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봉사, 탐(探)해서 탐(貪)하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 봉사, 탐(探)해서 탐(貪)하라

  • 승인 2023-06-13 17:27
  • 신문게재 2023-06-14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배재대김하윤교수
김하윤 배재대 주시경교양대학 교수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의 명재상이었던 손숙오가 어렸을 때, 놀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밥도 먹지 않고 울고 있었다. 어머니가 그 까닭을 물으니 밖에서 머리 둘 달린 뱀을 봤는데, 당시에는 머리가 둘 달린 뱀을 보면 죽는다는 속설이 유행하던 때라서 언제 죽게 될지 몰라 두려워서 운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뱀이 어디 있는지를 물으니, 다른 사람들이 보면 또 화가 미칠지 몰라서 죽여 땅에 묻었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남몰래 덕을 베풀면 하늘이 복을 주기 때문에 너는 죽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후일에 손숙오의 어짊을 알고 재상이 된 그를 나라 사람들 모두가 신뢰했다고 전한다.

이는 한나라 가의가 쓴 '신서'에 '음덕양보(陰德陽報)'라는 성어로 전해진다. '음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행하는 덕행을 의미하며, '양보'는 나중에 보답으로 드러나게 된다는 의미로 '선시후득(先施後得)'과 그 맥을 같이 한다. '회남자'의 '인간훈'편에도 세 가지 덕이 나오는데, 마음으로 남을 돕는 심덕(心德)과 재물로 돕는 공덕(功德)보다 음덕을 가장 큰 것으로 여기기도 했다. 보답 받기 위해 선행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에게 덕을 베풀다 보면 좋은 결과가 뒤따라온다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타인에게 덕을 베푸는 방법으로 봉사보다 더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봉사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애씀'이라는 의미처럼 자신의 사랑을 타인에게 전이시키는 따뜻한 마음을 말한다. 타인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 몸소 행동으로 발현돼 나타나는 것이 봉사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흔하게 회자되는 서비스처럼 타인을 향한 사랑의 실천은 때와 장소가 정해진 것이 아니다. 그래서 공자는 논어의 '이인'편에서 "밥 한끼 먹는 짧은 시간에도 사랑의 실천을 포기해선 안된다.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라도 반드시 이 원칙을 지켜야 하고, 넘어져 다급한 순간에도 반드시 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눈을 뜨고 있는 매 순간마다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봉사 현장을 가보면 코로나 상황에 입시제도의 변화까지 한몫하면서 봉사의 분위기나 환경이 많이 변했다. 바뀐 입시제도로 인해 전국의 모든 봉사 현장에 학생들의 참여가 3분의 1로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년 전까지는 중·고생의 봉사활동이 의무로 지정돼 있었는데, 이후 권장으로 바뀌면서 학생부 종합에도 개인 봉사활동을 반영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자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봉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됐고, 자발적으로 봉사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의욕마저 꺾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13~19세 청소년들에게는 이론수업과 봉사활동이 병행해 이뤄져야 오롯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는데, 졸속의 교육 정책이 봉사의 세대 단절까지 불러온 것이다.



봉사는 수동적, 타율적 행위가 아니라 능동적, 자발적 행동에서 우러나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누군가의 강압이나 불순한 목적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먼저 봉사의 현장을 찾아가서(探) 욕심내어(貪) 봉사를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인성 형성에 중요한 청소년기에는 병아리가 알에서 잘 나오게 하기 위한 어미 닭의 심정으로 봉사를 선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만 하는 것이 저간의 현실이다.

봉사를 희생이라고 생각해 실천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에게 도움을 주라고는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다. 봉사는 함께 사는 세상에서 자기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어우러져서 행복을 찾아가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주인공은 바로 나이고,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 인성이다. 인성의 변화는 바로 봉사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지금부터라도 욕심을 내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하윤 배재대 주시경교양대학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사설] '폭행 사건' 계기 교정시설 전반 살펴야
  4. 금산 무예인들, '2024 인삼의 날' 태권도와 함께 세계로!
  5. 학하초 확장이전 설계마치고 착공 왜 못하나… 대전시-교육청-시행자 간 이견
  1. 화제의 대전 한국사 만점 택시… "역경에 굴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2.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3. 대전용산초 교사 사망사건 가해 학부모 검찰 기소… 유족 "죄 물을 수 있어 다행"
  4. [국감자료] 교원·교육직 공무원 성비위 징계 잇달아… 충남교육청 징계건수 전국 3위
  5. [사설] CCU 사업, 보령·서산이 견인할 수 있다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