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택 전 대전시장 |
정가와 관가는 물론 지역사회 전반에서 반신반의(半信半疑)하며 그의 행보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가장 궁금해하는 건 과연 민주당을 진짜 떠날 것인가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성을 넘어 구체적인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여전히 권 전 시장은 고심 중이지만, 조만간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는 건 민주당에 대한 여전한 애정 때문이라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1977년 행정고시로 입문한 후 26년간 몸담았던 그가 행정 공무원의 옷을 벗은 건 2003년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끌던 참여정부에서 맡았던 인사비서관이 마지막 임무였다. 소위 ‘늘공’이던 그가 선택한 첫 당적은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권유로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선 첫 선출직 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으니 당에 대한 애정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의 한 측근은 “국민중심당과 자유선진당에서도 활동했지만, 2012년 19대 총선 후 자유선진당이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과 통합하자 야당인 민주통합당으로 복귀해 지금까지 ‘민주당’을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당시 사면복권이 여러 차례 무산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권 전 시장 역시 이 당시 실망이 가장 컸고 오랫동안 허탈감에 빠졌다는 게 측근그룹의 전언이다. 또 다른 측근은 “그런데도 지금 민주당 상황이 어렵다며 걱정하고 있다. 당을 떠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권 전 시장의 현실적인 처지도 무시할 순 없다. 그는 사면복권이 되지 않으면 2027년 11월까지 공식적인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숱하게 했었던 강의나 강연조차 하지 못한다. 얼굴을 드러내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거나 신세를 졌던 지인들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정계나 공직사회에서 맺은 인연들도 마찬가지다. 집에 머물거나 홀로 산책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게 현실이다. 명절은 물론 삼일절과 광복절, 성탄절 등 때만 되면 측근그룹이 나서서 사면복권을 설파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권 전 시장은 1956년생으로 만 67세다. 정치인으로서 더 이상 꿈을 꾸기는 쉽지 않다. 선거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바라는 건 오로지 명예회복이다. 자유롭게 다니며 오랫동안 도움을 줬던 지지자와 지인들과 편하게 만나는 평범한 삶이 그립다는 말을 사석에서 여러 차례 했다고 한다.
측근그룹이 권 전 시장에게 “민주당을 떠나달라”고 강력하면서도 간절하게 요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에 몸담으며 윤석열 정부에서 사면복권을 바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권 전 시장이 민주당을 떠난다면 반기지 않을 수 없다. 지역사회에서 그가 가진 파급력 때문이다. 특히 공직사회에서는 여전히 ‘권선택’에 대한 향수가 강하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측 인사는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권 전 시장이 민주당을 떠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적지 않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권 전 시장의 이탈은 예기치 않은 데다, 상당한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외면하다가 지금에 와서야 ‘그럴 분이 아니다’라고만 강조할 수도 없는 처지다. 무엇보다 당을 떠난다고 해도 대놓고 비난하기도 쉽지 않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큰 손실이다. 그러지 않으시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측근그룹 관계자는 “(권 전 시장님도) 어느 정도 마음이 기울어진 것 같다. (우리와) 곧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권선택 전 시장은 6월 5일 중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여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당을 떠나겠다고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는 “사면복권을 통해 명예회복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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