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중구모바일아트작가 11인 전>이 대전동구문화원에서 열리고 있다. 성순임 작가가 지도하는 모바일아트 강좌가 중구 평생학습관에 개설되어 있는 모양이다. 전시작가 스스로 이제 배우는 단계라고 말하고 있듯, 더 연구해야 될 부분이 많아 보인다. 모바일(스마트폰, 태블릿PC)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고 마음껏 그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별도의 재료가 필요 없다. 따라서 갖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도 없다. 다양한 도구의 기법도 소화할 수 있어 흥미롭다.
작가들도 나이가 많은 편이다. 그림에 대한 향수, 지속하지 못한 아쉬움, 불타오르는 창작욕 등 저마다 사연이 있으리라. 거기에는 역사 속 수많은 작가처럼 자신과 자연에 대한 탐구, 성찰이 담겨 있다. 정병길 작가는 급변하는 세태에 동떨어진 미술계가 구태의연하다 질타한다. 모바일 아트로 '화가가 제일 많은 나라 대한민국'으로 가자고 외친다. 새로운 상황에 흥분만 하는 것으론 부족하다. 거기에 걸 맞는 작가 의식이 있어야 한다. 여타 분야를 깔보는 것도 부적절 하다. 한 가지 먼저 알았다고 전체를 들먹이는 것은 침소봉대다. 거저 되는 것은 없다. 세상 어느 것이고 투철한 작가 의식, 치열한 삶이 점철된 결과이다.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전체가 투영되어 있는 것이다.
오랜 세월 수없이 많은 사람이 그림을 그려왔지만, 전인미답의 세계가 더 무한하리라. 재료나 기법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담긴 정신세계가 한량없기 때문이다. 전통적 장르나 기법을 심화하려는 노력과 거기에서 탈피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다. 동시대에 살고 있지만, 작가 의식은 천차만별이다. 어느 것이 더 공감을 획득하느냐, 시공을 뛰어 넘어 사랑받느냐, 미래에 일어날 변화에 교량적 역할을 하느냐가 주안점이 된다.
서너 해 전에 일본의 백수(白壽) 시인 시바타 도요와 시집 <약해지지 마>를 소개한 일이 있다. 가감 없는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가 감동으로 다가옴을 살펴보았다. 오늘은 76세에 그림을 시작하여 101세까지 1600여 점의 작품을 남긴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Anna Mary Robertson Moses, 1860 ~ 1961, 미국)를 모셔본다. 그의 말이다. "진정으로 무언가를 꿈꾸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때입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이죠."
그는 12세 때부터 15년 정도 가정부로 일했으며, 남편을 만난 후 농장 생활을 했다. 열악한 생활에 시달리다 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서야 붓을 들었다. 76세에 그림을 시작, 88세에 '올해의 젊은 여성'으로 선정되었다. 93세에는 <타임>지 표지 인물이 되기도 했으며, 100번째 생일에는 그날이 '모지스 할머니의 날'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의 작품을 대하면 절로 평안해진다. 기교가 없는 탓일까, 아기자기한 스토리가 정겹고 따사롭다. <인생의 봄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에 의하면 중요한 건 그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바쁘게 지내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종류든, 일은 우리 삶에 행복을 더해줍니다. 늘 부지런히 지내고 일에 몰두하면 걱정할 시간이 없습니다."
봄꽃이 휩쓸고 간 호수 한쪽에 오리 떼가 모여 놀고 있다. 연신 물질도 하고 장난도 친다. 두둥실 떠 있는 모습이 편안해 보이지만 물속에 있는 두 다리는 몹시 부산하다. 자전거는 발판을 밟아야 넘어지지 않는다. 내리막이 아닌 바에야 멈추면 쓰러진다. 지속적으로 심신을 움직여야 건강해진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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