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대학서열화에 대한 인식의 오류와 개선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대학서열화에 대한 인식의 오류와 개선

  • 승인 2023-06-13 11:32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원성수 공주대 총장
원성수 공주대 전 총장
필자는 지난 5월 말로 4년간의 대학 총장직을 마쳤다. 정해진 단임제 임기 하에서 몸과 마음이 바빴지만 무난히 소임을 다한 것에 대한 보람이 커 구성원들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러나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교육환경 속에서 총장 재직 동안 느꼈던 아쉬운 점도 많았기에 기회 있을 때마다 독자들과 교육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나누어 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하고 싶다.

우리가 흔히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논할 때 각자 중시하는 바가 다를 것이다. 역사학자들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보려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논하기 보다는 현재에 집중하자는 사람들과 과거와 현재에 말목 잡히면 미래를 놓친다며 걱정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모두가 상황에 따라 일리 있고 또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적어도 교육적 측면에서 이 땅의 청년들을 생각할 때 필자는 과거나 현재보다는 미래와 그들의 가능성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이 청년들에게 큰 희망과 동기부여를 줄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우선 대학서열화의 문제를 들여다 볼 때 우리 사회는 너무나 과거에 집착하는 경향이 크다는 생각에 유감이다. 우리는 이미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유·초·중등 교육과정의 성적으로 대입 경쟁이 시작되고, 또 서열화 된 대학의 졸업장으로 한 인간의 일생 즉 미래가 크게 좌우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합리적이지 못한 것 같다.

인간은 각자 타고난 재능이 다르다. 또 성장하는 동안 집안 형편 등 주위 환경이 각자 다를 것이다. 그야말로 인생의 출발점 자체가 다른 가운데 정해진 학습과정을 이수하며 누적된 성적 등이나 단 한 번의 수학능력시험 결과를 가지고 대학을 결정한다. 그리고 서열화 된 대학의 명성으로 어떤 개인에게는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기도 하고 또 다른 개인에게는 씻을 수 없는 주홍글씨가 되어 미래가 발목 잡히기도 하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아닌 듯하다.

좀 더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청소년기까지는 정해진 다양한 과목들을 이수하며 자신의 소질이나 혹은 좋아하거나 잘하는 분야에 대해 점검한 후, 대학에서 자신이 선택한 전공에 집중하는 것이 상식으로 여겨진다. 또 대학 재학 중에도 융합학문에 대한 선택을 다양하게 도모 할 수 있기에 적어도 한 개인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대학생활과 그 이후를 중시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라 여겨진다. 그래야만 과거나 혹은 서열화 된 대학의 명성이란 적은 정보에 의존해 개인의 미래가치나 능력을 섣부르게 판단하는 오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대학입학이나 졸업식장에서 이제 개인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시간이 공평하게 주어졌으며 지금부터 한번 해볼 만한 진정한 경쟁이 시작된다는 언급을 자주했다. 그 말은 다른 한편으로 우리 사회에 대해 대학서열화라는 인식을 개선하자는 주장이기도 했다. 즉 대학과정부터 개인들에게는 새로운 시작이 되고 또 대학을 졸업할 때 각자가 선택한 분야에서 현재와 미래에 대한 능력을 정당하게 평가받는 상식을 회복하자는 표현이었던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 청년들에게 안주보다는 도전의식을, 이른 절망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 가운데 우리 시회가 좀 더 합리적이며 공평한 가운데 인식의 오류를 줄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서열화에 대한 인식이 더욱 심화 및 고착돼 가고 있는 현실적 우려 속에서 필자는 우리 사회의 대다수 청년들이 과거 때문에 발목 잡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저평가되어 절망하지 않길 진정으로 바란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그러한 쪽으로 인식의 개선을 이룰 때 비로소 저출산과 수도권 집중 등 연계된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조금씩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원성수 공주대 전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산 부석사 불상 친견법회, 한일 학술교류 계기로"
  2. 대전 학교 내 성비위 난무하는데… 교사 성 관련 연수는 연 1회 그쳐
  3. [입찰 정보] '테미고개·서대전육교 지하화'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12공구 공고
  4. 2023년 대전·세종·충남 전문대·대학·대학원 졸업생 취업률 전년比 하락
  5.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1. [사설] '대한민국 문화도시' 날개 달았다
  2. [사설] 교육 현장 '석면 제로화' 차질 없어야
  3.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4. 대전 경제기관·단체장 연말연시 인사이동 잇따라
  5. 대전 동구, 축제로 지역 이름 알리고 경제 활성화 기여까지

헤드라인 뉴스


韓 권한대행도 탄핵… 대통령·국무총리 탄핵 사상 초유

韓 권한대행도 탄핵… 대통령·국무총리 탄핵 사상 초유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27일 탄핵 됐다.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마저 직무가 정지되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순서에 따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국회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무기명 투표를 진행한 결과, ‘국무총리(한덕수) 탄핵 소추안’은 재적의원 300명 중 192명이 참석해 찬성 192표로 가결됐다. 표결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 안건은 국무총리 한덕수 탄핵소추안이다. 그러므로 헌법 제65조2항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밝혔다...

세종시 `주택 특공` 한계...수도권 인구 유입 정체
세종시 '주택 특공' 한계...수도권 인구 유입 정체

현행 세종시 주택 특별공급 제도가 수도권 인구 유입 효과를 확대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해오던 이전 기관 종사자 특별공급 제도가 2021년 5월 전면 폐지되면서다. 문재인 전 정부는 수도권에서 촉발된 투기 논란과 관세평가분류원 특공 사태 등에 직격탄을 맞고, 앞뒤 안 가린 결정으로 성난 민심을 달랬다. 이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를 본 이들이 적잖다. 중앙행정기관에선 행정안전부 등의 공직자들부터 2027년 제도 일몰 시점까지 특별공급권을 가지고 있던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고개를 떨궜다. 세종시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같..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전국 시도교육감 엇박자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전국 시도교육감 엇박자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명의의 건의문이 17개 시·도 간 입장 조율 없이 제출돼 일부 지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12월 26일 이와 관련한 성명을 통해 "우리 교육청은 그동안 AI 디지털 교과서의 현장 도입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해왔다. 시범 운영을 거쳐 점진적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이라며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란 입장으로 서두를 건넸다. 이어 12월 24일 교육감협의회 명의의 건의문이 지역 교육계와 협의 없이 국회에 제출된 사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독감과 폐렴 함께 예방해 주세요’ ‘독감과 폐렴 함께 예방해 주세요’

  •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 즐거운 성탄절 즐거운 성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