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
의사: 환자분께는 ○○ 검사가 필요합니다.
환자: 그 검사 꼭 필요한가요?
환자는 지금 검사를 받고 싶지 않다. 경제적 문제일 수도 있고, 검사 시행에 따른 불편 때문일 수도 있다. 금식이 필요한 검사라면 대개 예약이 필요하다. 다시 병원을 찾아야 하고,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 진료 시간도 내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검사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조영제가 들어가는 검사가 대표적이다. 내시경 검사처럼 기구가 체내에 삽입되는 검사는 더욱더 피하고 싶다.
이전에 검사와 관련한 안 좋은 기억이 있을 수도 있다. 불편과 통증을 무릅쓰고 힘든 검사를 하고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경험이 있다면 선뜻 검사에 응하기가 망설여진다.
진료하는 의사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다. 특정 질환 진단을 위한 필수 검사라면 답변이 간단해진다.
의사: 정확한 진단을 위해 꼭 하셔야 합니다. 검사를 하지 않으면 진단을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고, 그 진단에 근거한 치료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검사가 필수가 아니라면 설명이 길어진다.
의사: 진단을 위해 반드시 검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검사를 하면 현재 환자분 상태에 대해 그만큼 더 알 수 있습니다. 그중에는 물론 검사를 하지 않으면 전혀 알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필자의 진료 분야인 비뇨의학 영역에서 요로 결석을 예로 들어 보자.
요로 결석, 특히 요관 결석은 특징적인 통증 양상이 있다. 환자의 병력, 증상을 듣고 간단한 진찰을 통해 잠정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잠정 진단을 근거로 시행할 수 있는 치료는 간단한 약물치료로 통증을 조절하고, 자연 배출을 기다리는 정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영상 검사를 통해 결석의 위치나 크기를 정확히 알아야 적절한 치료가 가능해진다.
다시 진료실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흔히 추가되는 질문이 있다.
환자: 꼭 지금 해야 할까요? 조금 기다렸다가 경과를 보고 하면 안 될까요?
의사: 가능하지만 그럴 경우 기다리는 만큼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게 됩니다.
다음 질문도 흔히 듣는다.
환자: 건강검진에서 정상이었는데 꼭 검사해야 하나요?
건강검진력은 아주 중요하다. 검진 기록을 가져오게 하여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공단에서 매년 하는 검진은 기본적인 검사로만 구성되어 제외된 항목이 많다. 다행히 추가 옵션이 들어간 사설 의료기관 종합검진에 해당 검사가 있으면 그 결과를 참고할 수 있다.
다음은 가끔 듣는 질문이다.
환자: 선생님, 저는 아무 증상도 없고 불편하지도 않은데, 검사 안 하면 안 되나요?
두말할 필요 없이 그런 상황에서도 몸에 숨은 이상이 있을 수 있다. 그중에는 진단이 늦어질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질환도 있다. 더욱이 비뇨기계암들은 초기에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특히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전립선암은 초기에는 인지 가능한 증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통증은 암이 진행해 뼈까지 침범한 이후에나 나타난다. 다행히 최근 국내에서는 혈청 PSA 검사가 각종 종합검진에 포함되어 조기 진단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신장암이나 방광암의 경우 육안으로 보이는 혈뇨는 암 덩어리 크기가 어느 정도 커져야 나타난다. 그 전에는 무증상이거나 소변 검사에서 현미경적 미세혈뇨가 나타나는 정도이다. 미세혈뇨가 있을 때 신장에 대한 영상 검사와 방광내시경 검사가 필요한 이유이다.
검사가 무분별하게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임상적으로 필요한 검사라면 환자에게 검사가 필요한 이유를 잘 설명하고 적시에 시행되게끔 하여야 한다.
의사는 검사에 의해 얻어진 추가 정보에 근거해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고, 환자는 올바른 진단에 기반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여기에는 물론 의료인의 직업윤리와 의사-환자 간 신뢰 관계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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