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경험한 바 있는 친구는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라며 어서 툭툭 털고 일어나라며 덕담을 안겼다. 덕분에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이처럼 좋은 대화는 사람의 기분까지 바꿔준다.
대화(對話)는 사람을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을 뜻한다. 여기에 반드시 포함되는 것이 '말씀 담'(談)이다. 그럼 또 다른 '담'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회담(會談)은 모여서 이야기함이고, 장담(壯談)은 확신을 가지고 자신 있게 하는 말이다. 속담(俗談)은 예로부터 전하여 내려와 사람들이 마음속에 깊은 동감을 얻고 널리 퍼진 격언이며 세속에 관련된 이야기를 뜻한다.
덕담(德談)은 상대방이 잘되라고 비는 말이며, 악담(惡談)은 남이 못 되도록 하는 나쁜 말이다. 험담(險談)은 남을 헐뜯어서 하는 말이며, 괴담(怪談)은 괴상한 이야기다.
좌담(座談)은 마주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하는 이야기이고, 진담(眞談)은 진정에서 우러나온 거짓이 없는 참된 이야기다. 농담(弄談)은 실없는 말이며, 재담(才談)은 재치가 있게 하는 재미스러운 말이다.
밀담(密談)은 남몰래 비밀히 하는 이야기이고, 만담(漫談)은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말로써 흥미를 끈다. 음담(淫談)은 음탕한 이야기이며, 한담(閑談)은 심심풀이로 하는 이야기로 그리 중요하지 않은 말이다.
방담(放談)은 생각나는 대로 거리낌 없이 하는 말이고, 소담(笑談)은 우스운 이야기를 뜻한다. 상담(相談)은 말로 상의함이며, 면담(面談)은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간담(懇談)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함이고, 정담(情談)은 다정한 이야기를 말한다. 필담(筆談)은 말이 통하지 아니할 때 글을 써서 서로 묻고 대답하는 일 또는 그 문답을 뜻하며, 항담(巷談)은 거리에 떠도는 소문이다.
가담(街談)은 아무 곳에서나 함부로 논의되는 말이고, 청담(淸談)은 속되지 않은 청아한 이야기 또는 남의 이야기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 혼담(婚談)은 혼인을 정하기 위하여 오가는 말이며, 경험담(經驗談)은 몸소 겪고 치러 본 이야기다.
모험담(冒險談)은 모험을 하면서 겪은 사실이나 행동에 대한 이야기이고, 무용담(武勇談)은 싸움에서 용감하게 활약하여 공을 세운 이야기다. 지금까지 '담'에 관한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그 많은 '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담(情談)과 청담(淸談)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떠한가. 현행법의 맹점을 교묘히 이용한 전세 사기범들로 인해 벌써 4명이나 되는 세입자가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버렸다.
민심을 읽고 방향타(方向舵)를 조종해야 할 정치인은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 중에도 가상화폐에 거래하는 따위로 거액을 벌었다는 혐의로 의원직 사퇴 요구가 거세다. 이러한 사회적 탁류 현상은 급기야 저잣거리로까지 확산됐다.
지난 6월 4일 방송된 KBS2TV '1박 2일'에서는 경북 영양군의 전통시장에서 파는 옛날과자 가격을 두고 바가지 논란이 불거져 누리꾼들의 공분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1만 원대인 1.5㎏ 과자 1봉지를 무려 7만 원에 바가지를 씌워 파는 장면이 전파를 탄 것이 발단이었다.
저간의 이런 현상을 보면서 망루탄주(網漏呑舟)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는 '그물이 새면 배도 그 사이로 지나갈 수 있다'는 뜻으로, 법령(法令)이 관대(寬大)하여 큰 죄(罪)를 짓고도 피할 수 있게 됨을 비유하는 한자성어다.
채만식의 장편소설로 유명한 탁류(濁流) 현상이 개탄스럽다. 탁류는 악담(惡談)과 동격이다.
홍경석/ 작가,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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