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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준 한밭대 총장 |
상식적인 눈으로 대전은 어떤 특징의 도시일까? 아무래도 갑천의 북쪽으로 펼쳐진 대덕연구단지를 많이 생각한다. 시민들의 삶과 다소 게토된 영역 같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50주년을 맞는 대덕연구단지는 국내외로의 연결고리가 매우 강하고 최근의 성공적인 위성발사 등 국가 자산으로서 대전 시민의 자부심이 크다. 90년대에는 정부대전청사를 개청하며 제2행정수도로의 의지도 있었지만, 세종시의 출범으로 대전은 다시금 과학도시의 브랜드로 돌아왔다. 좋은 기업이 부족하다는 평이 있는데, 이를 해결하면 명실공히 서울 수도권에 앞설 수 있다는 대전시의 비전에 진심의 박수를 보낸다. 특히 최근에는 나노반도체국가산단과 방사청 이전 같은 현실적인 성과와 추진력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그런데 사실 교육자의 입장에서 볼 때 대전시는 8개의 종합대학, 전문대를 포함하면 17개의 대학을 품은 대학교육 도시이다. 시는 최근 4대 핵심 전략 산업 육성 및 4대 전략 산업과 연계한 지역산업 고도화 방안을 세워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 전략을 대학교육 도시의 장점과 효과적으로 결합해서, 우리 지역에 정주하며 우리 지역의 산업을 일으킬 인재를 길러야 할 정교한 정책이 간절한 시점이다. RISE 사업과 글로컬대학 사업에 지자체를 세운 것은 이에 대한 효과적인 전략을 지자체에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이스트의 석박사 인재는 전국에서 모여 오며, 졸업 후에는 전국, 특히 수도권으로 나간다. 지역에서 기대하기는 이들이 정주하여 가급적 지역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라지만, 현실이 그렇지만은 않다.
이런 점에서 지자체와 대전의 혁신주체들에게 제안하고 싶다. 지역이 함께 힘을 모아 지역 산업을 타깃한 혁신형 과학공학대학을 탄생시켜보면 어떻겠는가? 과학기술은 이어달리기이다. 굳이 에너지공대처럼 그라운드 제로에서 하기보다 지금 있는 지역대학을 굳은 결심으로 혁신적으로 재편하고, 기존 교육제도의 틀을 전면적으로 넘어서는 창의적인 학생중심의 과학기술 교육혁명 공간을 만들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대학을 경영해보니 사실 건물은 지금 있는 자원으로도 크게 부족하지 않다. 인구감소시대에 대학의 외형적인 팽창은 자칫 오판을 부른다. 하드웨어 외형에 안주하는 대학의 관행을 벗어나야 한다. 문제는 교육 혁신의 소프트(Soft) 자산을 어떻게 만들고, 대학의 역할 기능들을 서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이다. 지난 달에 보스턴에서 극명하게 다른 두 공과대학, 올린(Olin)공대와 MIT대학을 방문했다. 전자는 철저하게 다학제적 문제해결 능력을 배양하는 학부중심 교육 기관이고, 후자는 모두가 아는 첨단공학의 연구중심 기관이다. 전자는 학부 공학 교육의 미래 방향을 가리키고, 후자는 이를 이어받는 초전문성 연구의 가장 앞선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 두 가지 요소를 효과적으로 연결하면 굳이 교육중심대학이니 연구중심대학이니를 구분할 필요가 없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성의 수준에 따라 적확한 과학공학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본다. 마침 올린공대의 총장도 대전과 우리 대학을 방문키로 했다.
올린공대나 미네르바대 같이 전공에 묶이지 않고 창의성에 집중한 교육과 초격차를 만들 전공중심의 초전문성 심화교육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대학을 담아낸다면 과학기술 브랜드를 가진 우리 지역에 좋은 자산이 될 것이다. 이 자산의 핵심은 안목을 가진 훌륭한 리더이다. 지자체와 대학이 공동으로 실력과 신뢰성이 있는 국내외 석학을 대학의 수장으로 초빙해 전문가들이 소신있게 결정하도록 위임하면 어떻겠는가? 대전은 과학수도로서 이 일을 하기에 전국에서 가장 명분이 있는 도시이다. 인재전략이 없이는 산업전략의 지속성도 없음을 명심하자. /오용준 한밭대 총장·대전권대학발전협의회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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