 바우처를 나눠 주고 있었다. 홍콩은 2019년 연 5천만 명에 달했던 여행객을 되살리기 위해 50만 명에게 무료항공권 제공 등 300여 개의 축제와 이벤트를 퍼붓고 있다. 침사초이 쇼핑가와 피크트램 등 관광지마다 중국인들로 넘쳐났다. 마카오에도 중국인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고 홍콩 ~ 광저우 고속철도에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이들이 한국도 찾는 고객으로 만들어 보자.
홍콩은 아시아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한국인은 90일간 체류할 수 있다. 또 워킹홀리데이로 30세 이하 청년들이 와서 1년간 체류할 수 있다. 유학생들은 영어와 중국어를 익힐 수 있다. 또 글로벌 문화를 배우고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홍콩 정부는 과학 기술 등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해서도 애쓰고 있다. 홍콩에는 50여 개의 국제학교가 있는 글로벌 교육기지이다. K드라마·K팝 관심으로 한국어를 선택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2025년 대입부터 한국어가 외국어 시험 중 하나로 포함된다. 최근 한국 음식점이 늘어 2백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들린다.
얼마 전 홍콩의 명물 수상 식당 '점보'가 경기 쇠퇴로 폐업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중국화가 진행되며 이런저런 변화가 있을 것이지만 인구 740만의 홍콩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더 좋은 기회가 되도록 꾀를 내보자. 홍콩한인회, 홍콩한인상공회, 월드옥타홍콩지회, 홍콩지상사협의회, 홍콩한인요식업협회 등을 통해 관심을 가져보자.
김현중 / 건양교육재단 역사관장
김현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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