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
지면이 제한되어 있지만, 오는 7월 1일이면 민선자치 8기 1주년이 되기 때문에 리마인드 차원에서 지역 관련 국정과제를 소개하는 데 넓은 해량을 구하고자 한다. 즉 지방시대 실현을 위한 지방분권 강화, 지방자치단체 재정력 강화,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혁신,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역량·소통·협력 강화, 기업의 지방 이전 및 투자 촉진, 공공기관 이전 등 지역 성장거점 육성, 지역 맞춤형 창업·혁신 생태계 조성, 지역특화형 산업 육성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의 자생적 창조역량 강화, 지방소멸 방지 및 균형발전 추진체계 강화 등이다.
이 같은 지역발전의 비전과 전략은 "지역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다"라는 글로벌 담론처럼 시의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구호가 아니라 제대로 실천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을 추진하는 한편, 각종 국제 현안을 해결하는 데 온갖 역량을 투여하고 있어 다른 데에 신경쓸 여력이 없는 것 같다. 지역 관련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데 뒷받침되어야 할 각종 법률과 예산을 다룰 국회와 정당은 끊임없는 정쟁과 불화로 도외시하고있다. 여기에 지방시대 정책의 설계자라고 알려진 대통령직인수위의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으로 옮겨 갔고, 지역 관련 국정과제를 집행해야 할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회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돼 있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원활한 소통을 담당해야 할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역균형에 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부 지방정부는 지방시대에 역행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어, 지역간 상생발전과 지방의 자율성을 공론화하고 있는 지역민들을 당황스럽게 하고 민망하게 만들고 있다. 한때 부산·울산·경남의 지방정부가 수도권의 집중을 막기 위해 추진했던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은 작년 지방선거 이후로 흐지부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구와 경북은 32년간 공동 운영해온 대구경북연구원을 대구정책연구원과 경북연구원으로 분리했다. 그리고 광주와 전남은 오는 8월에 광주전남연구원을 광주연구원과 전남연구원으로 분리한다고 하는데, 이번이 세 번째라고 알려진다. 부울경 메가시티의 답보는 처음부터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다지 실망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적 대안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지방정부 출연 연구기관을 광역으로 통합하지는 못할망정 분리시키는 것은 근시안적이고 소탐대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잘 알다시피, 지방시대 담론은 윤 정부의 슬로건 이전에 선진국가들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세계화와 지역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글로컬'(glocal) 전략을 담고 있다. 이런 국가적 아젠더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책임자들이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소홀히 다룬다면, 나중에 천추의 한이 될 것이다. 대통령도 시·도지사도 성과와 업적을 낼 영역과 아이템이 그리 많지 않다. 이제부터라도 국정이나 시·도정에 투입할 열정과 역량의 10%라도 지방시대를 구현하는 데 투입하기를 진심으로 조언드린다.
아마 민선 8기 1주년이 다가오면, 언론이나 유관기관에서 지방정부 수장들에 대한 평가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평가와 관계없이 시·도지사들은 지난 일년을 성찰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짐해야 할 것이다. 특히 창의적이고 통합적인 리더십이 모든 일의 관건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부디 충청권 시·도지사들이 지방시대라는 절호의 기회를 맞아 최선을 다해 지역발전의 성과를 내어 국가적 리더로 올라서기를 바란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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