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윤 배재대 주시경교양대학 교수 |
이는 한나라 가의가 쓴 '신서'에 '음덕양보(陰德陽報)'라는 성어로 전해진다. '음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행하는 덕행을 의미하며, '양보'는 나중에 보답으로 드러나게 된다는 의미로 '선시후득(先施後得)'과 그 맥을 같이 한다. '회남자'의 '인간훈'편에도 세 가지 덕이 나오는데, 마음으로 남을 돕는 심덕(心德)과 재물로 돕는 공덕(功德)보다 음덕을 가장 큰 것으로 여기기도 했다. 보답 받기 위해 선행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에게 덕을 베풀다 보면 좋은 결과가 뒤따라온다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타인에게 덕을 베푸는 방법으로 봉사보다 더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봉사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애씀'이라는 의미처럼 자신의 사랑을 타인에게 전이시키는 따뜻한 마음을 말한다. 타인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 몸소 행동으로 발현돼 나타나는 것이 봉사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흔하게 회자되는 서비스처럼 타인을 향한 사랑의 실천은 때와 장소가 정해진 것이 아니다. 그래서 공자는 논어의 '이인'편에서 "밥 한끼 먹는 짧은 시간에도 사랑의 실천을 포기해선 안된다.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라도 반드시 이 원칙을 지켜야 하고, 넘어져 다급한 순간에도 반드시 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눈을 뜨고 있는 매 순간마다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봉사 현장을 가보면 코로나 상황에 입시제도의 변화까지 한몫하면서 봉사의 분위기나 환경이 많이 변했다. 바뀐 입시제도로 인해 전국의 모든 봉사 현장에 학생들의 참여가 3분의 1로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년 전까지는 중·고생의 봉사활동이 의무로 지정돼 있었는데, 이후 권장으로 바뀌면서 학생부 종합에도 개인 봉사활동을 반영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자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봉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됐고, 자발적으로 봉사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의욕마저 꺾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13~19세 청소년들에게는 이론수업과 봉사활동이 병행해 이뤄져야 오롯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는데, 졸속의 교육 정책이 봉사의 세대 단절까지 불러온 것이다.
봉사는 수동적, 타율적 행위가 아니라 능동적, 자발적 행동에서 우러나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누군가의 강압이나 불순한 목적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먼저 봉사의 현장을 찾아가서(探) 욕심내어(貪) 봉사를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인성 형성에 중요한 청소년기에는 병아리가 알에서 잘 나오게 하기 위한 어미 닭의 심정으로 봉사를 선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만 하는 것이 저간의 현실이다.
봉사를 희생이라고 생각해 실천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에게 도움을 주라고는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다. 봉사는 함께 사는 세상에서 자기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어우러져서 행복을 찾아가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주인공은 바로 나이고,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 인성이다. 인성의 변화는 바로 봉사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지금부터라도 욕심을 내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하윤 배재대 주시경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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