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지미 지하보도 모습 |
학교마다 청소년들을 위한 밴드, 오케스트라 등 연주 동아리를 운영 중이지만, 연주를 선보일 수 있는 공연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만큼 폐지하보도를 공연장으로 활용하자는 얘기다.
7일 취재 결과, 현재 대전시 내 폐지하보도는 시청, 정부청사, 둥지, 둔지미, 태평 일대 총 5곳이다. 시는 폐지하보도 활용을 위해 시범사업으로 월평동 둔지미 폐지하보도에 '외국인 주민 소통 공간'을 올해 말까지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2022년 행정안전부 주관 '외국인주민 등 거주지역 기초인프라 공모'에 선정돼 외국인 주민 정착지원을 위한 사무실, 무대, 전시실, 화장실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나머지 폐쇄된 지하보도에 대해선 이번 시범사업 시설활용·만족도 모니터링 후 활용 확대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폐지하보도 등 사용하지 않는 공유시설을 청소년 문화시설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학교 외에 청소년들이 사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지역 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전시에서 안내 중인 공공 청소년수련시설은 평송청소년문화센터 등 15곳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청소년들이 공연·연습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은 얼마 없다는 거다.
학생 연주 동아리를 운영 중인 대전 내 모 중학교 음악 교사는 "연주회장 자체도 대전은 예술의전당, 시립연정국악원, 평송청소년문화센터 등 몇 곳 되지 않는데, 그중 청소년들에게 대관해줄 수 있는 곳이 얼마 없다"며 "평송은 대극장과 소극장이 있지만, 청소년들이 평소 공연하기에는 시설 규모가 크고 대관료도 비싸다. 청소년위캔센터나, 평생학습관 공연장도 수요가 많아 대관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역 내 모 고등학교 음악 교사는 "학생들이 연주 연습을 하고 싶어도, 외부에는 연습할 수 있는 곳이 없어 보통 학교에서 하는데, 소리가 새어나가기 때문에 수업에 방해된다는 눈치를 보는 일도 있다"며 "폐지하보도 등 활용하지 않는 공간이 있다면, 방음벽을 설치하고 관리인력을 둬 연습공간이나 공연장으로 활용해도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 몇년 전부터 폐지하보도를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었다. 양홍규 국민의힘 대전 서구을 당협위원장은 "올해 5월 대전시와의 당정협의회 때도 시민 생활밀착형 정책으로 폐지하보도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었다"며 "현재 대전에 방치된 지하보도가 많은데, 인디밴드 공연 공간, 청소년 문화공간, 창작 문화 공간 등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추진해보고 현황에 따라 다른 곳도 활용계획을 수립해볼 것"이라며 "이번에 둔지미 폐지하보도에 조성되는 외국인 주민 공간의 경우 무대와 전시실이 있어 일반 시민들도 문화예술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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